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현 국정원장, 비공개로 취임 첫 미국 방문
한반도 정세 공유·협의 전망
북송 이슈 입장 전달 가능성도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사진)이 19일(현지시간) 미국을 비공개로 방문했다. 북한이 올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각종 미사일의 시험발사를 전례 없이 많이 하고,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 당국자들과 만나 한반도 정세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은 이날 오전 워싱턴 인근 덜레스 공항을 통해 미국에 입국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원장은 VIP 출입구로 공항 건물에서 빠져나왔는데, 직원들이 펼쳐 든 여러 개의 검은색 우산으로 모습을 감추고 대기 중인 차량으로 이동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추정되는 이번 방미가 비공개로 추진된 점을 고려해 모습이 일반에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정원 측은 김 원장의 미국 입국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음에도 “정보기관장의 동선은 확인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김 원장의 미국 체류 기간과 일정 등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김 원장은 취임 이후 첫 방미인 만큼 카운터파트인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에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장(DNI)을 만날 것이 확실시된다.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당국자들과의 접견도 예상된다.
김 원장은 미국 고위 당국자들과 북한 및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3월24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 신형 ICBM 화성-17형을 시험했다고 발표했다. 2018년 약속했던 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을 철회한 것이다. 북한이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에 나선 사실도 파악됐다.
김 원장은 이처럼 핵실험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동향과 전망, 북한의 코로나19 발병 및 방역 상황, 북한이 실제로 도발을 감행할 경우 대응 방안 등 한반도 현안에 관해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협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된 대북정책을 표방한 만큼 이에 대한 설명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 있었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살인을 저지르고 탈북한 어민 북송 사건 등과 관련해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각각 고발한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입장을 미국 정부에 전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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