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갈라놓은 창경궁과 종묘, 90년 만에 이었다
일제강점기 끊어졌던 서울 종로구의 창경궁과 종묘 사잇길이 90년 만에 다시 이어졌다.
서울시는 창경궁과 종묘를 단절시킨 율곡로를 지하화하고 윗부분 약 8000㎡를 녹지로 이어 22일 시민들에게 개방한다고 20일 밝혔다.
종묘는 역대 조선의 왕과 왕후의 신주(위패)를 모신 사당으로 왕조의 정통성을 상징한다. 역사극에서 “종묘와 사직이 무너진다”며 통탄하는 대사에 등장할 만큼 중요한 건축물이다. 원래 동궐(창덕궁·창경궁)과 담장을 사이에 두고 하나의 숲으로 이어져 있었으나 조선총독부가 1932년 광화문에서 창덕궁 돈화문을 거쳐 조선총독부의원(서울대병원)으로 이어지는 ‘종묘관통도로’(율곡로)를 개설하며 갈라졌다. 대신 사이에 구름다리(관덕교)를 설치해 오갈 수 있게 했다.
당시 이 자리에 새로 도로를 만든 것이 창경궁에서 종묘로 흐르는 북한산의 주맥을 도로로 끊으려는 의도였다는 해석도 있다. <조선왕조실록>(세종 93권)을 보면 “창덕궁 조계청(朝啓廳) 및 동월랑(東月廊)과 집현전 장서각(藏書閣)이 모두 종묘(宗廟)의 주산 내맥(主山 來脈)에 있다”며 “종묘에 왕래하는 데에 통하게 모두 다 헐어버리고 따로 새 길을 내라”는 풍수지리에 대한 언급도 등장한다.
종묘관통도로와 함께 궁궐 담장, 임금이 비공식적으로 종묘를 방문할 때 이용했던 북신문(北神門)도 사라졌다. 서울시는 도로를 지하화한 위치에 넓은 녹지축을 만들면서, 503m 길이의 창경궁과 종묘 사이 담장과 북신문도 복원했다.
담장은 원형이 남아 있는 구간과 <동궐도>(1907년), <조선고적도>(1931년) 등을 참고하고 공사 중 발굴된 옛 종묘 담장의 석재와 기초석을 30% 이상 다시 사용해 재구성했다. 북신문은 <종묘의궤>와 <승정원일기> 등 문헌에 기반해 규모와 형태가 가장 유사한 창경궁의 동문(東門)인 월근문(月覲門)을 참고해 복원했다.
담장 주변으로 조성된 8000㎡ 규모의 숲에는 창경궁과 종묘에 많은 참나무류와 소나무, 귀룽나무, 국수나무, 진달래 등 한국 고유 수종 760주, 관목·화초를 심었다. 또 복원된 궁궐 담장을 따라 산책할 수 있는 폭 3m의 길도 새로 냈다. 돈화문 앞에서 창경궁 내부를 거쳐 원남동사거리까지 340m 길이로 이어지는 ‘궁궐담장길’은 계단과 턱이 없는 완만한 경사로 설계됐다.
2011년 시작된 역사복원사업이 11년 만에 완료되면서 창경궁과 종묘의 연결 구조는 되살아났지만 당분간 사잇길을 통해 양쪽을 오갈 수는 없는 상태다. 현재 창경궁은 자유관람이지만 종묘는 예약을 통해 시간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창경궁과 종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문화재청과 협의 중”이라며 “궁궐담장길에 매표소를 설치하고, 함양문을 통해 창덕궁과 창경궁을 통행하는 것처럼 진출입 체계를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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