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윤 대통령 지지하지만..경제는 둘째, 측근부터 정리해야"

오연서 2022. 7. 2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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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18~19일 대구·경북 르포
도어스테핑 말실수 비판 목소리
"검사할 때랑 달라야지, 좀 거슬려"
윤핵관 잡음엔 불만 쏟아내
"측근들 싸움만, 지지율 깎아먹어"
"이러다 총선서 질라" 위기의식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가 핵심 지지층에서도 흔들리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1~13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18~29살의 ‘긍정’ 평가는 한때 약 50%까지 올랐다가 23%까지 떨어졌다. 지난 3월 대선 당시 10명 중 6명(58.7%,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꼴로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던 20대 남성이 돌아선 데 따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대구·경북에서도 같은 조사에서 윤 대통령 긍정 평가는 처음으로 50% 밑(46%)으로 떨어졌다. <한겨레>는 지난 18일 윤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서울 거주 20대 남성 9명과 ‘카카오톡 방담회’를 열어 그 이유를 들어봤다. 18~19일 대구·경북 유권자들도 만나봤다.

경북 포항시 북구 죽도시장에서 건어물 상회를 운영하는 최아무개(68)씨는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나오자 꼬았던 다리를 풀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거를 그만해야 된다 . 여기서 말실수가 나오니까 민주당에서 그냥 공격하는 거 아닌교?” 최씨의 휴대전화 화면에선 윤 대통령이 출근길에 약식 기자회견, 이른바 ‘도어스테핑’을 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최씨는 “윤 대통령이 기자들하고 소통하는 건 좋지만, 너무 소통을 하다 보니 말실수가 많이 나온다. 측근의 말실수도 자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티케이(TK) 민심이 심상치 않다. 보수정당 텃밭인 대구·경북은 지난 3·9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70% 넘는 득표율을 안겨줬지만,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의 지난 11~13일 전국지표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46%였다. 이 조사의 전국 평균(33%)과 비교하면 여전히 윤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이지만, 두달 전 윤 대통령 집권 직후와 비교하면 무려 20%포인트 넘게 빠져나간 수치다.

<한겨레>가 지난 18~19일 이틀 동안 만난 대구·구미·포항 시민들은 “아직 초반이라 판단하기 이르다”면서도 “우리가 찍어준 대통령이 잘되어야 할낀데 왜 그렇게 지지율이 떨어지는고…”(대구 서문시장에서 만난 시민)라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지난 18일 경북 구미시 원평동 구미새마을중앙시장 모습. 오연서 기자

이곳에서는 “우리는 무조건 국민의힘이다” “윤 대통령을 여전히 지지한다”는 대답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검사 출신으로서 정치 경험이 거의 없는 윤 대통령이 야당의 과도한 공격을 받는다는 ‘동정론’이다.

서문시장의 한 80대 약재상은 “윤석열이 얼마나 애를 써서 대통령이 됐는데 너무 이러니까 걱정이라. 기대만큼 안 되는 거지. 경제가 안 좋으니까 그것도 이해를 해야 돼. 너무 내려와서 걱정이라. 우야든동 조금이라도 잘해서 지지 올라갔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윤 대통령의 ‘입’과 측근들의 권력다툼 양상이다.

“아주 조마조마해. 입방아에 안 올랐으면 좋겠어요. 그게 다 저쪽(야당)에 빌미를 주는 거잖아요.” 구미시의 한 택시기사(64)는 윤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걱정했다. 시민들은 특히 윤 대통령이 연이은 장관 후보자의 낙마에 대해 “그럼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반문한 것에 공통적으로 실망감을 나타냈다. “남자답고 화통한 그런 성격은 좋은데, 그래도 대통령은 검사 할 때랑 다르게 해야 되잖아. 말하는 것마다 좀 거슬린다”(대구 서문시장에서 만난 74살 시민), “생각을 해보거나 주변과 고민을 하고 얘길 하는 게 아니라 답을 정해놓고 얘길 하니까 말실수가 나온다”(포항 죽도시장 42살 상인 설인태씨)는 반응이다.

시민들은 그럼에도 윤 대통령을 직격하기보다는 그 측근들을 나무라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인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이 신경전을 벌이는 것에 불만을 쏟아냈다. 구미새마을중앙시장에서 정육점을 하는 권오익(64)씨는 “도대체 윤 대통령에게 윤핵관이 왜 필요한 것이냐. 경제는 둘째고, 빨리 측근들을 정리해야 한다. 국정을 우선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시민 김아무개(71)씨는 “윤 대통령은 열심히 뭔가를 하려고 하는데 주변에서는 이렇게 싸우려고만 하고 권력을 잡으려고만 하니까 그런 게 사람들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거다. 싫증이 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나 권 대행 등의 지인이 대통령실에 채용된 것을 두고, 서문시장에서 만난 상인 김아무개(74)씨는 “6촌이니 9급 공무원이니 이런 말들이 계속 나오잖아. 보좌진들이 그런 말이 안 나오도록 관리를 해야지. 원내대표라카는 사람이 일을 더 키우고 말이야. 윤 대통령이 혼자 덮어쓰니까 감당이 안 되잖아”라고 말했다. 그는 “국무총리, (대통령) 비서실장 얼굴도 잘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윤 대통령이 ‘과거’에 매달리는 데 대한 불만도 나왔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찍었다는 최아무개(31)씨는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물가 상승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탈북어민 북송 문제에 올인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제라도 정신차렸으면 좋겠지만, 그럴 기미가 안 보이니까 더 지지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한 대구·경북에선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현상에 대해 ‘탄핵 기시감’을 느끼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포항시민 손아무개(72)씨는 “ 지금 겨우 이렇게 (정권교체) 해놓고 또 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됐듯이 그런 식으로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포항 죽도시장의 한 상인은 “당도 대통령도 일을 못한다고 하면 표를 안 줄 것 아닌가. 다음 총선(2024년)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평가는 이르다며 1년은 있다가 평가하자던 포항시민 설인태씨는 윤 대통령에게 ‘말 ’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 때나 자기(윤 대통령)나 다 못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결과적으로 인사를 잘해서 ‘사람 잘 뽑았다’는 말을 듣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 포항/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대구/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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