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나타나 '엉만튀'..CCTV 없는 곳이면 안 잡힌다?

#1. 지난 6월 11일 오후 11시 20분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한 골목에서 여성 2명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때 갑자기 나타난 남성이 여성들의 신체 일부를 만지고 달아났다. 피해 여성 한 명이 즉시 도주하는 남성을 쫓아갔다. 남성은 갑자기 뒤돌아서 쫓아오던 여성을 한 차례 더 '기습추행'하고 달아나다 붙잡혔다. 피해자들은 전북경찰청 소속 여성 경찰관이었다.

#2. 지난해 8월 12일 자정을 넘긴 시각. 서울 관악구에 사는 A씨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섰다. A씨는 관악구 한 가게 앞에서 강아지 대변을 치우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이때 길을 지나던 B씨가 A씨 뒤로 지나가며 오른손으로 A씨 오른쪽 엉덩이를 만졌다.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한 '슴만튀'(가슴 만지고 도망치기), '엉만튀'(엉덩이 만지고 도망치기) 등 기습 성추행이 늘고 있다. 길거리나 인적이 드문 곳 등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잦다. 전문가들은 CCTV가 없더라도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고 상황과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될 경우 처벌할 수 있다고 말한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강제추행 범죄는 클럽·나이트 등 유흥접객업소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유흥접객업소(3383건, 22.1%)에 이어 길거리(노상)에서 2772건(18.1%), 아파트·연립다세대 주택에서 1492건(9.7%), 지하철 등 교통수단에서 1123건(7.3%)이 발생했다. 강제추행 범죄 가해자 중 49.1%는 피해자가 모르는 사람(타인)이었다.

전문가들은 '슴만튀', '엉만튀' 등 기습추행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가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성폭력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이은의 변호사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만으로 처벌되는 건 아니다"라며 "피해자가 신고 또는 고소한 시점이나 직후 정황, 검거 상황 등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재판부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따져 묻는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슴만튀' '엉만튀' 등 사건은 가해자가 도망간 상황이기 때문에 우선 피의자 특정이 중요하다"며 "이런 종류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건 피해자가 망설이지 말고 피해 입었다는 걸 알리는 행위다. 주변 사람들에게 신고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같은 구조요청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는 정황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범죄 현장에 CCTV가 없더라도 주변 CCTV 위치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피의자가 현장을 빠져나가는 장면이나 피해자가 신고하거나 당황해하는 모습이 담긴 CCTV도 진술의 신빙성을 더해주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지하철 등에서 성추행이 발행하면 문자메시지 등을 활용해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다.

CCTV가 없는 열차에서 기습추행이 발생해도 가해자 인상착의, 열차경로와 도착시간, 탑승위치 등을 함께 신고하면 피의자 특정에 도움이 된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와 피의자가 둘만 있는 상태에서 제 3자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범죄가 발생하면 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과 양측 진술의 명확성 등을 따져서 신빙성을 판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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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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