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m 도크에 올라간 대우조선 사무직.."이러다간 공멸" 맞불집회
금속노조 총파업 결의하고
거제 조선소에 집결 "투쟁"
"하청노조 파업 중단하라"
원청 직원 4천명 맞불 집회
임금 인상률 노사 이견 좁혀
이정식 고용장관 급히 거제행
'손배소' 풀리면 타결 가능성도
◆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 ◆
2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중부권 이북의 조합원들은 서울역에, 영호남 조합원들은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앞에 모여 대규모 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서울역에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삼각지역까지 행진한 금속노조 조합원 5000여 명은 '노동중심 산업전환' '대우조선하청 투쟁승리'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윤장혁 전국금속노조 위원장은 "노조가 여러 차례 양보안을 제시했는데도 정부가 하청 노동자 투쟁을 불법으로 매도하고 정권 차원에서 협박하고 있다"며 "공권력을 투입할 경우 즉각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금속노조 집회로 서울역부터 삼각지역까지 이어지는 한강대로 일대는 교통이 통제됐다. 경찰은 버스차로를 포함해 2개 차로를 차량 운행에 할애했고, 3개 차로는 결의대회에 참여한 행렬로 인해 운행이 통제됐다.
비슷한 시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정문 앞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영호남 노조원 5000여 명(경찰 추산)이 머리에 빨간색 띠를 두르고 구호에 맞춰 함성을 질렀다.
이들은 하청지회의 파업 철회와 불법 점거 등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요구했다. 도규환 대우조선해양 현장책임자연합회장은 "하청지회의 도크 무단 점검 사태가 40일을 넘었으나 불법 점거에 대한 법적 대응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하청지회는 제 밥그릇을 깨뜨리는 자충수를 그만두고 다 함께 살 수 있는 공생의 길을 택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하청업체 노조원 파업에 대한 대우조선해양 원청회사 직원들의 불만도 극에 달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사무직노조 조합장 김 모씨(55)는 이날 오전 7시 20분께 대우조선해양 1도크 내 선박 약 25m 높이의 구조물 위에서 고공 농성을 벌였다. 이곳은 같은 선박 바닥에서 점거 농성 중인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회장 등이 있는 곳과 격벽을 사이에 뒀다. 하청지회의 점거 농성에 반발해 맞불 농성을 벌인 것이다. 또 대우조선해양의 한 40대 직원은 지난 19일 밤 대우조선해양 서문 앞에서 금속노조와 하청지회가 설치한 현수막 17개를 훼손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특히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21~22일 이틀간 금속노조를 탈퇴하려는 조직 변경 조합원 임시총회를 개최한다. 앞서 대우조선지회는 전체 조합원 4720여 명 중 약 42%인 1970여 명이 '조직 형태 변경 결의 총회 소집 요구 건'에 서명하며 금속노조 탈퇴 건을 임시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대우조선지회 조합원 재적인원 과반이 투표에 참여하고, 여기서 3분의 2 이상이 동의한다면 대우조선해양은 금속노조에서 탈퇴하게 된다. 이번 표결이 가결되면 대우조선해양은 약 4년 만에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별 노조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대우조선지회 관계자는 "하청지회 파업 사태를 해결하는 데 금속노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처우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상태가 지속된다면 모두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규약상 지부·지회 단위의 총회를 통한 집단 탈퇴가 규정돼 있지 않은 만큼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간 대립이 고조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노사 간 협상도 진전을 보이고 있어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돌연 오후 일정을 취소하고 대우조선해양 하도급 노조 파업 현장을 재차 방문했다. 이 장관은 오후 6시부터 대우조선해양 원·하도급 노조 측과 면담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임금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 장관은 "지금 농성하시는 분들의 건강문제도 있고, 산업 피해가 걷잡을 수 없는 상태"라며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당사자가 조금씩 양보해서 평화적으로 타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동안 임금교섭이 결렬되면 협상도 주선해 왔는데 이제는 마무리될 때가 됐다"며 "협상이 원만하게, 평화적으로 타결된다면 담화문에서 발표했듯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엿새째 하도급업체 노사의 교섭이 이뤄지고 있다. 고용부는 하도급 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이후 40여 회 동안 현장의 대화를 중재해 왔다. 실제 하도급업체 노사는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진행해 이견을 좁히고 있다. 노사는 임금 30% 인상을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다가 전날 사측 4.5% 인상, 노조측 5% 인상으로 폭을 좁혔다. 이어 이정식 장관이 재방문한 날 노사는 임금 4.5% 인상에 접점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노조 전임자 지정 등 노동조합 활동 인정을 두고도 노사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이 점차 진전되고 있지만 이 장관이 예정에 없던 일정을 긴급하게 소화한 점은 이번 사태에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공권력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이 장관이 막판 설득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거제 = 최승균 기자 / 서울 = 문광민 기자 / 김희래 기자 /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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