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현 소령 "이륙 전 마음의 부담, 4500m 상공서 날렸다"
전투기 조종사·교관 거쳐 시험비행 조종사로 역사적 순간 연출
“착륙 후 많은 축하 받아…개발·시험 노력해온 모든 분께 영광”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첫 시험비행에 성공한 공군 파일럿이 당시 긴장됐던 순간을 전했다. 경남 사천에서 지난 19일 이뤄진 KF-21의 첫 시험비행 조종간은 공군 제52시험평가전대(52전대) 소속 안준현 소령(공사 54기)이 잡았다.
안 소령이 조종한 KF-21 시제기는 최대 비행고도 1만5000피트(4500m)까지 도달했다. KF-21이 기록한 최대 비행고도는 개발 단계인 항공기의 최초 비행에 가장 적합한 고도다. 1만5000피트는 항공역학적 조종이나 유사시 대응이 용이한 고도다. KF-21은 마하 1.8(시속 2200㎞)의 초음속 비행이 가능하지만 시속 430㎞로 비행하고, 랜딩기어를 접지 않은 채 비행한 것도 만약의 상황을 대비한 첫 시험비행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안 소령은 “내색은 안 했지만, 실은 이륙 직전까지 마음속의 부담이 컸다”면서도 “막상 이륙 후 사천 상공에 떠오른 뒤부터는 편안하고 순조롭게 정해진 경로대로 비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착륙 후 너무도 많은 분의 축하를 받았다”면서 “KF-21 개발과 시험비행을 위해 노력해온 모든 분에게 영광을 돌린다”며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안 소령은 “앞으로도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최종 평가까지) 2000여회 시험비행을 안전하게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착륙 직후 동료들에게 “훈련을 많이 했는데, 훈련한 것과 비슷하게 기체가 움직였다”고 밝혔다.
안 소령은 F-4E 비행대대와 KT-1 기본비행과정 교관 등으로 근무했다. 2016년 개발시험비행 조종사 자격을 획득한 뒤 중고도무인기 개발과 국산 경공격기 FA-50 공대지 무장 확장, 전술용입문기 구매시험 등 다양한 시험평가를 수행했다. 그는 공군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각 2명씩 선발한 총 4명의 한국형 전투기(KF-X) 시험비행 조종사 초도요원 중 한 명으로, 이번에 역사적인 KF-21 최초 비행 조종사로 발탁됐다. 아무도 타보지 않았고 안전조차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항공기에 탑승해야 하는 시험비행 조종사 선발요건은 간단치 않다. 우선 해당 교육과정을 수료한 조종사 가운데 총 비행시간과 시험평가 경력, 근무평정, 어학, 지휘 추천 등을 고려해 선발된다. 특히 KF-21처럼 개발 단계인 항공기에 탑승하기 위해서는 개발 항공기를 시험평가할 수 있는 X-1 자격을 반드시 취득해야 한다.
안 소령이 KF-21 시험비행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것은 지난해 2월부터였다. 항공기 비행제어법칙을 시뮬레이터로 구현해 비행 특성을 파악하는 장비인 조종성 평가 시뮬레이터(HQS), 정상 및 비상 처치 절차에 숙달하는 조종실 절차 훈련장비(CPT) 등으로 훈련했다. KF-21은 거의 모든 조작이 터치스크린 방식의 다기능 시현기(MFD)로 이뤄진다.
안 소령은 2026년까지 2200여소티(출격 횟수)를 통해 KF-21 비행을 시험하는 과정에도 참여하게 된다. 그는 “2200소티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며 “수많은 기술의 집약체인 항공기를 검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최초 비행 성공으로 대한민국은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 진입을 목전에 두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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