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불꽃 튀는 '중동 외교전'..바이든은 빈손, 푸틴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란 테헤란을 찾았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고 떠나자마자 보란듯이 중동을 찾은 겁니다.
푸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엄밀히 말하면 두 번째인데, 지난 달 첫 해외순방은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과 투르메니스탄으로 구소련권 지역이었습니다. 이번이 사실상 본격적인 첫 외유로 볼 수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대통령과 만나 러시아-이란-튀르키예 3자회담과 양자회담 등을 가졌습니다.
■ 러시아-이란-튀르키예 "주요의제는 시리아 문제"
대외적으로 내세운 이번 3자회담의 주요 의제는 '시리아 문제 해결'입니다.
시리아는 2011년 이후 벌써 10년이 넘도록 내전을 겪고 있는데 러시아와 이란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을, 튀르키예는 반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시리아와 국경을 접한 튀르키예는 특히 자국 내 쿠르드족을 몰아낼 기회로 여기고 시리아 내전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이들 세 국가는 5년전인 2017년부터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간의 평화 협상을 중재하는 회동을 가져왔는데, 이를 '아스타나 협상'이라고 부릅니다.
이번 회동은 말하자면 그 동안 진행해오던 아스타나 협상 프로세스의 일환이라는 겁니다. 세 정상들은 회담 이후 성명을 내고 시리아 사태가 외교를 통해 해결될 수 있다며 3국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또 시리아 내 '테러리스트'를 제거하기 위한 작전에도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 가스 매장량 1위 러시아-2위 이란, 협력 강화
세 국가는 3국 회담 외에 양자회담도 이어갔습니다.
러시아와 이란은 두 나라 간 에너지 협력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양국 국영 에너지기업인 러시아 가스프롬과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는 400억 달러(우리 돈 약 52조 3천억 원) 규모의 천연가스 개발. 투자 관련 협약에 서명했습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란과 러시아 최대 에너지 기업의 전략적 협력은 가스전 개발과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가스관 설치, 원유 제품 생산 등을 포괄한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는 가스 매장량 세계 1위, 이란은 세계 2위입니다.
러시아와 튀르키예 간 정상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 곡물 운송 문제가 논의됐습니다.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문제가 논의에 올랐는데, 푸틴 대통령은 회담 이후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튀르키예의 중재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 '빈손 논란' 바이든 vs '유대 과시' 푸틴
시기적으로 푸틴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바이든 대통령과 비교되면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겉으로 시리아 문제 등을 거론했지만, 이번 회담은 '반미 연대'를 과시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중동 순방 기간 내내 바이든 대통령은 대놓고 '반 이란'을 강조했는데 이에 '내 편'이 필요했던 이란과 이 틈을 파고든 러시아가 손을 잡은 겁니다.
AP 등 외신들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서방을 겨냥한 언급을 한 점 등이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푸틴 대통령과 만나 "전쟁은 반대편(서방)이 시작했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는 위험한 집단"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이란과 러시아는 서방의 속임수를 항상 경계해야 하고 양국은 장기간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관계"라고도 강조했습니다. 무역에 있어서 달러 사용을 줄여 나가야 한다는 언급도 했습니다.
일부에서는 러시아가 이란으로부터 드론 등 무기를 구입하기 위해 테헤란을 찾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란 또한 러시아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아랍국가들을 끌어들여 구축하려는 '반이란 연대'에 대항하기 위해섭니다. 러시아와의 연대를 바탕으로 핵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 JCPOA)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고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비웃음' 논란에 인권을 버렸다는 비판을 받고도 속시원한 석유 증산을 못 챙긴 채 다음 달 3일 열릴 OPEC+ 회의만을 기다리는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푸틴 대통령은 '반미 연대' 유대를 돈독하게 과시하면서 실속을 챙긴 모양새입니다.
우수경 기자 (sw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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