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이용대가 4차변론..무정산 합의 여부 두고 줄다리기
넷플릭스 "지금까지 무정산 피어링 관계 지속"
SK브로드밴드(SKB)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퉁치기로 했는지 아닌지를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 갔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 서비스 론칭 당시에는 일반망(퍼블릭 피어링)을 사용해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었으나 이후 전용회선(프라이빗 피어링) 방식으로 연결하면서 사용료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넷플릭스 측은 양측이 처음부터 무정산 피어링 관계를 시작했고 이 관계는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피어링 방식을 놓고도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퍼블릭 피어링과 프라이빗 피어링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정산 여부에도 차이를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넷플릭스는 두 피어링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아 프라이빗 피어링 전환 이후에도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9-1부는 20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항소심의 4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무정산 합의' 여부가 핵심 쟁점
지난 3차 변론기일에 이어 이날도 '무정산 합의'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가 국내 론칭을 준비하던 2015년부터 적극적으로 넷플릭스와 망 이용대가 관련 협상에 나섰으나 번번이 무산됐으며, 구체적인 망 이용대가 합의는 추가 협의사항(오픈 이슈)으로 남겨뒀을 뿐 어떠한 무정산 합의도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처음 미국 시애틀의 IXP(상호접속시장)인 'SIX'를 통해 연결한 것은 퍼블릭 피어링 방식으로 별도의 비용을 청구할 필요가 없었으나 이후 일본 BBIX에서 프라이빗 피어링으로 연결한 이후부터는 망 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SK브로드밴드의 제안만으로 간단히 연결지점을 변경할 수 있었던 것은 종전 방식과 동일한 무정산 방식이었기 때문이라며, 연결지점이 시애틀에서 변경됐을 뿐 트래픽을 직접 교환하는 피어링 방식에는 어떠한 변동도 없었고 자연스럽게 무정산 연결 합의 또한 유지됐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또 트래픽 양이나 회선 용량 등을 고려해 넷플릭스 트래픽을 일반망으로 전송할지, 전용망으로 전송할지는 SK브로드밴드가 자체적으로 결정한 사안이라고 했다. SK브로드밴드에 가장 이익이 된다고 스스로 판단해 결정한 것인데 프라이빗 피어링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연결방식 두고도 팽팽
양측은 퍼블릭 피어링과 프라이빗 피어링 방식의 차이에 있어서도 대립각을 세웠다.
SK브로드밴드는 두 방식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고 있다. 퍼블릭 피어링은 포괄적인 합의를 통해 SK브로드밴드 같은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나 넷플릭스 등 CP(콘텐츠 생산자) 상호 간 개별적인 합의 없이도 트래픽을 교환할 수 있는 방식을 말한다.
하지만 프라이빗 피어링에선 망 이용대가 지급이 필요하다는 게 SK브로드밴드 측의 주장이다. 2018년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퍼블릭 피어링만으로는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해지자 SK브로드밴드는 안정적인 트래픽 관리를 위해 프라이빗 피어링 방식으로 연결 방식을 변경하게 된다.
반면 넷플릭스는 당사자가 피어링 방식으로 트래픽을 '직접 교환'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퍼블릭 피어링 시에는 IXP 스위치를 이용해 직접 연결하고 프라이빗 피어링은 IXP 스위치를 이용하지 않고 당사자들의 회선을 연결한다는 점만 다를 뿐이라는 설명이다.
SK브로드밴드 측 법률 대리인은 "원고 대리인이 제출했던 이메일 중에서도 OCA 관계 등에 대한 일방적인 얘기만 있었지 망 이용대가를 청구하지 않겠다, 무상으로 해달라고 합의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며 "명시적인 합의가 없었다는 것은 넷플릭스도 인정하는 바"라고 했다.
넷플릭스 측 법률 대리인은 "피고는 원고들과의 피어링이 이익이 된다라고 판단해서 다른 트랜짓 사업자를 통한 전송 대신 원고들과의 직접 연결을 통한 피어링 방식을 선택하고 현재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며 "말로는 원고들과의 피어링 때문에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피어링을 중단하지는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피고는 피어링으로 인한 이익은 이익대로 누리고 추가로 돈을 받겠다는 것"이라며 "세계 대부분의 피어링이 무정산으로 연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원고와 피고가 비용을 정산하기로 했다면 최소한 비용에 관한 협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혜선 (hs.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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