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10년 만에 '아기 울음'..사라지는 마을들의 현주소
오늘(20일) 밀착카메라는 사람이 자꾸 줄어드는 마을에 다녀왔습니다. 학교나 약국이 사라지거나 십 년 만에 아기가 태어나기도 하는데요.
희미해져 가는 이런 시골 마을들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지, 주민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이예원 기자가 헤아려봤습니다.
[기자]
한창 수업을 하고 있어야 할 평일 낮이지만, 건물도 운동장도 텅 비었습니다.
아이들이 다녔을 교문은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놨습니다.
1930년 처음 문을 연 이 학교는 올해 재학생이 없어서 1년 휴교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지난해 전교생 6명 중 3명이 졸업했고, 3명은 전학 가며 아무도 남지 않게 됐습니다.
[신순섭/전북 임실군 신덕면 : 나도 여기 졸업생이야. 초등학교 42회. 서운하긴 한데 어떡해. 나부터도 아기들 있으면 전주로 가지. 여기선 학원도 못 가잖아. 친구도 없는데 누가 보내겠어.]
임실군의 초등학교는 15곳.
10년 전엔 학생이 총 천백 명도 넘었지만 점점 줄어 지금은 700명 대로 떨어졌습니다.
다른 마을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임경자/전북 임실군 관촌면 : 여기요? 젊다고 하는 사람이 60. 젊다고.]
마을 안쪽으로 들어왔더니 우편물이 가득 쌓인 집이 보입니다.
내부를 살펴보니 온통 잡초가 무성합니다.
아무도 살지 않는 빈 집입니다.
이 옆을 보면 각종 물건과 쓰레기가 키보다 높이 쌓여있습니다.
지자체와 함께 빈집을 철거해왔지만 여전히 4곳이 남았습니다.
[최의범/전북 임실군 관촌면 신전마을 이장 : 미관도 그렇고 환경 문제도…보시다시피 방치돼 있고.]
61가구 100여 명이 사는 이 마을의 주민은 대부분 70대.
작년 크리스마스에 아기가 태어났는데, 10년 만입니다.
[한영자/전북 임실군 관촌면 : {우리 마을에 지금 아기가 10년 됐잖아.} (젊은 사람 대부분) 전주로 애들 가르친다고 이사 갔어요.]
임실군 전체로 봐도 38%가 65세 이상 노인입니다.
[손복순/임실시장 상인 : 그만둔 사람 많지. 장사가 안 되니까. 나도 올해 하고 내년엔 하려나 어쩌려나 기대를 못 해.]
사람들은 젊은 층을 유인할 요소가 없다고 말합니다.
[최의범/전북 임실군 관촌면 신전마을 이장 : 직장이 있어야 하는데 여기선 농사만 지으니까. 공장이나 기업체들이 들어와야…]
[이모 양/고등학생 : 팬시(문구) 파는 데도 있으면 좋겠고요. 학원도 좀 생겼으면 좋겠어요. 영화관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번엔 전북 정읍으로 와봤습니다.
이곳은 시내 번화가 중 한 곳인데, 상점이 연달아 비어 있고 이런 '임대' 현수막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김성/옷가게 운영 (전북 정읍시 수성동) : 40~50대 손님이 제일 많으신 것 같아요. 20~30대는 조금.]
정읍도 정부가 지정한 89개 인구 감소 지역 중 하나입니다.
[이수진/전북 정읍시 수성동 : 대학교 자체를 다른 지역으로 가고 취업도 여기선 잘 안 하니까. 제 주변에 정읍에 취직한 친구는 거의 없어요. 딱히 좋은 일자리가 있다고 느껴지지 않아서.]
마을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지나간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한때 정읍에만 기차역 6곳이 있었지만, 지금 운영 중인 건 2곳뿐입니다.
열차 시간표는 더 이상 채워지지 않고, 빛바랜 간판엔 희미하게 '다방', '약국'이라 써 있습니다.
[박경희/전북 정읍시 고부면 : 이게 약국 건물인데 약국이 없어졌잖아. 정읍 시내로 나가야지. 한 50분, 1시간 걸려요. (버스가) 정읍 시내를 빙 돌아서 오니까.]
[이숙래/슈퍼 운영 (전북 정읍시 고부면) : 자네는 몇 살인가? 이제 젊은 사람들 보면 난 이뻐 죽겠어, 그냥.]
올해 정부는 처음으로 지방소멸 대응기금을 도입했는데 앞으로 10년간 연 1조 원 규모로 집중 투자하겠단 계획입니다.
사람이 떠난 마을이 소외되고 또 사람이 떠나는 악순환.
마을의 붕괴는 지역을 흔들고, 결국 사회는 불균형의 늪에 빠졌습니다.
결국 우리 모두에게 닥친 문제인 셈입니다.
(영상디자인 : 신재훈 / 영상그래픽 : 한영주 / 인턴기자 : 이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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