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로 뭉친 러·이란·튀르키예

박효재 기자 2022. 7. 20.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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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두고 "서방 빠져야" 연대..자국 개입엔 입장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3자 회담을 하기 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테헤란 |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란·튀르키예(터키) 정상과 3자회담을 갖고 반미 연대를 강화했다.

푸틴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회담하고,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예방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두 번째 해외순방이고, 구소련 국가 이외 지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반이란 연대 강화를 위한 첫 중동 순방 직후 이뤄진 이란 방문이기도 하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서방을 겨냥해 “전쟁은 (러시아의) 반대편이 시작했다”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위험한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AP통신은 이를 두고 푸틴 대통령이 하메네이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확고한 지지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이란 국영 석유공사(NIOC)와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은 이날 400억달러(약 52조4384억원) 규모 석유 및 천연가스 개발·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까지 참석한 3자회담에서 시리아 안정 대책 등을 논의했다. 그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위기는 시리아 내 정파 간 대화로 해결돼야 하며 외세의 간섭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미국의 유프라테스강 동부 주둔은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며 즉시 시리아를 떠나야 한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3국이 틀을 짠 시리아 평화 논의 체제인 ‘아스타나 평화회담’이 시리아의 정치적 혼란을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며 서방의 개입을 거부했다.

이를 두고 3국 관계가 크게 진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이란을 점령했으며, 현재 튀르키예와 러시아는 시리아·아제르바이잔·리비아 등에서 서로 다른 세력을 지원하며 대립하고 있다.

이란과 튀르키예가 러시아 쪽으로 확실히 돌아선 데에는 각국의 군사·경제적 상황이 작용했다. 이란은 미국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을 결집시키면서 반이란 전선을 공고히 하는 것에 대항하기 위해 러시아와 관계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는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과 통화가치 하락에 직면했다. 경제난을 돌파하기 위해 시장 확대가 절실한 튀르키예에 러시아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요 외신들은 지적했다.

다만 시리아를 둘러싼 무력분쟁은 3국 관계 강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러시아와 이란은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있고, 튀르키예는 자국 내 쿠르드족 분리주의 세력과 결탁할 우려를 제기하며 시리아 내 쿠르드족 장악 지역에 대한 군사행동을 벌여 왔다. 자칫 시리아 정부군과 튀르키예군 간 우발적 충돌로 역내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 쿠르드족 무장단체로부터 튀르키예를 보호하기 위해 시리아 북부 국경에 완충지대를 구축하자고 제안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가디언 등이 전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도 튀르키예의 시리아 내 군사작전 자제를 촉구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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