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위로가 필요한 청년들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이숙종 2022. 7. 2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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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을 케어하는 '아산청년마인드링크'

[아이뉴스24 이숙종 기자] 열정과 도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나이. 뭐든지 이뤄낼 수 있어 나약한 마음을 먹어선 안된다고 강요받는 세대. 하지만 2030 청년들이 위태롭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월 발간한 ‘코로나19 발생 전후 삶의 만족도와 사회통합 인식의 변화’ 보고서를 보면 20~30대의 행복지수가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0점(전혀 행복하지 않았다)부터 10점(매우 행복했다)까지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 2019년 6.84점에서 2021년 6.55점으로 하락한 반면 우울감을 느끼는 정도는 2년 만에 2.44점에서 2.67점으로 높아졌다.

정부는 지난 2020년 8월 청년기본법 시행에 따라 만 19~34세의 청년 가구원을 포함한 전국 약 1만5천가구를 대상으로 다음달 26일까지 '청년 삶 실태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한다. 종합적 조사를 통해 청년 삶 개선·발전 위한 근거로 활용하고 국가승인통계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아산시 배방읍에 위치한 아산청년마인드링크 [사진=이숙종 기자]

이런 가운데 청년들의 정신건강에 보살피기 위해 지역사회도 나섰다. 정신건강의 위기에 처한 청년들을 위한 토탈케어를 제공하는 '아산청년마인드링크'다.

보건복지부와 충남도, 아산시가 함께 마련한 센터로 청년들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역할을 한다.

아산청년마인드링크는 작년 12월말 개소하고, 올해 2월부터 본격 운영을 시작했다. 충남에서는 처음 문을 연 곳이다. 개소 6개월 남짓임에도 이곳을 찾는 청년들은 30여명에 달한다.

타 지역 센터가 1년간 10여명이 찾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호응이 높은 편이지만 그만큼 정신건강이 위태로운 청년들이 많다는 이유이기에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

마음이 지친 청년들에게 '어떠냐'고 조심스레 물어 주는 곳. 아산 마인드링크를 찾았다.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20일 아산 배방읍에 위치한 마인드링크에 들어서자 고소한 빵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센터 관계자는 '오늘 베이커리 수업이 있는 날'이라고 했다.

정신건강을 돌보는 센터지만 단순히 상담만 하는 곳은 아니다.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은 다양했다.

무언가를 만들고, 함께 책을 읽고, 또 서로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센터는 이런 평범한 것도 충분히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마인드링크 온라인 홈페이지 첫 화면에 떠 있는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라는 평범한 물음이 위로가 됐다는 말도 종종 전해 듣는다. '건강한마음, 아픈마음에 편견없는 청년들의 친구'로 평범함 속의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것이 센터가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다.

아산청년마인드링크 베이커리 프로그램에서 참여자들이 빵을 만들고 있다. [사진=이숙종 기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서로의 이름 대신 각자가 정한 닉네임으로 부른다. 정신건강을 위한 센터인 만큼 혹시라도 실명을 밝히는 것이 부끄럽거나 사생활에 부담이 될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국가공인 정신건강전문가인 직원들 역시 서로를 닉네임으로 부른다.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정신과전문의 센터장도 예외는 아니다. '바나클' 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센터장은 이곳을 찾는 청년들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의사지만 가급적이면 치료·진단 이라는 의학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센터장은 이곳을 찾는 청년들과 깊은 소통을 통해 의학의 힘이 필요할 경우 병원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가벼운 심리적 불안과 우울증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치유하는 것이 목표다.

아산청년마인드링크 바나클 센터장이 센터 운영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이숙종 기자]

바나클 센터장은 "정신과의사로서 환자분들을 만나며 늘 가지고 있던 고민 중의 하나는 ‘입원했던 환자가 퇴원하고 나면 그들은 어디로 돌아가는가'였다" 며 "입원환자 뿐 아니라 가벼운 문제로 외래치료를 받는 분들도 일주일 혹은 이주 뒤에 오시라고 하면서 이분은 다음에 만나게 될 때까지 잘 지내다 오실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건강의 경우 옆에서 도움을 줄 자원이 필요하다. 청년 1인가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며 "정신건강의 문제로 필요할 땐 치료를 받으라 말 해주는 것, 그리고 혼자 있게 두지 않는 것, 고립되지 않도록 옆자리를 지켜주는 것들이 중요한데 가족, 친구에게 부탁하고 도움을 받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청년을 위한 정신건강 전문 센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혼자가 된 청년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청년마인드링크는 공공센터로서 청년정신건강관리를 위한 토탈케어 서비스를 지향하겠다는 취지에 걸맞게 사회·청년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B.A. 바리스타, 소셜다이닝, 부엉이 북클럽, 부엉이 이어달리기 등 소통 위주의 프로그램과 비정기적으로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하는 ‘찾아가는 영상교실’, ‘마인드힐링 숲체험’을 진행 중이다.

또, 지역사회 정신건강 사업으로 아산시 청년정신건강실태조사, 아산청년마인드케어, 정신건강 가족교육, 게이트키퍼 양성교육 등을 운영한다.

부엉이도시락배달사업 포스터 [사진=아산시]

올 하반기부터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사회문제인 은둔청년에 집중 할 계획이다. 하지만 어려움도 많다. 말 그대로 '숨어버리는' 성향은 사회 밖에서 찾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활동을 게을리 할 수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을 사회와 단절된 채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들과 소통하고자 추진하고 있는 것이 '부엉이도시락배달사업'이다.

사회로 나오기 힘들어하는 청년들을 찾아가 사소하지만 밥 한끼의 따뜻함을 전해 사회와의 끈을 다시 잇는다면 세상 밖으로 나올 용기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바나클 센터장은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는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필요한 분들이 선뜻 그 도움을 청하는 데 마음의 문턱이 높을 수 있다"며 "마인드링크는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잇는'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도움이 필요한 경우 '학교와 사회, 병원을 잇는' 역할로 도움을 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아산=이숙종 기자(dltnrwh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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