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낮추고 정중동 尹대통령..하락세 멈춘 지지율
도어스테핑 발언 자제, 참모들 전진 배치…김건희 여사도 잠행
정권 초반 여권 내 잡음도…3高 현상 등 경제 위기 변수 남아
새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연일 하락을 거듭하며 30%대 초반까지 밀렸다가 소폭 반등하며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논란이 됐던 도어스테핑(door stepping‧약식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발언을 자제하는 동시에 참모들의 전진 배치, 김건희 여사의 잠행 등 위기관리 전략이 일정 부분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30% 초반까지 하락한 지지율, 소폭 반등…보수층 일부분 회복세
연일 내리막을 걷던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5주 만에 소폭 반등한 여론조사 결과가 20일 나왔다. 여론조사 기관 알앤써치가 이날 발표한 결과(뉴스핌 의뢰, 지난 16~18일,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심위 홈페이지 참조)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35.6%로 직전 조사 대비 3.1%포인트 상승했다. 부정 평가는 61.6%로 2.4%포인트 하락했다. 합산하면 직전 대비 부정과 긍정 평가의 격차가 5.5%포인트 정도 줄어들며 일부 여론 진정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지난 5월 취임 당시만 해도 윤 대통령 지지율은 50%에 육박했지만, 대통령실 직원들 관련 '사적 채용' 논란이 일면서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의 외가 6촌 친척 또는 지인 등이 대통령실 직원으로 채용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며 논란이 됐다. 여기에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준석 대표 징계 사태'에 이어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 간 알력 싸움이 발생하면서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동시에 추락했다.
여전히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 초반에 머물고 있지만, 급락세가 진정된 결과가 나온 것을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선 일단 '큰 불길은 잡았다'는 분위기가 흐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야당에서 '탄핵'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보수층들이 위기감을 느껴 결집한 것 같다"며 "진정 국면에서 더 이상 구설을 만들지 않고 차분하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TK(대구·경북) 지역과 50대 연령층 등 주로 보수층에서 긍정 여론이 대폭 오르며 전체 지지율 상승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신중 모드' 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 '행보 자제'…참모진 전진 배치
소폭이나마 지지율 하락 추세가 진정되는 결과가 나온 것은 대통령실의 선명한 기조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각종 논란을 낳았던 도어스테핑에서 윤 대통령이 발언을 아끼며 신중한 태도로 전환한 모습이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출근길에 사적 채용 논란을 지적하는 질문이 나오자 "다른 말씀 또 없나?"라며 답변을 피했다. 19일에는 부정 여론이 높은 데 대해 "원인은 언론이 잘 아시지 않나. 원인을 잘 알면 어느 정부나 잘 해결했겠죠"라며 "노력하는 것일 뿐"이라고만 했다.
앞서 그동안 도어스테핑에서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을 보였던 데 비하면 큰 변화라는 평가다.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6월 7일), "과거엔 민변 출신들이 도배되지 않았나"(6월 8일),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후보자 중 훌륭한 사람을 봤나"(7월 5일),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캠프 그리고 우리 당사에서 공식적으로 함께 선거운동을 해온 동지"(7월 8일) 등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거나 정쟁의 단초를 제공했던 발언들과 대비되는 측면이다.
각 부처 장관들과 대통령실 참모 등을 전진 배치하며 진용 재구성에 나선 점도 위기관리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새 정부의 가치와 정책을 국민들과 더 자주 공유해달라"며 "장관들이 자신감을 갖고 언론에 자주 등장해 정책을 설명해서 스타(star) 장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추진하면서 내각 수장들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우려, 전면적인 전략 수정에 나선 셈이다. 윤 대통령의 독려 이후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SNS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사적 채용' 관련 반박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취임 후 광폭 행보를 펼쳤던 김 여사 또한 잠행 중인 분위기다. 이달 초 윤 대통령과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일정을 소화한 김 여사는 귀국 후 공개 일정을 자제하고 있다. 당초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과 회동 등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일정을 미룬 상태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여론이 급격히 상승한 상황에서 김 여사의 외부 행보가 자칫 또 다른 논란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부정 여론이 많다는 점을 수용하고 경청하는 자세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라며 "김 여사도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고, 참모들에게도 운신의 폭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 현상으로 인한 대내외 경제 위기와 여권 내 잡음 등 각종 변수가 남아 있기 때문에 긴장감을 늦춰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폭 반등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34.0%포인트 차이로 부정 평가가 여전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고, 전 연령대에서 부정 평가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금 결과는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떨어져 나간 보수층이 되돌아온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지지율 관리를 위해선 정책적인 면에서 개별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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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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