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조 상호금융 가계대출, 이자 경감 조치 못받아 한숨
빌라 구매자 등 상당수가 이용
대기업에 근무하는 A(40)씨는 지난 4월 서울에 빌라를 매입하며 지역농협에서 3개월 변동금리로 4억5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은행에선 빌라를 담보로 대출받기가 힘든데 상호금융인 지역농협은 돈을 잘 빌려줬기 때문이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도 110%(차주단위는 50%)로 은행(40%)보다 높아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었다. 당시 금리는 연 3.2%로 은행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랬던 A씨가 요즘은 금리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달 말 첫 금리 갱신 시기를 맞아 금리가 대폭 오를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는 “1%포인트 안팎 오르지 않겠느냐”며 “대출 금액이 큰 데다 금리 갱신 주기도 3개월로 짧아 사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A씨처럼 상호금융에서 돈을 빌려 빌라나 연립주택 등에 투자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 대출자들 사이에 금리 인상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은행보다 문턱이 낮은 상호금융권에서 상환 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거액의 주택대출을 받다 보니 금리 인상 충격에 더 취약한 것이다. 310조원(중복 포함 3435만명)에 달하는 상호금융권 가계대출 중 90%가 변동금리다. 은행(77.3%)보다 훨씬 변동금리 비율이 높다.
하지만 금리 상한형 주택대출 특약 등 금융 당국이 이자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마련한 각종 지원책은 은행권에만 해당될 뿐 상호금융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상호금융은 지역 농·축협과 신협, 새마을금고 등 조합원으로 가입한 고객을 상대로 영업하는 금융회사를 말한다.
◇상호금융 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율 90.3%
상호금융권은 지난해 은행 가계대출 규제의 ‘풍선효과(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오르는 현상)’로 대출이 급증했다.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상호금융권으로 몰린 것이다.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연간 6.7% 증가하는 동안 상호금융권은 7.1% 증가했다. 새마을금고는 11.5% 늘었다. 작년 1월부터 서울 빌라 매매량이 아파트 매매량을 16개월 연속 추월하고 있는데, 이들 빌라 구매자의 상당수가 상호금융 주택대출을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DSR 규제 강화로 대출 한도가 부족해진 자녀가 시골에 사는 부모님 명의로 토지 담보 대출 등을 받은 경우도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렇듯 불어난 상호금융권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율이 높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20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역농협과 새마을금고, 신협, 수협 등 4개 상호금융회사의 지난 4월 말 가계대출 310조9945억원 중 90.3%(281조원)가 변동금리로 집계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형 상호금융사들은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단기(3개월) 변동금리를 선호하기 때문에 아예 고정금리 주택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곳이 많다”고 했다. 이처럼 단기로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경우 금리 인상 리스크(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
◇금리 상한형 대출 특약은 은행권에만 적용
최근 은행들은 금리 상승기에 취약차주들의 고통을 분담해달라는 금융 당국의 요구에 화답하며 자발적으로 이자 경감 대책을 내놓고 있다. 예컨대 신한은행은 연 5% 초과 주택대출 이용자들의 금리를 5%로 일괄 감면했고, 하나은행은 연 7% 초과 개인사업자 대출 이용자들의 금리를 최대 1%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하지만 상호금융권은 이런 지원책의 무풍지대다. 은행권에 비해 워낙 영세하기 때문에 지원책을 내놓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이 변동금리 주택대출자들의 금리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확대 시행하고 있는 금리 상한형 주택담보 특약 제도도 현재 11개 시중은행만 운영하고 있다. 이 특약은 아무리 금리가 많이 올라도 금융사가 연간 0.45~0.75%포인트까지만 금리를 올릴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으로, 최근 차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상호금융권에선 특약 신청이 불가능하다.
금융 당국의 취약차주 대책이 은행권에만 집중되고 있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2금융권의 경우 은행권보다 취약차주 비율이 훨씬 높기 때문에 지금 같은 금리 상승기에 더 세심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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