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현금화 전 해결 의지' 日호응 촉구..관계개선동력 이어질까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오수진 기자 = 한국이 외교장관 방일을 통해 '일본 강제징용 기업 자산 현금화(매각) 전 문제 해결' 의지를 전하며 관계 개선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제스처를 취했다.
이에 일본도 성의있게 대응하는 등 기류가 다소 달라졌다는 설명이지만,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둘러싼 본질적 인식차는 여전해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외교장관으로서 4년 7개월 만에 일본을 방문한 박진 외교부 장관은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강제징용 판결 관련 현금화가 이뤄지기 전에 바람직한 해결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예방한 자리에서도 이런 의지를 밝혔다.
한국 외교수장이 직접 일본 최고위층에 '현금화 이전 해결' 의지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일본은 자국 기업에 실질적 영향을 주는 자산 현금화(매각)가 벌어지면 한일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런 위기의식을 한국 정부도 공유하고 있으며, 시급성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메시지를 박 장관이 전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피해자 측 소송대리인과 지원단체, 학계·법조계·경제계 등 전문가, 전직 외교관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를 가동해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회의를 두 번밖에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에 구체적 해결안을 가지고 가서 내용을 놓고 교섭을 하기는 애초에 어려운 상황이었다.
따라서 한국이 현금화 전 해결 의지를 일본에 전달한 것은 앞으로 협상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외교적 메시지 성격이 커 보인다. 한국도 노력하고 있으니 앞으로 있을 협상에 일본도 진지하게 임하라는 시그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관건은 일본이 얼마나 진전된 태도를 보였느냐다.
박 장관은 20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과 만나 "일본 측도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해주실 것을 당부했다"며 "여기에 대해서 상당히 진지하게 경청했고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특파원과의 현지 간담회에서는 "이번 방문을 통해서 일본 측도 우리 정부 노력에 성의있게 호응할 용의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온도가 달라진 것을 이번에 와서 느꼈다"고 표현하며 "이런 모멘텀을 앞으로 계속 잘 살려 나가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일본이 일단 한국의 해법 모색 노력을 수긍했다 하더라도, 앞으로 구체적인 해결안 논의에서도 태도 변화를 보일지는 다른 문제다.
이제까지 일본은 자국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한국 대법원 판결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한국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되려면 일본이 배상 문제 해결 과정에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자들과 한국 여론이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제3자가 대신 기금을 만들어 배상하는 '대위변제'를 하더라도 일본 피고 기업들이 사과와 함께 기금 조성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등 다른 한일 현안도 결국에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연동돼 있다.
일본은 징용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으로 한국에 수출규제를 가했고, 문재인 정부는 이에 대응해 일본에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했다가 그 효력을 정지시켜 지소미아의 법적 지위가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규제와 지소미아 문제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서 파생됐기 때문에 정부는 '포괄적 해결' 과정으로 함께 풀어나가는 방안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장관은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 지소미아 정상화의 필요성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판단을 해서 협의를 해나가는 것으로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한일 고위당국자 간 소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초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아세안 관련 연쇄 외교장관 회의에 박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이 또다시 나란히 참석할 예정인데, 민관협의회 논의 추이에 따라 한일 외교장관 간에도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더 구체적인 의견교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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