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처리장에도 실험실이 있어요?"..수도권매립지 30년 사연들
“쓰레기처리장에도 실험실이 있어요?”
2000년 수도권매립지공사에 입사한 김문정(51)씨는 “20여년 전 명함을 상대방에게 건넬 때면 늘 이런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과학적 관리 기술이 부족하다보니 악취로 인한 민원이 들끓고, 주민들의 거부감도 컸다.
‘쓰레기장 실험실’도 열악한 환경 속에 있었다. 실험실의 식기세척기라 불리는 ‘초자세척기’라는 개념조차 없어 연구원들이 모두 수작업으로 시료가 담긴 병을 세척했다고 한다. 그는 “산성 물질 한두 방울이 옷에 튀어 구멍이 뚫려도 심각성을 크게 못 느낄 정도였다”고 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지 않았다. 하루는 질산은이 튀어 손등에 거뭇한 점이 많이 생겼는데 지나가던 선배가 ‘며칠 있으면 없어지니 신경 쓰지말라’고 조언했다. 이정도로 갓난아기 수준에서부터 지금의 고도화 된 매립 기술을 쌓아 올라간 것이다.”
1992년 2월 매립을 시작한 수도권매립지가 올해로 30년을 맞이했다. 수도권매립지는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의 자치단체 조합 형태로 관리되다가 2000년 7월 환경공단 수도권매립사업본부를 공사로 승격시켜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서른 살 매립지 이야기’라는 책은 지난 30년 동안 수도권매립지에서 일한 직원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국정감사장의 파리 덕분에 직원들의 위생관리비가 신설된 이야기, 침출수 저류조의 수위를 측정하다 저류조에 빠져 죽을 뻔한 이야기, 폐페인트를 불법으로 매립하는 현장을 적발한 이야기, 곗돈으로 탄 1200만원이 매립장에 묻힌 이야기 등 매립지와 관련한 사람들의 추억들이 담겨 있다.
1992년 5월 ‘수도권 쓰레기 대란’ 당시 환경정책연구소장을 맡았던 신창현 공사 사장의 일화도 책에서 처음 공개된다. 당시 산업폐기물 반입에 반대하며 주민들이 매립지로 들어오는 모든 쓰레기의 반입을 차단해 한 달여간 수도권 쓰레기 대란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공사는 오는 21일 인천 서구 백석동 공사 홍보관에서 출판 기념회를 갖는다. 공사 측은 “매립지의 쓰레기로 전기를 만들듯 사람들의 이야기로 희망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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