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끊고 과일도 못 먹고..영양 위협받는 저소득층
상위가구보다 우유 35% 적고
육류·생선도 20%씩 덜 먹어
비타민A 권장량 50%만 섭취
당뇨병 유병률 평균의 1.5배
정부, 저소득층 식품지원 사업
현금줬더니 교육·주거비로 써
미국처럼 현물 지원 늘려야
◆ 저소득층 덮친 식량위기 ◆
식량위기와 식료품 고물가 현상이 두드러진 올해 들어서는 저소득층의 고른 음식 섭취가 어려워져 고소득층과의 영양 격차가 한층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하강기에 고소득층은 저축액을 줄여 대응할 수 있지만 모아놓은 돈이 없는 저소득층은 식생활 관련 소비부터 줄이는 경향이 있다"며 "탄수화물 중심의 저비용 식단을 차리면 장기적으로 영양이 부족해지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식품 소비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저소득층에 대한 식품 소비를 지원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지원 방식이다. 국내 식품지원제도 예산(2020년 기준)은 2조6330억원에 달하는데, 이 중 현금 지원 비중은 76%다. 현물 지원액은 6100억원으로 23.2%에 그쳤다. 기초생활보장을 위해 지급되는 지원액에도 식비 명목이 담겨 있어 이런 현금성 지원을 모두 합하면 전체 지원액의 77%가 현금이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농식품 구매를 지원하기 위해 현금을 주면 정작 저소득 가구는 이 돈을 다른 곳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물 지원을 강화해야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2017년 작성한 '정부의 취약계층 농식품 지원 체계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의 문제점으로 사업 담당자들은 현금 지급 방식에 의한 전용 가능성을 우려하는 비중이 높았다"고 언급했다. 돈을 줘봐야 식생활은 개선되지 않고, 이 같은 우려에 금액이 늘어나지 않아 수급자들 입장에선 농식품을 사기에 수급액이 적었다는 불만이 나왔다는 것이다.
한국이 전체 식품 지원 예산의 23%만 현물 지원에 쓸 때 미국은 전체 식품 지원 예산의 80%를 현물 지원으로 투입하고 있다. 미국은 1939년 대공황 때 도입한 보충적 영양지원 프로그램(SNAP)을 운영하고 있다. 2021년 SNAP 예산은 683억달러에 달하는데, 저소득층 가구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식품을 구매하는 데 쓸 수 있는 카드를 지급한다. 김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곳곳에서 발견되는 물가 상승은 취약계층의 건강한 식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현물 중심 지원 제도의 확충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현물 지원 사업은 물가 자극도 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령 2020년에 지급된 전 국민 재난지원금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원이 시행되면 꼭 필요하지 않은 가구에까지 세금이 지출돼 물가 전반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반면 저소득 가구가 농식품만 살 수 있도록 현물 지원 사업을 벌이면 실질적인 식생활 개선 효과는 있지만 물가 전반을 자극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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