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정부와 뭐가 다른가" 길잃은 과학방역

김진수 2022. 7. 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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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더블링'에 속수무책
항체양성률 조사는 효과 못봐
대책 차별화 없자 불신 커져
보건복지부 장관 공석도 부담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이 2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정부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방역'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정부의 말과는 다르게 코로나19 6차 대유행에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1주일 새 확진자가 2배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이 이어지고, 전파력이 더욱 강한 신규 변이 유입으로 가파른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과학방역 입지가 점점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과학방역 일환으로 추진하는 '항체양성률 조사'가 변이 회피 바이러스로 인해 무용지물이 될 것으로 보이고, 조사결과도 6차 유행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의 방역 대응에 불신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국가 방역·의료를 총책임져야 할 보건복지부장관도 수 개월 째 공석으로 남아 있어 방역 전반에 대한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한 한계를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0일 이기일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 주재로 코로나19 재유행 대비책을 논의하고 하루 확진자 30만명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방역과 의료 측면에서 추가 대응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치료제를 이달 내 94만2000명 분, 올해 하반기 34만2000명 분, 내년 상반기 60만명 분량을 순차적으로 도입키로 했다. 또한 유행이 커지는 만큼 임시선별검사소 설치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검사 접근성을 높이고, 선별진료소·임시선별검사소 주말·공휴일 운영하고 시간도 연장·확대 추진한다.

아울러 전국 1400개 이상의 병상에 대해 가동준비 행정명령을 발령해 단계적 병상 가동 추진하며 검사·진료·치료제 처방까지 한 번에 가능한 '원스톱 진료기관'을 7월말 1만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이전 정부의 방역 강화 방안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그동안 정부가 내세웠던 '과학방역'에도 믿음이 사라지는 모습이다. 가령, '항체양성률 조사'는 방역당국이 과학방역 첫 번째로 실시 중인 대규모 사업이지만, 실효성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현재 우세종으로 성장 중인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는 항체가 있어도 이를 회피해 침투하는 능력이 3배나 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즉, 백신을 접종하거나 이미 확진돼 자연적으로 생긴 항체가 있더라도 BA.5에는 효과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현재의 항체양성률은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0일 0시까지 재감염 추정 사례는 누적 7만7200명에 달한다. 이달 3일부터 9일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세 번째로 감염된 '3차 감염자'는 10명이 발생해 총 누적 108명을 기록했다.

신규 확진자 중 재감염 추정사례가 차지하는 비율은 2.88%로 이는 직전주(6월 26일부터 7월 2일까지)의 2.86%보다 소폭 늘어난 것이다. 특히, 확진자 규모가 커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감염 사례는 더 많아진 것이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지난주 "델타나 BA.2에 비해 BA.5가 면역 회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 보고가 있어 재감염 가능성과 사례가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항체양성률 조사는 8월에 시작돼 이르면 9월 초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확진자 정점으로 예상된 8월 말보다 늦다. 정점을 지난 이후 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3년 동안 경험했듯이 코로나 상황은 예측과 통제가 어려워 대응이 쉽지 않다"며 "일단 자율방역 중심으로 민생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치명률이나 위중증이 증가하는 등 정부가 나설 일이 있다면 추가적인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방역과 의료체계를 모두 관리할 수장의 부재도 문제로 꼽힌다. 윤석열 정부는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에 이어 김승희 전 국회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꼽았으나, 둘 모두 각종 논란에 자진 사퇴하며 새 정부가 들어선지 2개월 넘도록 방역·의료 수장은 공석으로 남아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하마평에 오르는 사람은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위원장과 김강립 전 식약처장 등이 있으나 각종 검증과 인사청문회 등을 거치려면 시간이 더 걸리는 만큼 곧 들이닥칠 유행에는 대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굉장히 위중해 복지부 장관은 없지만 질병관리청장과 복지부 차관을 불러 브리핑을 받고 있다"며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 작업 중에 있으며 장관 인선을 최대한 빨리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진수기자 kim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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