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전환은 강요된 선택..'주거 사다리' 무너진다

계현우 2022. 7. 2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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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취약 계층 세입자를 위한 안전 장치는 마련됐다고 하지만, 전국 가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무주택자들의 걱정은 여전합니다.

비싼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월세로 밀려나는 사이 목돈을 모아 집을 산다는 건 옛말이 됐습니다.

계현우 기자가 그 이유를 따져봤습니다.

[리포트]

3년 반 전 3억 3천만 원에 서울 풍납동에서 전셋집을 구한 40대 박 모 씨.

2년 뒤 갱신 청구권을 써 전세금을 조금만 올려줬는데, 만기가 가까워져 시세를 알아보니 그 사이 6억 원이 됐습니다.

같은 동네에 살려면 이제 2억 5천만 원을 빌려야 합니다.

추가 보증금 2억 5천만 원을 시세대로 월세 전환해보니, 70~80만 원으로 이자보단 저렴해 어쩔 수 없이 반전세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전세 세입자 : "전세대출 금리가 너무 올라서 지금 뭐 평균 5%는 줘야지 되더라고요. 한 달에 약 한 104만 원 정도..."]

올해 6월까지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는 4만 2천여 건, 상반기 전체 임대차거래의 39.9%로 역대 최고칩니다.

이렇게 월세 계약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오를 대로 오른 전셋값입니다.

최근 하락세라고는 하지만 이미 너무 높은 수준입니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 3천만 원.

2년 사이 30% 넘게 급등했습니다.

전국으로 따져도 비슷하게 상승했는데 그 사이 4인 가구의 '기준 중위소득'은 8% 정도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버는 돈이 전세 보증금이 오르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박○○/전세 세입자 : "예전에는 전세로 돈을 모아서 집을 사고 했었는데, 비용이 추가로 이제 지출이 되니까 집을 가질 수 있는 꿈조차 꾸는 게 힘들어졌습니다."]

여기에 6%까지 치솟은 전세대출금리, 이사 때마다 내야 하는 부대 비용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최근엔 월세마저 상승세입니다.

[권대중/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 "금리가 올라가면 부동산 (매매) 가격은 하락하지만, 전·월세 가격이 불안해질 수 있거든요. 월세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지면 주거 사다리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무주택자가 전세에 목돈을 묶어두고, 돈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하는 주거 사다리가 흔들리고 있는 사이 올해 상반기 생애 첫 주택 구매자 수는 16만 8천 명으로 지난해보다 40% 감소했습니다.

KBS 뉴스 계현우입니다.

촬영기자:김제원/영상편집:김대범/그래픽:이경민 최창준

계현우 기자 (ky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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