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종묘 90년만에 연결..창덕궁까지 '궁궐 트레킹' 즐긴다
율곡로는 지하터널로 만들고 그 위에 녹지·산책로 조성
왕이 종묘 오갈때 이용한 북신문, 창경궁·종묘 경계인 담장도 복원
일제(日帝)가 갈라놓은 창경궁과 종묘가 90년 만에 다시 연결돼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서울시는 20일 “2010년 공사를 시작한 ‘창경궁~종묘 연결 복원 사업’이 끝나 22일부터 시민들에게 개방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창경궁과 종묘를 가로지르는 ‘율곡로’에 터널을 만들어 지하화하고 그 위에 흙을 덮어 약 8000㎡의 녹지를 만들어 끊어졌던 녹지 축을 연결했다. 이곳에는 참나무와 소나무, 국수나무 등 우리나라 고유 수종 760그루를 심었다.
경복궁 동쪽에 있어 동궐(東闕)로 불린 창덕궁·창경궁과 종묘는 본래 담장을 사이에 두고 연결돼 있었다. 하지만 일제가 1932년 경성 도심부의 도로망을 다시 짜면서 창경궁과 종묘를 가로지르는 ‘종묘관통도로(지금의 율곡로)’를 건설하면서 갈라놓았다. 종묘는 조선 왕조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다. 1995년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풍수지리상 북한산의 주맥이 창덕궁과 창경궁을 거쳐 종묘로 이어졌는데 일제가 중간에 도로를 만들어 끊어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일제가 율곡로를 놓기 전 모습 그대로 복원하는 데 주력했다. 우선 창경궁과 종묘의 경계였던 503m 길이의 담장을 만들었다. 담장은 4만5000개의 돌을 쌓아 만들었는데 그중 9000개는 공사 과정에서 나온 옛 종묘 담장의 돌을 썼다고 한다. 담장 앞에는 2010년 복원 현장에서 발굴한 조선시대 담장의 기초석도 전시했다. 조선시대 왕이 창경궁과 종묘를 오갈 때 이용한 북신문(北神門)도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 이번 공사의 감리를 맡은 김재명 KCI 전무는 “창경궁과 종묘 연결 부위의 높이도 철저하게 고증해 본래 높이와 같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궁궐 담장을 따라 340m 길이의 보행로인 ‘궁궐담장길’도 새로 만들어 덕수궁 돌담길처럼 담을 따라 산책할 수 있도록 했다. 산책로는 창덕궁 돈화문에서 원남동 사거리까지 이어진다. 폭 3m의 산책로는 노약자·장애인 등 보행 약자도 이용하기 편하도록 계단과 턱이 없는 완만한 경사로 설계됐다. 원남동 사거리에는 산책로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하현석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장은 “일제가 단절한 역사 공간을 복원하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며 “왕족이 쓰던 공간을 시민들께 개방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산책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 가능하다. 산책로 서쪽 끝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창덕궁 돈화문과 북촌한옥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광화문에서 출발해 이번에 새로 조성된 궁궐담장길을 거쳐 동대문까지 약 4㎞ 구간이 새로운 궁궐 트레킹 코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1시간 정도 코스로 경복궁과 광화문, 창덕궁, 창경궁, 동대문을 모두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궁궐담장길에서 북신문을 통해 창경궁과 종묘로 출입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다. 창경궁과 종묘의 관람을 위한 매표 시스템이 통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문화재청과 협의해 북신문을 통해 창경궁과 종묘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산책로에 매표소를 설치·운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창경궁~종묘 연결 복원 사업’은 오세훈 시장 재임 시절인 2010년 11월 공사를 시작해 올해 6월 12년 만에 완공됐다. 총 사업비는 1008억원이 들었다. 서울시는 개방 하루 전날인 21일 오후 오 시장과 지역 주민 등이 참석하는 ‘시민개방 행사’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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