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몇개월이라도" 거래소, 시장조성자 재모집..이르면 8월초

시세조종 혐의 과징금 487억 무효 결정 따른 것..금융위와 협의
작년 9월 이후 시장조성 활동 '제로'.."조속히 재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뉴스1 DB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그동안 '시장조성자'가 사실상 없었던 국내 주식시장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거래소가 2022년도 시장조성자 모집에 나선다.

최근 증권선물위원회가 금융감독원의 시장조성자 과징금 부과 사실을 무효로 한다는 심의를 내리면서 시장조성 의무를 이행할 증권사들을 올해 새롭게 선정하기 위해서다. 거래소는 해당 절차 등을 금융위와 논의 중인데 이르면 내달 초 모집공고를 낸다는 계획이다.

◇작년 9월부터 국내 주식시장에선 시장조성 활동 '제로' 21일 금융당국과 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증선위에서 결정한 시장조성자 과징금 부과 사실 무효처분 의결에 따라 거래소는 시장조성자 재모집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거래소는 지난 2021년 4월1일 국내외 증권사 14곳과 주식 시장조성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 이후 9월에 금감원이 시장조성자 9곳의 호가 정정·취소가 너무 많아 '시세조종' 및 '시장교란' 행위에 해당한다며 과징금 487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반발한 증권사들은 거래소가 '시장조성 의무 면제'를 신청받자 14곳 중 13곳이 의무면제를 신청해 사실상 국내 시장조성 활동이 전면 중단됐다.

이후 연말로 예정됐던 계약기간은 종료됐고 올해 새로운 시장조성자는 선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국내 주식시장엔 시장조성자가 전혀 없는 공백상태다.

거래소 고위관계자는 "이번 증선위 결정으로 시장조성 활동에 대한 명확한 결과가 나온만큼 거래소는 최대한 빠르게 시장조성자 모집 공고를 내고 조건에 맞는 증권사를 선정해 시장조성 활동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증선위의 심의결과가 불과 지난 19일 저녁에 나왔고 금감원의 과징금 부과 사실이 공식적으로 취소되기 위한 절차상 과정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거래소는 금융위 등 당국과 조율을 통해 이르면 8월 초쯤 시장조성자 모집 공고를 낸다는 방침이다.

2022년 활동에 대한 계약이기에 활동 기간은 길어야 5개월 정도다. 하지만 짧더라도 시장조성자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거래소 측의 입장이다.

◇시세조종 혐의 과징금 487억 무효 결정 따른 것…금융위와 협의 시장조성이란 거래 부진 종목에 대해 지정 증권사들이 매수·매도 가격을 아래위로 촘촘하게 제시(스프레드 호가)해 가격 형성을 주도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비단 거래부진 종목뿐만 아니라 대형주에서도 보다 촘촘한 가격 제시로 투자자들이 팔 때는 조금 더 비싸게, 살 때는 조금 더 싸게 살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시장조성 활동이 전면 중지된 지난 10개월 동안 저유동성(거래부진) 종목에서는 실제로 호가가 눈에 띄게 벌어지면서 거래가 체결되지 않거나 사려는 사람은 더 비싸게, 팔려는 사람은 더 싸게 파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면서 "시장의 정당한 가격 발견 기능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시장조성 기능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도 증선위 심의 결과와 거래소의 이같은 방침에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시장조성자이기도 했던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초 금감원이 시세조종, 시장교란행위라고 봤던 행위는 증권사가 유동성 공급을 위해 '스프레드 호가'를 제시한 후 실제 계약이 체결되고 나면 나머지 기존 제시 호가에 대한 주문을 정정, 취소한 것인데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니 업계에서는 황망함을 금치 못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라도 사실을 바로잡았고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시장조성자로 참여해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본연의 임무를 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sth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