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돌며 '세 결집' 나선 이준석..박지현, 출마 불허 수용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전국을 순회하며 자신을 지지하는 청년 당원들을 만나고 있죠. 어제(19일)는 춘천을 찾았는데요. 당 윤리위와 정면충돌하는 대신 세 결집을 하면서 장외전을 벌이는 모습입니다. 또 민주당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 출마가 최종적으로 좌절됐는데 이를 수용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재명 의원을 다시 저격했는데, '줌 인'에서 두 사람 얘기를 정리했습니다.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물과 기름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난 두 차례 선거에서 활약한 청년 정치인이라는 점인데요. 특히 지선 때는 거대 양당의 수장으로 당을 이끌고 있었죠. 거기다 선거 이후 토사구팽을 당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는 것도 똑같습니다. 한 명은 성상납 증거인멸 의혹으로 징계를, 다른 한 명은 당권 도전을 둘러싼 갈등으로 흔들리고 있는데요. 혹자는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을 묶어 청년 정치의 위기라고 거창한 해석을 내놓기도 하지만요. 공교롭게도 시점이 겹쳤을 뿐 이를 청년 정치 전반의 위기로 일반화하긴 어렵다는 반박도 있죠. 두 사람이 겪고 있는 역경의 성격 역시 매우 다르다는 건데요.
[김용태/국민의힘 최고위원 (시사IN '정치왜그래?' / 음성대역) : 저는 이준석 대표와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을 단순히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고 보고요. 이준석 대표가 청년이어서 토사구팽당했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이거는 대표의 어떤 성상납 여부 의혹 관련된 것이니까요.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관련해서는 지금 본인이 스스로 당대표 출마하는 것과 관련해서 정치적 정당성을 잃어가는 거 아닌가에 대한 생각은 있습니다.]
두 사람의 당내 입지 역시 다릅니다. 이준석 대표는 선거 기간 기획력과 추진력을 인정 받았죠. 10년 이상의 정당 생활을 통해 당내 지지 기반도 일정 부분 다져뒀는데요. 박 전 위원장은 당내 원톱을 맡긴 했지만 선출직 당 대표가 아닌 비대위원장이었죠. 상대적으로 정치 경력이 짧고 당내 입지도 미약한 편인데요. 그래서인지 두 사람이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도 상당히 다릅니다. 이 대표가 '변화구'를 구사한다면 박 전 위원장은 '돌직구'로 승부 중인데요. 먼저 이 대표의 '변화구'부터 살펴볼까요?
[권성동/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YTN '뉴스Q' / 지난 14일) : 글쎄, 뭐 이준석 대표 입장에서야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그러니까 그런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전국을 주유하는 것은 본인을 위해서도 좋다.]
이 대표, 잠행 아닌 잠행 중이죠. 윤리위의 징계 결정 이후 도장을 깨듯 전국을 돌고 있습니다. 자신의 주 지지층인 2030 청년 당원들을 만나며 소통 행보에 나선 건데요. 이 대표를 만나겠다고 신청한 이들도 8,000명을 넘겼다고 합니다. 정면 승부보다는 세 결집을 통한 장외전을 벌이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입니다. 지난 12일 광주를 시작으로 16일에는 경남 창원, 17일 부산 그리고 어제는 강원도 춘천을 찾았는데요. 춘천의 한 닭갈비 식당에서 2030 지지자들과 닭갈비에 막걸리를 곁들이며 2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이 대표가 손수 '소맥'을 제조해 당원들에게 돌리기도 했다는 후문입니다.
무엇보다 강원은 '윤핵관'인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의 지역구가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 대표의 노림수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이 대표가 방문한 닭갈비집은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뒤 강원도 첫 순회 일정 때 찾은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윤 대통령과 입당을 두고 밀당을 벌일 때도 이 대표는 춘천 닭갈비를 유인책으로 썼었죠.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지난해 7월 22일) : {국민의힘에 입당한다면 계륵은 아닐 거다.} 그렇죠. {닭 날개가 됩니까, 그러면?} 계륵이 이제 닭갈비인데 꼭 삼국지 고사에 닭갈비만 있는 게 아니라 춘천 가시면 맛있습니다, 닭갈비.]
이 대표, 강원도에 간 김에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저녁을 함께 했는데요. 김 지사는 내심 이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지난 지선에서 공천 신청을 했다가 컷오프됐던 쓰라린 기억이 있는데요. 김 지사는 항의 표시로 국회의사당 앞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갔죠. 이때 이 대표가 저녁에 직접 이불을 챙겨 들고 위로차 김 지사의 농성장을 방문했던 겁니다. 이후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과거 문제 발언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조건으로 김 지사에게 기사회생의 기회를 줬습니다.
[김행/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대변인 (4월 18일) : 김진태 후보가 5·18과 불교 관련 문제 발언에 대해서 진솔한 대국민 사과를 한다면 다시 논의해 볼 수도 있겠다 하는…]
[김진태/당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예비후보 (4월 18일) : 앞으로 다시는 5·18 민주화 운동의 본질을 훼손하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저도 어려운 상황이 되니 상대방의 처지를 미처 살피지 못한 점 크게 후회가 됩니다.]
김 지사는 그 당시의 고마움을 잊지 않은 듯합니다. 이불 선물의 보답으로 이 대표에게 강원도 홍삼액을 선물했다고 합니다. 홍삼의 색깔, 국민의힘 당색과 마찬가지로 붉은색이죠. 홍삼의 빨간 기운을 받아 다시 일어나란 의미를 담은 건 아닐까요?
김 지사는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워낙 씩씩하셔서 홍삼액은 제가 더 필요해 보였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는데요. "인생 뭐 있나요? 이렇게 사는 것"이라 적었습니다. 이 대표도 페이스북으로 화답했는데요. 선거 기간 강원도와 약속한 것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나타냈습니다. 강원도의 교통 발달과 지역 맞춤형 첨단 산업의 유치를 기원하기도 했는데요. 오늘은 원래 강원 원주를 찾을 계획이었다고 하는데 일정을 보류했습니다. 예기치 않게 동선이 알려지면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는 어제 윤리위 징계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는데요. 한 지역 매체의 보도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입을 열었습니다. 당 윤리위가 김성태·염동열 전 의원에 대해 당원권 3개월 정지의 징계를 내린 것을 두고 이 대표와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논란이 일었죠. 해당 매체는 '염동열·김성태 당원권 3개월 정지에 이준석 "억울한 것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는데요. 이 대표는 "기사에서 왜 이런 제목과 내용이 나왔는지 의문"이라고 즉각 반박했습니다. "윤리위의 판단에 대해서 따로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 "그들이 한 판단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잘 해명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는데요. 윤리위의 징계를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단 입장을 드러낸 셈입니다.
자, 이렇게 이 대표가 장외전이란 변화구를 구사하고 있는 동안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한 가지 구질로만 승부를 보고 있었는데요. 오로지 돌직구입니다.
[박지현/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지난 15일) : 저 박지현이 한번 해보겠습니다. 썩은 곳은 도려내고 구멍 난 곳은 메우겠습니다.]
박 전 비대위원장, 우상호 비대위원장의 만류에도 전당대회 출마를 강행했는데요. 출마 선언 뒤 서류까지 접수했지만 끝내 출마가 좌절됐습니다. 박 전 위원장도 이제야 직구 하나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듯합니다. "비록 출마 자격을 얻지 못했지만, 저에게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지도부의 불허 결정에 승복 의사를 밝힌 겁니다. 다만 폭력적 팬덤 정치의 위험성, 민주당 내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알린 것만으로도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며 스스로 위로를 건넸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돌직구 한 방은 누군가를 위해 아껴뒀던 모양입니다.
남은 힘을 끌어모아 이재명 의원에게 돌직구를 뿌렸는데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18일) : 박지현 (전) 위원장에게도 도전의 기회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 전 위원장, 이 발언을 두고 "출마가 좌절된 다음에야 도전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말하는 기회주의 정치로 피날레를 장식하는 장면"이라고 비꼬았는데요. "'이재명의 영토'만 갖고는 총선 승리도, 집권도 불가능하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어대명' 선거는 당이나 이 의원이나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말이죠.
이젠 마지막 공을 던진 박 전 위원장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요. 당분간 쉬면서 에세이 출간을 준비할 것으로 보입니다. 비대위원장을 맡으며 느꼈던 점을 글로 정리한다는 계획인데요.
[박지현/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 4일) : 뭐 일단 제목은 '20대 비대위원장의 민주당 80일'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제목도 정해졌어요, 이미?} 네 가칭인데요. 비대위원장 하는 그런 시간, 비대위원장을 하면서 지냈던 그런 일들을 좀 청년의 입장에서 어땠는지 가감 없이 좀 풀어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다른 주자들과 연대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지만요. 박 전 위원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지는 않은 듯합니다.
자, 오늘은 이렇게 서로 전혀 다른 색깔의 두 청년 정치인이 위기를 헤쳐 나가는 방법을 살펴봤는데요. 두 정치인이 터널을 지나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 나갈지 궁금해집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영화 속 대사로 대신합니다.
[영화 '짝패' : 살아보니께~ 강한 놈이 오래 가는 게 아니라 오~래 가는 놈이 강한 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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