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 날았다..美가 꼭꼭 숨긴 '전투기의 뇌' 국산화
첫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보라매)이 19일 첫 비행에 성공하면서 한국이 여덟 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이 됐다. 첨단 방산기술이 집약된 전투기인 만큼 한국 방위산업의 위상을 높이고 방산 수출 확대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2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전날 33분간의 초도비행에 성공한 KF-21은 2026년까지 2200여 차례의 시험비행에 들어간다. KF-21 시제 2호기는 오는 9월, 3~6호기는 2023년에 테스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2026년부터 2032년까지 120여대를 양산하고 전력화한다.
KF-21엔 2028년까지 총 8조8000여 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된다. 120대 양산 비용인 9조2000억원까지 포함하면 총 사업 비용이 18조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 무기 개발·도입 사업이다.
KF-21 사업은 2002년 김대중 정부에서 최신예 국산 전투기 KF-X 사업을 장기 신규 소요로 결정하면서 추진됐다. 그러나 국책연구기관이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내놓으면서 사업 타당성 결론까지 9년의 세월이 걸렸다. 2010년 예산 441억원이 반영되면서 2011∼2012년 탐색개발이 진행됐고 2013년 11월이 돼서야 작전요구성능(ROC), 전력화 시기, 소요량이 확정됐다.
이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2015년 12월 방위사업청과 한국형전투기 체계개발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됐다. KAI는 2018년 기본설계(PDR)를 마치고 2019년 2월 부품 가공을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상세설계(CDR)까지 마무리했다. 지난해 4월 시제기 출고식을 진행했고 올해 처음으로 진행된 비행에 성공했다.
KF-21의 최대 탑재량은 7700㎏, 최대 속도는 마하 1.81(시속 2200㎞), 항속거리는 2900㎞다. 전날 비행은 첫 비행인 만큼 공대공 미사일 모형 4발을 장착하고 시속 400km 수준으로 비행했다. 이륙을 위해 엔진 2개 모두 최대 출력까지 냈기 때문에 한국이 처음 개발한 쌍발 엔진 항공기에 대한 안전성도 입증한 것으로 평가됐다.
KF-21 초도비행이 성공하기까지 국내 방산업계의 노고가 컸다. 체계개발을 맡은 KAI 외에도 약 225개의 국내 업체와 10여개 정부출연연구소, 15개 대학교 등이 참여했다.
특히 초도비행엔 탑재되지 않았지만, 향후 시험비행엔 KF-21 개발의 가장 큰 난관으로 꼽히던 4개 핵심 장비도 탑재돼 성능을 검증한다. 미국이 기술이전을 거부한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다, 적외선 탐색·추적 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 획득·추적장비(EO TGP), 전자파 방해장비(RF 재머) 등이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KF-21 핵심 장비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다수의 표적을 탐지하고 추적해 전투기의 두뇌라고 불리는 AESA 레이다는 한화시스템이 시제품을 만들었다. 야간이나 악천후 속에서도 가시거리 밖의 적을 탐지하는 적외선 탐색·추적장비(IRST)와 주야간 공중·지상 표적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EO TGP 역시 한화시스템이 개발했다.
LIG넥스원은 RF 재머를 포함한 통합 전자전 체계(EW Suite)를 맡았다. EW Suite는 위협 레이다 신호를 탐지·교란하고, 채프(미세한 금속 먼지로 레이다 방해)와 플레어(사출되는 불덩어리로 적외선 유도 미사일의 회피책) 탄을 투발하는 기능을 가졌다.
KF-21의 심장인 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조립·생산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F414엔진 2기가 탑재됐는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GE와 기술제휴를 통해 통합 엔진 개발을 함께 했고, 핵심 부품 국산화를 추진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 시동을 위한 공압을 생성하는 보조동력장치(APU)도 개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초도비행 관련 "엔진 성능이 검증돼 누리호 발사가 성공했을 때만큼 내부 분위기가 좋았다"며 "기존 전투기 엔진(F404)보다 엔진 크기와 추력이 커져 조립 뿐만 아니라 품질 테스트를 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고 전했다.
KF-21 시험비행 성공은 국내 방산업체의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KF-21은 아직 개발 단계에 있어 수출품목이 아니지만, 기술력이 담보돼 다른 수출 품목에 대한 신뢰감을 줄 수 있다. 폴란드는 최근 KAI에 국산 경공격기(FA-50) 구매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KF-21은 2026년 실전 배치가 진행되면 수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와 태국, 필리핀, 이라크 등에 T-50, FA-50 등 국산 완제기를 수출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아직 양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KF-21 수출을 언급하기 이르다"면서도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사용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KF-21 마케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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