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B "망 대가 협의없이 연결 시작..전용망 쓰면서 필요해져" 넷플 "연결 방식 바뀌어도 '무정산' 당연해"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망 연결 '무정산 합의' 여부 두고 열띤 논쟁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연결에 대한 '무정산 합의' 여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때부터 SK브로드밴드가 무정산 방식으로 콘텐츠를 전달했고 중간에 망 교환 지점이 바뀌었지만 무정산 체제에는 변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

반면 SK브로드밴드는 처음 연결할 당시에는 망 이용대가 지급이 전제되는 방식이 아니었고 망 교환 지점을 바꾸고 나서부터는 넷플릭스 트래픽을 단독으로 처리하는 전용망으로 바꿨기 때문에 상응하는 비용을 내야 한다고 맞섰다.

20일 뉴시스와 법조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 채무부존재 민사소송 항소심 4차 변론이 서울 고등법원에서 열렸다.

양사는 2015년부터 망 이용대가 협상을 했지만 타결에 실패했다. 그러다 2016년 1월 넷플릭스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인터넷교환지점(SIX)에서 SK브로드밴드와 처음으로 망을 연동했다.

이후 넷플릭스 트래픽 급증으로 품질 보장이 어려워지자 양사는 2018년 5월 한국과 가까운 도쿄로 교환지점(BBIX)을 변경하는 데 합의했다. IX는 인터넷교환지점으로 이용비용만 내고 데이터 트래픽을 교환하는 장소다.

양측의 입장은 여기서부터 엇갈렸다. 넷플릭스는 연결 지점이 미국에서 도쿄로 바뀐 것 뿐 트래픽을 교환하는 방식에는 변동이 없다고 보는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미국에서 일반 연결 방식(Public Peering, 퍼블릭 피어링)을 적용하다 도쿄에서부터는 직접 연결 방식(Private Peering, 프라이빗 피어링)을 사용했기 때문에 비용 지불이 필요하다고 봤다.

SK브로드밴드는 처음 넷플릭스와 연결한 SIX가 퍼블릭 피어링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퍼블릭 피어링은 IX 이용비용을 낸 모든 인터넷사업자(ISP)와 콘텐츠사업자(CP)가 차별 없이 자유롭게 트래픽을 소통하는 방식이다. 특정 ISP와 CP간 연결을 위해 사전 합의나 동의를 구하지 않는다.

특히 넷플릭스와의 연결을 인지한 시점이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데이터를 송신한 2016년 1월이 아닌 2월이라는 점을 짚으며 연결에 대한 양사간 사전 합의가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러한 이유로 넷플릭스 트래픽을 제한하지 않은 것일 뿐, 무정산 방식에 동의한 게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BBIX에 대해서는 다르게 평가했다. SK브로드밴드는 2018년 넷플릭스 트래픽이 급증하자 전용망을 설치했고 이때부터 '프라이빗 피어링(직접연결)' 방식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 데이터 트래픽 품질 보장을 위해 전용망을 구축한 만큼 이 때부터 비용 지불이 필요하다는 게 SK브로드밴드 입장이다. 망 이용대가 협상은 넷플릭스가 국내 론칭을 준비하던 2015년부터 했지만 번번히 무산됐고 교환 지점 변경을 계기로 시도한다 해도 결렬이 자명했기 때문에 시점을 뒤로 미뤘다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는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일본 교환 지점에서 프라이빗 피어링을 하자는 것만 합의를 본 것"이라며 "일단 망 이용대가는 추가 협의사항으로 남겨둔 것이지 상호간 어떠한 무정산 합의도 없었다"고 피력했다.

이어 "올 7월 현재 다양한 IX에서 ISP 또는 CP와 상황에 따라 퍼블릭 또는 프라이빗 피어링으로 연결하고 있다"며 "해외 CP가 SK브로드밴드와 프라이빗 피어링 방식으로 연결할 때에는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넷플릭스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미국 시애틀에서 도쿄로 교환 지점을 바꾼 것은 SK브로드밴드의 제안에 따른 것이며, 이를 쉽게 수락한 것은 정산 방식에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정산 여부의 쟁점이 되는 피어링 방식에 대해서는 "변동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트래픽 양이나 회선 용량 등을 고려해 넷플릭스 트래픽을 별도의 회선으로 전송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SK브로드밴드가 효율적 트래픽 관리를 위해 스스로 판단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넷플릭스는 "도쿄 연결 이후 대가 지급을 요구하고 있지만 퍼블릭 피어링과 프라이빗 피어링은 당사자가 피어링 방식으로 트래픽을 ‘직접 교환’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며 "서로 다른 네트워크가 직접 연결한 경우 그 지점부터 고객에게까지 자기 비용으로 트래픽을 전송하는 것이 인터넷의 확립된 거래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퍼블릭 피어링과 프라이빗 피어링의 차이는 IX 이용 여부에만 있고, ISP는 고객이 요청한 콘텐츠를 CP와의 연결 지점에서 전달 받아 전송하는 역할만 하므로 CP와의 관계에 대해선 '착신 ISP'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넷플릭스는 "착신 ISP가 자신의 고객에게 콘텐츠를 전송하는 것은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라며 "연결 지점까지 콘텐츠를 전달해 준 CP에게 콘텐츠 전송 역무를 제공한 게 아니다"고 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최초 연결시 퍼블릭 피어링을 전제로 한 양측의 협상이 있었는 지에 대한 근거 자료와 프라이빗 피어링이 무상이라는 근거 등 피어링 협상과 정산 등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5차 변론기일은 다음달 24일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