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20억원'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된다

20일 건정심서 건강보험급여 인정
소득에 따라 83∼598만원만 부담
복지부 "8월1일부터 건보적용 계획"

졸겐스마 제품. 한국노바티스 제공.

“목을 가누지 못하고 앉아 있을 수도 없어 누워만 생활하며 삼킴장애가 있어 두 달에 한 번 꼴로 폐렴에 걸립니다. 119(구급대)를 부르는 건 일상이 되었고 호흡이 불안정해 호흡기를 착용 중입니다.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치료제가 허가됐다고 알고 있지만, 치료제 가격이 25억이라고 합니다. 치료제는 있으나 돈이 없어 우리 아이들이 죽거나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합니다.”

지난 2021년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한 남아무개씨의 호소다. 당시 남씨는 희귀질환인 척수성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SMA)을 앓고 있는 13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비용 때문에 치료제를 투여할 수 없는 현실을 호소하며 건강보험 적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척수성근위축증은 운동 기능에 필수적인 생존운동신경세포(Survival Motor Neuron·SMN) 단백질이 부족해 전신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희귀·난치 질환으로, 전 세계 신생아 1만명 당 1명꼴로 발생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비용 때문에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를 처방받지 못하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0일 보건복지부(복지부)는 건강보험 최고의결기구인 제16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성분명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현재 졸겐스마의 1회 투여 가격은 20억 남짓이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83만~598만원만 내면 된다. 보건복지부는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고시를 개정해 졸겐스마 등 결정된 약제에 대해 8월1일부터 건강보험 신규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 허가된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는 ‘스핀라자(성분명 뉴시너센나트륨)’와 졸겐스마 두 가지다. 1회 투여당 9300만원이 드는 스핀라자는 첫 해에 5번을 투여한 뒤 이후 매년 연간 3회를 맞아야 한다. 1회 투여당 9300만원이 들지만, 2019년 건강보험이 적용돼 소득에 따라 연간 83만~598만원만 내면 된다. 하지만 이번에 건강보험이 적용된 졸겐스마는 1회 투여만으로 질환을 개선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유전자 치료제다.

자료 한국노바티스 제공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게 된 졸겐스마 투여 대상은 척수성근위축증 환자 가운데서도 중증인 제1형 SMA 환자로, 태어난지 12개월 안이어야 한다. 제2형과 제3형 SMA 환자는 기존에 건강보험 급여로 인정된 스핀라자를 투여하면 된다. 오창현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이번에 허가된 졸겐스마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면, 1년에 7명의 환우가 소득에 따라 83만∼598만원을 내고 치료제를 투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졸겐스마의 건강보험 적용을 요구해 왔던 최혜영 의원은 이날 <한겨레>에 “이번 결정으로 그간 척수성근위축증으로 힘들어하시던 국민께 큰 힘이 될 것 같아 매우 기쁘다”며 “중증·희귀난치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가격 부담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대한민국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