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에게 '궁예 관심법' 쓰라는 경찰..우회전 신호등부터

김기성 2022. 7. 20. 18:5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3203, 4509, 4758, 3883, 3963.'

경찰은 그동안 우회전 신호등이 교통 소통에 많은 지장을 줄 것을 우려해 이를 꺼려왔다.

현행법에서도 '비보호 우회전'이 허용되기 때문에 우회전 차량의 교통 흐름을 방해할 수 있는 우회전 신호등의 설치 근거가 없었다는 게 경찰청의 설명이다.

경찰청은 2023년 1월22일부터 시행되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우회전 전용 신호등을 설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횡단보도 앞 우회전' 개정 법
운전자 주의 의무만 강조
안전 위한 우회전 전용신호는
내년1월 시행규칙 적용돼야 도입
서울 종로구 한 횡단보도에서 우회전하는 차량이 멈춰 있다. 한겨레 김혜윤 기자

‘3203, 4509, 4758, 3883, 3963….’

최근 5년 동안 우회전하던 자동차에 치여 다친 전국의 보행자 수다. 같은 기간 우회전 차량에 의한 사망자도 355명에 달했다. 한해에 71명꼴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셈이다. 사각지대에서의 참변을 막기 위해 경찰은 지난 12일부터 개정된 도로교통법을 적용해 계도와 단속에 나섰다. 개정 도로교통법은 횡단보도 앞에서 우회전하려는 차량은 ‘보행자가 통행하는 때’ 외에 ‘통행하려고 하는 때’까지도 일시정지하도록 의무화했다. 위반하면 범칙금 6만원(승용차 기준)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문제는 우회전 운전자들의 주의 의무를 강조하면서도, 시민 안전을 위한 ‘우회전 신호등’ 설치 등의 조처는 미뤄졌다는 점이다. 우회전 전용 신호를 도입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내년부터 시행된다.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청사거리에 설치된 우회전 차량 전용 신호등(노란색 원 안)을 따라 차량들이 우회전을 하고 있다.

■ 교통 소통 먼저냐 시민 안전이 우선이냐

경찰은 그동안 우회전 신호등이 교통 소통에 많은 지장을 줄 것을 우려해 이를 꺼려왔다. 현행법에서도 ‘비보호 우회전’이 허용되기 때문에 우회전 차량의 교통 흐름을 방해할 수 있는 우회전 신호등의 설치 근거가 없었다는 게 경찰청의 설명이다. 일선 경찰서 관계자들은 “우회전 신호등을 설치하면 기존 신호등과 혼동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고, 사고 민원이 많은 지역에 시범 운영을 하려 해도 예산이 없는데다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도 원만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말은 다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서울·울산 등의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교통사고 빈발 지역에 우회전 신호등을 설치해 시민 안전 확보는 물론 큰 호응까지 얻었다”며 “우회전 교통사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우회전 신호등 설치”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한해 교통 범칙금으로 벌어들이는 당국의 수입은 9천억원에 이른다. 시민 안전을 담보로 거둬들인 수입을 시민과 운전자를 위한 교통인프라 구축에 쓰면 비용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 광교 새도시 한 교차로에서 어린이 통학버스가 우회전 시 보행자를 주의할 것을 알리는 표지판을 따라 조심스럽게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다.

■ ‘우회전 신호등’ 누가 언제부터 설치하나?

경찰청은 2023년 1월22일부터 시행되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우회전 전용 신호등을 설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설치 가능 지역 기준은 △1년 동안 3건 이상 우회전 교통사고가 발생한 지역 △대각선 횡단보도가 있는 곳 △보행자와 우회전 차량 간 사고가 빈번한 곳 등이다. 기존 신호등과 달리 우회전하는 장소 길목에 세로 방향으로 세워진다. 빨간불과 노란불은 기존 신호등과 같지만, 파란불은 오른쪽 진행을 의미하는 ‘오른쪽 화살표’(→)로 표기된다.

경찰청 교통운영과 관계자는 “7월 안에 사고다발지역 등을 포함해 전국 일선 경찰서에서 모두 100곳에 대해 우회전 신호등 설치 신청을 받았고, 이 가운데 조건에 맞는 곳을 골라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8월 중에 시범 운영을 할 예정”이라며 “모든 교차로에 우회전 신호등을 설치하라는 요구도 있지만, 차량 흐름 체계에 대한 연구도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의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우회전 전용 신호등 1개는 설치비와 재료비를 포함해 150만원 정도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위험 지역 교차로 한곳당 설치비는 교통제어장치와 연계하는 비용을 포함해도 700만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글·사진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