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무슨 일이?..인하대 성폭행 사건 속 3가지 미스터리

박나영 기자 2022. 7. 2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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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추락에 고의성 여부 수사 중
살인 목적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1학년 남학생(20)이 1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가 옷을 벗은 상태로 쓰러져 있어요."

지난 7월15일 새벽 3시49분.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에 있는 5층짜리 한 단과대학 건물 입구에서 한 여성이 알몸으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발견된 여성은 이 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인 스무살 새내기 A씨로 밝혀졌다. 발견 당시 머리뿐 아니라 귀와 입에서도 많은 피를 흘리고 있던 A씨는 구급대에 의해 즉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해당 건물 안에서 숨진 A씨 소유가 아닌 휴대전화 하나를 발견했다. 탐문 끝에 휴대전화 주인이 이 학교에 재학 중인 남학생 B씨라는 사실을 확인해 자택으로 찾아갔다. B씨는 경찰에 출석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던 중 범죄 혐의가 확인돼 긴급체포됐다. A씨는 B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A씨가 추락하자 현장을 빠져나갔다.  

사건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에는 당일 오전 1시30분쯤 B씨가 A씨를 부축한 채 학교 건물로 들어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들 각각 방학기간이지만 계절학기 수강 때문에 학교에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비대면 수업이지만 이날은 시험이 있었다. A씨는 당일 오후 7시50분쯤, B씨는 오후 2시쯤 각각 시험을 마쳤고 이후 사건이 일어난 건물에 들어오기까지 함께 술을 마신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발생 직후 범인이 잡혔고 혐의를 자백했지만 일부분일 뿐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있다. B씨가 A씨를 부축해 건물에 들어간 오전 1시30분부터 A씨가 쓰러진 채 발견된 3시49분까지 2시간20여 분간의 행적이다. 사건 현장이 찍힌 CCTV나 목격자가 없기 때문에 이 시간은 오로지 범인의 진술과 현장에 남겨진 정황, 국과수 부검 결과 등에 의존해 재구성될 수밖에 없다. 

피해자는 왜 건물에서 추락했나

A씨가 추락하게 된 이유가 이 사건의 최대 관건이다. 경찰은 B씨가 A씨를 성폭행한 뒤 창문을 통해 밀어 떨어뜨렸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B씨는 "고의로 A씨를 밀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의 고의성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 A씨가 추락한 건물 3층에서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실험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술에 취한 것을 가정한 남성 수사관이 다른 남성 수사관과 실랑이하는 상황 등을 통해 여러가지 추락 가능성을 살펴본 것이다. 

A씨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추락사로 보인다는 구두소견만 내놓은 상태다. 경찰은 구속영장 단계에서는 B씨에게 고의가 없었더라도 결과적으로 사람을 숨지게 만든 준강간 '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이후 추가 수사를 통해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 준강간 '살인' 혐의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창틀에 남아있는 것을 확인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놓은 상태다. 여기서 A씨의 유전자 정보(DNA)나 지문 등이 발견될 경우 고의성을 입증할 근거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 바닥에서 1m 높이에 위치한 창문에서 실수로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15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내 숨진 A씨가 발견된 지점 인근 건물 계단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의학자는 "성 관련 사망 사건 부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저항 흔적"이라며 "피해 여성에게서 다툼의 손상이 발견돼야 한다. 폭력에 대한 방어흔, 인위적 손상 등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보고 사건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저항 흔적이 발견되더라도 성폭행을 피하려는 것인지, 추락을 피하려는 것인지 구분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살인을 목적으로 한 범행으로 보기 어려운 면들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현장 사진도 못봤고 시신을 직접 보지 않은 상태에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면서도 "통상의 성 관련 사망사건 치고 부자연스러운 지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폭행 후 살인은 목졸림이 가장 많고, 누구나 볼 수 있는 장소에 떨어뜨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3층 높이는 즉사할 가능성도 크지 않고 살아있는 상태라면 범인을 기억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살인 의도가 있었다면 사망을 완성하고자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혈중 알코올 농도를 봐야겠지만, 건물에 들어가서 같이 술을 더 마신 게 아니라면 들어갈 때보다는 (피해자 의식이) 더 명료해진 상태일 것"이라며 "반항하고 버티는 상황에서 도주로로 창을 선택했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전문용어로 '지남력 상실'이라고 하는데, 술이 취한 상태에서 동서남북 구분이 안돼 추락사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창문인 줄 모르고 넘었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바로 신고했다면 살릴 수 있었다?

A씨는 건물로 들어간 오전 1시30분에서 행인에 의해 발견된 오전 3시49분 사이에 3층 복도 창문에서 1층으로 추락했다. B씨는 A씨가 추락하자 A씨의 바지와 속옷을 다른 장소에 버리고 자취방으로 달아났다가 당일 오후 체포됐다. 경찰은 CCTV를 통해 A씨가 추락 후 1시간가량 혼자 건물 앞에 쓰러진 채 방치된 것을 확인했다. 어두운 새벽시간인 데다 A씨가 쓰러진 장소는 행인이 거의 다니지 않는 캠퍼스 안이어서 발견이 늦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추락 시각은 아직 밝힐 수 없다"면서 "B씨가 행인에게 발견되기까지 상당한 시간 동안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A씨가 건물에서 떨어진 사실을 알고도 신고를 하지 않고 도주한 것을 두고 미필적 고의 또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B씨는 머리뿐 아니라 귀와 입에서도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심정지 상태는 아니었으며 다소 약하긴 했지만 자가호흡을 하고 맥박도 뛰고 있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피해자를 구급차로 이송 중에 모니터링을 계속했다"며 "호흡과 맥박이 약한 '심정지 전 상태'였고 병원에서 (치료 중) 사망했다"고 했다. 이에 추락 직후 B씨가 집으로 도주하지 않고 소방당국에 신고했다면 A씨가 목숨을 건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B씨가 A씨의 추락 사실을 알고도 방치한 것이 밝혀진다면 법정에서도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해자 휴대전화에 남겨진 것은?

B씨가 현장에 남기고 간 휴대폰은 이 사건의 중요한 열쇠다. 이 휴대전화에서 범행 당시 불법촬영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되지 않은 불법 동영상인데, 이 파일에서 B씨의 혐의가 추가될 만한 단서나 사건 당시 정황이 추가적으로 드러날지 관심이 집중된다. 경찰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B씨 휴대전화와 PC에서 삭제된 자료와 영상을 모두 복원해 당시 현장과 관련된 영상이나 음성 파일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범행 당시 동영상이나 음성 파일 존재에 대해선 현재까지 함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당시 동영상이나 음성 파일 존재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A씨가 범행을 촬영했다면 휴대전화를 놓고 갔을리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술에 취한 A씨가 전화를 흘렸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경찰은 인력을 더 투입해 사건이 발생한 인하대 주변 CCTV를 다시 샅샅이 살펴보면서 사건을 재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조사에서 A씨의 살인 고의성이 드러날 경우 현재 준강간 치사 혐의에서 준강간 살인으로 죄명을 바꿔 22일 검찰에 송치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또 현장 주변에서 발견된 옷가지를 B씨가 숨긴 것인지 다른 사람의 것인지 등도 추가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 캠퍼스 안에 '인하대생 성폭행 추락사' 피해자를 위한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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