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열돔' 화상 입은 유럽.."40년 넘게 간다, 이런 폭염"
폭염 적색경보, 학교 휴교령
철로 휘어 전차 운행 중단도
그리스·스페인 등 곳곳 산불
유럽 각국 수돗물 사용 제한
유럽이 40℃가 넘는 폭염에 산불까지 겹치며 몸살을 앓고 있다. 폭염은 올여름 내내 이어지고 앞으로 40년 이상 계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19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WHO)와 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런 종류의 폭염이 앞으로 수십년간 더욱 잦아질 것이며 적어도 2060년까지 기후 악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기상기구 응용기후서비스 책임자인 로버트 스테판스키도 이 자리에서 “폭염이 언제 끝날 것인가 모든 사람이 묻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다음주 중반까지는 아닐 것”이라며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국제기구는 공중보건 시스템을 강화하고 냉난방, 교통과 수도 등 사회기반시설을 변화하는 기후에 맞게 개선하는 전반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 기상청은 이날 중부 링컨셔 코닝즈비의 기온이 오후 4시 기준 40.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영국 기상관측사상 가장 높은 기온이었다. 런던 시내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 히스로가 40.2℃, 큐 가든이 40.1℃로 여러 곳에서 40℃를 넘어섰다. 영국 정부는 이런 이상 기온에 맞서 지난 17일 잉글랜드 지역을 중심으로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폭염 ‘적색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인해 영국 사회가 사실상 마비됐다. 곳곳에서 철로가 휘고 포장된 도로가 녹았다. 고압 전력선이 늘어져 내려와 전철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으며 많은 학교들이 휴교에 들어갔다. 런던의 응급차량은 열사병 등에 노출된 환자들의 긴급 호출 증가로 운행이 늘었다. 영국 기상청의 스티븐 벨처 과학최고책임자는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가 이런 극단적인 기온을 만들어냈다”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이런 극단적인 열파가 3년에 한번 영국을 덮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의 사정도 비슷했다. 파리의 19일 오후 3시 현재 기온은 40.1℃까지 올라 기상관측 150년 역사에서 세번째로 더운 날로 기록됐다. 프랑스 기상청은 이날 64개 지역에서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폭염과 함께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남서부의 유명한 와인 산지 지롱드에서는 지난주 시작된 산불로 2만㏊(200㎢)가 불탔으며, 3만7천명이 대피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에서도 크고 작은 산불로 고통을 겪고 있다. 다만, 이튿날인 20일 아침 기온은 영국 런던은 아침 기온이 20도 아래로 내려가고 프랑스 파리 낮 최고 기온도 25도에 그쳤다.
서유럽 전역에 이상 고온을 몰고 온 이번 열파는 서부 유럽에 광범위하게 자리잡은 ‘열돔’ 고기압에서 비롯됐다. 이 열돔은 포르투갈 서부에 발달한 저기압이 북아프리카의 뜨거운 공기를 계속 유입하는 구실을 하면서 비정상적으로 커졌다. 그로 인해 포르투갈의 14일 기온이 47℃까지 치솟았고, 16일 현재 기준으로 지난 일주일 동안 열파의 영향으로 658명이 숨졌다. 열돔은 동쪽으로 움직이며 서유럽뿐 아니라 독일 중·동부 지역과 폴란드, 스칸디나비아반도 남부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유럽 각국들은 수돗물 사용을 제한하는 등 폭염 대응에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스위스 남부 멘드리시오 지방정부는 지난 15일 식수로 공급되는 수돗물로 세차를 하거나 수영장 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영국도 폭염으로 급증한 물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런던 등 일부 지역에서 수압을 낮추는 등의 방법으로 물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다.
특히 비교적 기후가 서늘한 편이었던 영국은 에어컨을 설치한 가구가 적어 많은 시민들이 이번 폭염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 그랜트 섑스 영국 교통부 장관은 “우리가 익숙했던 기온보다 매우 덥거나 매우 추운 기온을 견디기 위해 기반시설을 교체하고 향상하는 데 긴 과정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 지하철엔 냉방 장치가 없는 노선도 있다. 이들 시설을 전부 고치려면 수십년이 걸릴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을 밝힌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염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이미 심각해진 전세계 식량과 에너지 상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해나 클로크 레딩대 수문학 교수는 이날 <가디언>에 “이번 폭염은 기후 비상사태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며 “기록적인 날씨와 에너지 가격의 충격에도 정치인들에게 진지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미향 박병수 기자 aroma@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이재명·박남춘은 탈퇴했던 지역 사교모임, 김동연·유정복 ‘기웃’
- 통일부는 언제부터 정권 돌격대가 됐나
- 운전자에게 ‘궁예 관심법’ 쓰라는 경찰…우회전 신호등부터
- ‘40도 열돔’ 화상 입은 유럽…“40년 넘게 간다, 이런 폭염”
- 오늘밤과 주말, 전국 곳곳 장맛비…이후 본격적인 폭염 닥친다
- 세금으로 코인 빚 갚아준다고?…‘청년층 빚 감면’ 오해와 진실
- 통일부·국방부·국정원은 왜 이리 ‘자기반성’에 열심일까
- 제주 수학여행 다녀온 고등학교서 159명 코로나 집단감염
- 쿠팡서 폭염에 3명 실려가…‘가짜 에어컨’ 들고 50㎞ 시위
- 차별 우려에도…‘최저임금 차등적용’ 다시 군불 지피는 대통령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