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윤 대통령 지지하지만..경제는 둘째, 측근부터 정리해야"
도어스테핑 말실수 비판 목소리
"검사할 때랑 달라야지, 좀 거슬려"
윤핵관 잡음엔 불만 쏟아내
"측근들 싸움만, 지지율 깎아먹어"
"이러다 총선서 질라" 위기의식도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가 핵심 지지층에서도 흔들리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1~13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18~29살의 ‘긍정’ 평가는 한때 약 50%까지 올랐다가 23%까지 떨어졌다. 지난 3월 대선 당시 10명 중 6명(58.7%,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꼴로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던 20대 남성이 돌아선 데 따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대구·경북에서도 같은 조사에서 윤 대통령 긍정 평가는 처음으로 50% 밑(46%)으로 떨어졌다. <한겨레>는 지난 18일 윤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서울 거주 20대 남성 9명과 ‘카카오톡 방담회’를 열어 그 이유를 들어봤다. 18~19일 대구·경북 유권자들도 만나봤다.
경북 포항시 북구 죽도시장에서 건어물 상회를 운영하는 최아무개(68)씨는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나오자 꼬았던 다리를 풀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거를 그만해야 된다 . 여기서 말실수가 나오니까 민주당에서 그냥 공격하는 거 아닌교?” 최씨의 휴대전화 화면에선 윤 대통령이 출근길에 약식 기자회견, 이른바 ‘도어스테핑’을 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최씨는 “윤 대통령이 기자들하고 소통하는 건 좋지만, 너무 소통을 하다 보니 말실수가 많이 나온다. 측근의 말실수도 자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티케이(TK) 민심이 심상치 않다. 보수정당 텃밭인 대구·경북은 지난 3·9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70% 넘는 득표율을 안겨줬지만,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의 지난 11~13일 전국지표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46%였다. 이 조사의 전국 평균(33%)과 비교하면 여전히 윤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이지만, 두달 전 윤 대통령 집권 직후와 비교하면 무려 20%포인트 넘게 빠져나간 수치다.
<한겨레>가 지난 18~19일 이틀 동안 만난 대구·구미·포항 시민들은 “아직 초반이라 판단하기 이르다”면서도 “우리가 찍어준 대통령이 잘되어야 할낀데 왜 그렇게 지지율이 떨어지는고…”(대구 서문시장에서 만난 시민)라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이곳에서는 “우리는 무조건 국민의힘이다” “윤 대통령을 여전히 지지한다”는 대답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검사 출신으로서 정치 경험이 거의 없는 윤 대통령이 야당의 과도한 공격을 받는다는 ‘동정론’이다.
서문시장의 한 80대 약재상은 “윤석열이 얼마나 애를 써서 대통령이 됐는데 너무 이러니까 걱정이라. 기대만큼 안 되는 거지. 경제가 안 좋으니까 그것도 이해를 해야 돼. 너무 내려와서 걱정이라. 우야든동 조금이라도 잘해서 지지 올라갔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윤 대통령의 ‘입’과 측근들의 권력다툼 양상이다.
“아주 조마조마해. 입방아에 안 올랐으면 좋겠어요. 그게 다 저쪽(야당)에 빌미를 주는 거잖아요.” 구미시의 한 택시기사(64)는 윤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걱정했다. 시민들은 특히 윤 대통령이 연이은 장관 후보자의 낙마에 대해 “그럼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반문한 것에 공통적으로 실망감을 나타냈다. “남자답고 화통한 그런 성격은 좋은데, 그래도 대통령은 검사 할 때랑 다르게 해야 되잖아. 말하는 것마다 좀 거슬린다”(대구 서문시장에서 만난 74살 시민), “생각을 해보거나 주변과 고민을 하고 얘길 하는 게 아니라 답을 정해놓고 얘길 하니까 말실수가 나온다”(포항 죽도시장 42살 상인 설인태씨)는 반응이다.
시민들은 그럼에도 윤 대통령을 직격하기보다는 그 측근들을 나무라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인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이 신경전을 벌이는 것에 불만을 쏟아냈다. 구미새마을중앙시장에서 정육점을 하는 권오익(64)씨는 “도대체 윤 대통령에게 윤핵관이 왜 필요한 것이냐. 경제는 둘째고, 빨리 측근들을 정리해야 한다. 국정을 우선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시민 김아무개(71)씨는 “윤 대통령은 열심히 뭔가를 하려고 하는데 주변에서는 이렇게 싸우려고만 하고 권력을 잡으려고만 하니까 그런 게 사람들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거다. 싫증이 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나 권 대행 등의 지인이 대통령실에 채용된 것을 두고, 서문시장에서 만난 상인 김아무개(74)씨는 “6촌이니 9급 공무원이니 이런 말들이 계속 나오잖아. 보좌진들이 그런 말이 안 나오도록 관리를 해야지. 원내대표라카는 사람이 일을 더 키우고 말이야. 윤 대통령이 혼자 덮어쓰니까 감당이 안 되잖아”라고 말했다. 그는 “국무총리, (대통령) 비서실장 얼굴도 잘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윤 대통령이 ‘과거’에 매달리는 데 대한 불만도 나왔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찍었다는 최아무개(31)씨는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물가 상승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탈북어민 북송 문제에 올인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제라도 정신차렸으면 좋겠지만, 그럴 기미가 안 보이니까 더 지지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한 대구·경북에선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현상에 대해 ‘탄핵 기시감’을 느끼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포항시민 손아무개(72)씨는 “ 지금 겨우 이렇게 (정권교체) 해놓고 또 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됐듯이 그런 식으로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포항 죽도시장의 한 상인은 “당도 대통령도 일을 못한다고 하면 표를 안 줄 것 아닌가. 다음 총선(2024년)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평가는 이르다며 1년은 있다가 평가하자던 포항시민 설인태씨는 윤 대통령에게 ‘말 ’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 때나 자기(윤 대통령)나 다 못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결과적으로 인사를 잘해서 ‘사람 잘 뽑았다’는 말을 듣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 포항/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대구/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총경급 400명 단톡방, 전국경찰서장회의 예고…윤희근 리더십 ‘흔들’
- 자료까지 배포 뒤 ‘돌연 취소’…윤 대통령, 통일부 업무보고도 연기
- ‘문재인’ 16번 언급한 권성동 “문 정부 방역은 국민 얼차려 방역”
- 청와대를 ‘한국의 베르사유’로?…‘미술관+야외공연장’ 된다
- 허락 없이 화장실 썼다고…라이더 밀친 음식점 주인 2심도 집행유예
- 이 장어떼의 사냥서 리듬이 느껴져…‘집콕’ 정원장어의 식사법
- 예약 취소하니 ‘수수료 폭탄’…택시 플랫폼 소비자 피해 증가
- [영상] “BTS 팔 비틀고 꺾고” 정부인사 무례한 기념촬영에 ‘아미’ 분통
- ‘켄타우로스’까지 나왔는데…PCR 허가 기준은 변이 없던 때로
- 20대 남성들 “‘권모술수 권성동’ 회자된 현실, 심각성 모르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