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이란, 가스 매장량 1·2위의 '反서방 연대'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2022. 7. 2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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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해 400억 달러(약 52조 원) 규모의 현지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서명했다고 19일 이란 국영 IRNA통신이 보도했다.

IRNA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인 가스프롬과 이란의 국영 석유회사(NIOC)가 공동으로 이란 남부 8개 지역의 가스전을 개발하기로 이란과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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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이란 찾아가 공동개발 합의
이란, 美와 핵합의 복원 불투명속
러와 손잡고 '에너지 무기화' 보조
바이든 중동 '빈손 순방'과 대조
손잡은 러-이란-터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19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과 손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러시아와 이란은 각각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 2위 국가이며 이날 세 정상 또한 미국에 맞선 에너지 연대를 집중 논의했다. 테헤란=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해 400억 달러(약 52조 원) 규모의 현지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서명했다고 19일 이란 국영 IRNA통신이 보도했다. 천연가스 매장량에서 각각 세계 1, 2위인 러시아와 이란이 천연가스 무기화를 통해 ‘반(反)서방 에너지 연대’를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IRNA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인 가스프롬과 이란의 국영 석유회사(NIOC)가 공동으로 이란 남부 8개 지역의 가스전을 개발하기로 이란과 합의했다. 양국 간 협력은 액화천연가스(LNG), 가스관 설치, 원유 제품 생산 등을 포괄한다고 IRNA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예방을 받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란과 러시아는 서방의 속임수를 늘 경계해야 한다”며 “양국은 장기간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이란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돈독히 해 협상력을 높이고, 러시아는 자국처럼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과 손을 잡아 미국 등 서방세계에 함께 맞서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가스프롬은 독일 등 유럽 국가들과 연결된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운영하는 러시아 최대 가스기업이다. 이달 11∼20일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운영을 중단한 러시아는 영구 중단 가능성을 시사하며 에너지난에 시달리는 유럽을 압박해 왔다. 푸틴 대통령은 20일 “가스관을 적시에 재가동하겠다”면서도 “노르트스트림1에서 작동하던 터빈 두 대 중 한 대가 추가로 고장 나 천연가스 공급량이 현재의 절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지난달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량을 기존의 40%로 줄인 상태에서 추가로 공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유럽 각국은 러시아가 연료 공급을 중단하거나 축소할 것에 대비해 천연가스 사용량을 줄이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겨울을 대비한 가스 절약 계획에 천연가스 사용량을 15% 줄이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블룸버그통신은 “연료 수급이 악화될 경우 EU 지역 국내총생산(GDP)이 1.5%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이란 방문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 직후(13∼16일) 단행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인사건과 관련해 사우디를 강하게 비판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인권을 저버린 외교”라는 비판까지 감수하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찾아가 석유 증산을 요청했다가 빈손으로 귀국해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비해 푸틴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력 관계를 재확인하며 천연가스 증산 역량을 추가로 확보해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비 효과’도 누리게 됐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이란 방문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함께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후에도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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