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전 기록까지 뒤졌다..잔혹 살해된 美 소녀, 46년 만에 용의자 검거

유혜은 기자 2022. 7. 2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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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12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한 아파트에서 살해된 19세 린디 수 비클러. 〈사진-ABC뉴스/랭커스터 카운티 지방 검찰청〉
1975년 미국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용의자가 46년 만에 잡혔습니다. 용의자가 남긴 DNA도 소용없었던 이 사건은 한 연구원의 새로운 접근으로 해결될 수 있었습니다.

20일(현지시간) ABC 뉴스 등 외신은 197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19세 소녀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달아났던 용의자가 체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 카운티 지방 검사에 따르면 1975년 12월 5일, 당시 19세였던 린디 수 비클러는 한 아파트에서 칼에 찔려 숨졌습니다. 목과 가슴, 등, 복부에 19번 찔린 잔혹한 사건이었습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칼의 손잡이는 수건으로 감싸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40년 넘게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1990년대 DNA 분석법이 나왔을 때 수사관들은 비클러의 속옷에 남아있던 정액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를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미 연방수사국(FBI)이 관리하는 DNA 데이터베이스인 CODIS에는 일치하는 정보가 없었습니다.

유전자 계보 등을 이용해 살해 용의자를 지목한 유전 계보학자 세시 무어. 〈사진-ABC뉴스〉
그러다 2020년, 미국 바이오기업 파라본 나노랩스의 수석 유전 계보학자인 세시 무어는 DNA를 이용해 가계도를 추적하는 '유전자 계보'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유전자 계보는 관련 웹사이트 등 데이터베이스에 자발적으로 DNA 샘플을 제출하는 사람들을 통해 용의자의 친척 등 가족 구성원을 찾아내는 방식입니다. CODIS 보다 더 큰 가계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유전자 계보를 이용해 지난 범죄의 용의자를 잡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미국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렸던 연쇄 살인 사건 '골든스테이트 킬러'의 범인을 유전자 계보로 42년 만에 검거해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용의자를 유전자 계보로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무어는 "용의자의 아주 먼 친척만 나와 실망이 컸다"면서 "평소에는 공통된 조상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 사건의 공통 조상은 1600~17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해서 추적이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이때 무어는 새롭게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이탈리아 남부의 가스페리나라는 마을에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로 이주하는 사람이 많았던 점에 주목한 겁니다.

무어는 몇달 동안 랭커스터 관련 문서를 뒤졌고, 이탈리아에서 온 주민들로 구성된 지역 모임을 찾아냈습니다. 용의자가 가스페리나 출신인 점을 파악하고 있었던 무어는 회원 목록에서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회원 정보를 입국 기록과 제1차·2차 세계대전 입영 등록증과 비교했습니다. 그렇게 가스페리나에서 랭커스터로 이주한 남성을 구분하고, 후손을 식별해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이었습니다.

46년 만에 체포된 데이비스 시노폴리. 〈사진-ABC뉴스/랭커스터 카운티 지방 검찰청〉
그 결과, 68세 데이비스 시노폴리가 용의자로 지목됐습니다. 시노폴리의 조부모는 모두 가스페리나 출신이었습니다. 또 그가 비클러와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것도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지난 2월 시노폴리를 수사해 그가 사용하고 버린 커피잔을 회수했습니다. 컵에 남아있던 시노폴리의 DNA는 비클러의 속옷에 있던 정액의 DNA와 일치했습니다. 또한 비클러의 스타킹에 남아있던 혈액의 DNA도 시노폴리와 일치했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시노폴리는 지난 17일 자신의 집에서 체포됐습니다. 범행 이후에도 랭커스터에서 계속 살고 있었습니다.

랭커스터 카운티의 헤더 아담스 검사는 "시노폴리는 우리의 레이더에 없었다. 무어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사건은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끊임없이 정의를 추구해 용의자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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