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간 경쟁은 나쁜 일은 아니지만"..권성동·장제원 또 불협화음

김건호 2022. 7. 2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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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핵관 형제'들 간 아슬아슬한 대립구도
"한번 형제는 영원한 형제".. 오래가지 못해
당대표·사적 채용논란 두고 갈등 양상 포착
尹 지지율 연일 추락인데.. 형제 갈등 부담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장제원 의원이 그 뒤를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형제 사이의 작은 경쟁은 그리 나쁜 일은 아니죠. 특히 입양아들 사이에선.”

미국의 정치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미국의 부통령인 프랭크 언더우드는 자신의 보좌관인 더그 스탬퍼와 세스 그레이슨이 스캔들 해결책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자 이렇게 말한다. 이어 그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서로를 밀어내지 않으면 그들 중 하나는 고아원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두 사람의 경쟁을 부추기듯 독백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두 얼굴의 정치인인 프랭크가 여당 원내 부총무에서 대통령으로 가는 여정을 그린 이 드라마에서 프랭크는 두 보좌관의 경쟁심을 자극하고 때로는 채찍질하며 자신의 대선 가도에 발판으로 삼는다.

그의 대사처럼 우애가 좋은 ‘형제’간의 경쟁은 서로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경쟁을 넘어 전쟁이 될 경우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형제’들 간의 아슬아슬한 대립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정평가가 60%를 넘어선 어려운 상황에 ‘형’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과 ‘동생’ 장제원 의원간의 갈등이 여당과 정부의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원한 형제 내세운 윤핵관, 이제는 불화설에

“한번 형제는 영원한 형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6월 장 의원은 권 대행과의 불화설이 나왔을 때 이같이 말하며 “성동이형과 갈등은 없다”고 말했다. 당시 장 의원을 중심으로 만든 ‘민들레’(민심 들어 볼래) 모임이 또 다른 계파를 형성하고 있다는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 나왔고, 권 의원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었다.

그들의 말대로 영원할 것만 같았던 윤핵관 형제 간의좋은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두 사람 사이의 잡음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징계 이후 지도부 공백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본격화됐다.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왼쪽)와 장제원 의원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한 뒤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이 당 대표 직무대행을 하겠다는 입장을 강하게 내세운 권 대행과 조기 전당대회를 추진하자는 장 의원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당 대표의 직무대행까지 갖춰 확실한 당권을 쥐겠다는 권 대행과 이 대표의 징계를 계기로 새로운 핵심 권력으로 급부상하고자 했던 장 의원의 속마음이 당시 드러났다는 게 일반의 평가다.

장 의원은 직무대행 체제가 결정된 지난 11일 국민의힘 중진 모임과 의원총회를 모두 불참하며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에 두 사람은 지난 15일 전격 오찬 회동을 가지고 불화설 진화에 나섰고, 권 직무대행은 기자들에게 “(장 의원과) 사이 좋다… 한번 동생은 영원한 동생”이라고 했다. 장 의원도 14일 페이스북에 “권성동 대표와의 갈등, 불화설에 대해 저는 현 상황에 대해 한마디도 한 적 없다”며 “조용히 지켜볼 뿐”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불과 며칠만에 다시 대통령실 사적 채용논란으로 둘 사이에 갈등 양상이 포착됐다.

장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에 사적 채용 논란 등에 휩싸인 권 원내대표를 향해 “말씀이 무척 거칠다. 그러한 표현들은 삼가야 한다”고 직격했다. 이른바 ‘강릉 촌놈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권 대행을 직격한 것이다.

앞서 지난 16일 권 대행이 윤석열 대통령의 강릉 지역 지인인 우모씨의 아들이 대통령실 행정 요원으로 채용된 것에 대해 논란이 일자 “내가 추천했다. 장제원 의원에게 부탁했다”면서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더라.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데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냐. 강릉 촌놈이”라고 한 부분을 문제삼은 것이다. 덩달아 부정채용 의혹에 휩싸인 장 의원은 “저는 권 대행으로부터 어떤 압력도 받은 적이 없다. 추천을 받았을 뿐”이라고 권 대행의 발언을 반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지율은 연일 추락인데 형제 갈등 尹에 부담

윤핵관 투톱인 두 인사의 갈등은 결국 윤 대통령에겐 부담이다. 특히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60%를 넘긴 상황에서 여당이 내홍에 휩싸이면서 향후 국정운영 동력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점을 의식하듯 권 대행은 장 의원의 지적을 수용하고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의 표현으로 논란이 커진 것은 전적으로 저의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또 “초심으로 경청하고 설명이 부족했던 부분은 끊임없이 말씀드리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권 대행이 이날 사과 메시지를 낸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의 지지율도 계속 추락하는 등 잇따른 악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권 대행이 사적 채용과 관련해 낸 메시지와 표현 방식이 부적절하다는 언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어 직무대행 체제를 향한 당내 일각의 견제까지 시작되자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그 속내는 다를 수 있다.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넘어서는 데드크로스가 장기화한다면 정권 초반부터 거대 야당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고, 자칫 정책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여론조사를 보면, 그가 민생을 잘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여당내 화합과 정책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 수행 긍정평가는 35.6%, 부정평가는 61.6%다. 여론조사 기관 알앤써치가 지난 16~18일 사흘간 조사한 결과, 긍정과 부정 간 격차는 다소 좁혀졌지만 여전히 전 연령대에서 부정평가가 과반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72.1%)와 40대(73.4%)에서 부정평가가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별·연령대별·지역별 인구 구성비에 따른 비례할당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전화 RDD 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4.8%, 표본오차는 95%의 신뢰 수준에 ±3.1%p다. 더욱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여론조사결과 등록현황을 참고하면 된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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