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자주 등장하라"..대통령실 '변화의 바람' 분다
"지지율 하락, 본질보다 대응 태도서 기인..다듬으면 나아질 것"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과 내각에 '변화'를 주문했다. 지지율이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언론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지금껏 야기됐던 불필요한 논란을 사전 차단하는 일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의 변화는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장관과 수석들에게 '언론에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라'고 당부한 것이 공개되면서 본격화했다.
지난 5월10일 용산 대통령실이 문을 연 후 브리핑룸(오픈라운지 포함)을 찾은 핵심 참모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 최상목 경제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정도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어 스테핑)과 핵심 참모들의 바쁜 일정 탓에 언론을 직접 상대할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이런 기조 탓에 대통령실 채용 및 인사 등 논란이 일 때마다 대변인실에서 정보를 취합해 언론에 설명했다. 담당자가 아닌 '대리인'이 설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논란이 생겨났다.
핵심 참모들은 언론의 취재에도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 취재진은 "과거 정부에서는 수석들과 통화하거나 만나는 것이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다"고 했다.
새정부 출범 후 두 달여 동안 이런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윤 대통령도 더는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취임 초 50% 초반까지 치고 올라갔던 지지율이 두달여 만에 30% 초반까지 떨어진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단 후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장관과 수석들을 향해 '스타'가 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강인선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자신감을 갖고 언론에 자주 등장해서 국민들에게 정책에 대해 자주 설명하라"며 "대통령과 스타 장관들이 '원팀'이 돼 국정을 잘 운영하자"고 지시했다.
또 방송이든 신문이든 장관들이 언론에 자주 등장해 해당 부처가 하는 일,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라고 거듭 당부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있기 이틀 전인 17일 최영범 홍보수석이 처음으로 브리핑룸에 등장했을 때 변화의 분위기는 감지됐다.
최 수석은 이날 탈북 어민의 북송 사건을 두고 강제 북송이 아니라고 주장한 정의용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직접 브리핑에 나섰다.
그리고 강한 어조로 "이들의 귀순 의사가 없었다는 것은 궤변이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이 자필로 쓴 귀순의향서는 왜 무시했는가"라며 "제대로 된 조사 없이 탈북 어민을 엽기 살인마라고 규정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정 전 실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윤 대통령의 핵심 가치인 '법치주의'를 근거로 야권에서 제기하는 '북풍몰이' 공세를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대목이다.
계속된 '채용'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주로 서면으로 대체하던 설명도 지난 19일에는 달랐다. 강 대변인은 브리핑룸에서 "대통령실 채용 과정에 대해서 일방적이고 무차별적으로 의혹을 제기한다면 국민께서는 이 과정에 대해서 어쩌면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며 채용 이유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대통령실이 채용 논란과 관련해 언론에 상세하게 직접 브리핑한 적도 이번이 처음이다. 핵심 참모 아내이자 민간인의 스페인 순방 동행 등 일련의 인사 논란이 일 때마다 대통령실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힌 후 기자들의 질문에만 답하는 수준이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전날(20일) 채용 논란을 해명하기 위해 라디오와 인터뷰한 것도 새정부 출범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외에도 부처 장관들이 윤 대통령에게 '독대' 업무보고 후 브리핑룸을 찾아 언론에 설명하는 것도 이전 정부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시도로 평가 받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를 보면 논란이 일었던 문제 그 자체보다는 대처가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이유에 대한 분석이 이뤄졌으니 이를 정교하게 다듬어가는 과정이 계속된다면 불필요한 논란은 확실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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