[르포]"우리가 폐업 고민할 줄은"..황학동 주방거리 '거래실종'에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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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이 없어져서 우리가 문 닫을 판이에요."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에서 중고 식기 등을 판매하는 A씨는 물품을 매입해 달라는 요청은 많은데 사겠다는 주문은 없어 중고품이 쌓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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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품 산더미처럼 쌓인 채 방치..눈덩이 손실에 폐업도 못해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자영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이 없어져서 우리가 문 닫을 판이에요."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에서 중고 식기 등을 판매하는 A씨는 물품을 매입해 달라는 요청은 많은데 사겠다는 주문은 없어 중고품이 쌓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솥류와 뚝배기를 판매하는 B씨도 코로나19 재확산까지 겹치며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호소했다. B씨는 "중고품에 먼지만 쌓이고 있는데 코로나까지 다시 확산한다고 하니 앞이 캄캄하다"며 "코로나19 이후로는 좋은 날 없이 힘든 날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일 황학동 주방거리 곳곳에는 철거 점포에서 수거해 온 Δ업소용 가스레인지·싱크대 등 주방자재 Δ식기·집기 Δ각종 솥·뚝배기 Δ불판 Δ식탁·의자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일부는 먼지가 뽀얗게 앉았다.
거리는 한산했다. 코로나19 여파에 가정용 주방용품·집기를 찾는 소비자 발길마저 뚝 끊겼다. 전날 전국에서 7만6402명이 감염돼 일일 확진자 수가 이틀째 7만명대를 기록했다.
이날 사람 대신 용달차들만 쉴 새 없이 들락거리며 실어 온 각종 주방 자재를 내려놨다. 업소용 냉장고와 싱크대 등이었는데 거의 새것이었다. 용달차 기사는 "어제 폐업한 가게에서 실어왔다"며 "점포 철거 견적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요즘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말 없이 가게를 지켰다. 인터뷰 요청엔 "안 해요"라며 거절하기 일쑤였다. 익명을 전제로 응한 A씨는 "코로나19 이전엔 폐업하는 곳이 많아도 그만큼 개업하는 곳도 많아서 장사가 됐다"면서 "그러나 요즘은 폐업만 늘어 악순환이다. 모두가 버티는 심정 일 것"이라고 전했다.
황학동 주방거리는 가정용·업소용 중고 주방·가구를 매입한 후 개업하는 가게에 되파는 점포들이 밀집해 있다. 서울·수도권 자영업자의 흥망성쇠(폐업·철거-중고품 매입·판매-개업)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1980년~2000년대만 해도 400~450여개에 달했지만 현재는 수가 300여개 수준으로 줄었다.
상인들은 경기 회복을 대비해 물품을 비축하는 것도 한계에 닿았다고 호소했다. 고물가·고임대료·최저임금 인상 등 '삼중고'에 이어 금리 추가 인상까지 겹치며 개업하려는 자영업자 수가 90% 이상 급감해서다.
이곳의 점포수도 최근 급격히 줄고 있다. 점포를 운영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임대료와 재고 비용 등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도 폐업을 선택하는 것이다.
주방거리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니 폐업 점포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문에는 '임대 문의'라는 글씨가 붙었고 점포 밖엔 중고품들이 방치돼 있었다.
의자 판매점을 운영하는 C씨는 "손실을 안고 폐업하는 가게들을 수없이 보며 안타까워했는데 정작 우리가 폐업을 고민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헐값에 임대를 내놔도 찾는 사람이 없어 중고품을 전부 폐기처분하지 않으면 폐업할 수 없다. 코로나까지 다시 말썽이니 앞으로 더 걱정"이라고 했다.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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