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사적 채용' 발언 사과..위협받는 '원톱' 자리 지키기?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0일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 중 자신의 지역구인 강릉 출신 9급 행정요원 우모씨 문제와 관련해 “최근 대통령실 채용과 관련한 저의 발언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특히 청년 여러분께 상처를 줬다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논란이 불거진 지 5일 만이다. 우씨 추천자라고 밝힌 권 대행이 한 해명을 두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비판이 지속되자 여론에 밀려 사과한 것으로 보인다. 권 대행 체제를 흔들려는 당내 세력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리더십을 재확보하려는 차원이란 시각도 있다.
권 대행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소위 ‘사적 채용’ 논란에 대해 국민께 제대로 설명드리는 것이 우선이었음에도, 저의 표현으로 논란이 커진 것은 전적으로 저의 불찰”이라고 말했다.“초심으로 경청하겠다”며 “앞으로 국민의 우려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권 대행은 그러면서도 이번 채용 자체에 대해선 “선출직 공직자 비서실의 별정직 채용은 일반 공무원 채용과는 본질이 완전히 다르다”며 “이들은 선출된 공직자와 함께 운명을 같이 하고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다. 대통령실뿐 아니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실의 별정직에게 모두 해당되는 일”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권 대행은 지난 15일 강릉의 한 통신설비업체 대표 아들인 우씨가 윤석열 대통령과 부친의 친분으로 대통령실 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으로 근무 중이라는 보도에 대해 “(대통령이 아닌)내가 추천했다”고 설명하면서 “장제원 의원에게 압력을 가했다”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이더라” “강릉 촌놈이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나”라고 말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권 대행의 사과는 여론의 역풍 때문으로 풀이된다. 권 대행은 전날만 해도 ‘사적 채용 해명 과정에서 한 말에 대해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할 생각이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거기에 대한 제 입장은 여러 차례 말해서 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권 대행 발언에 대한 비판은 지속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공무원 시험 합격은 권성동”이라는 패러디 문구가 확산됐다. 청년 지지층 이탈 조짐이 가시화됐다. 국정 지지율과 여당 지지율 하락의 장본인으로 몰릴 수 있는 상황까지 오자 결자해지 차원에서 사과를 한 것으로 보인다.
권 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의원들 앞에서 몸을 낮췄다. 그는 “지지율이 당도 정부도 하락하고 있다. 각종 논란으로 우려하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며 “다 저의 부덕의 소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든 마음과 귀를 열어놓겠다”며 “당의 발전방안, 지지율 제고 방안, 통합방안이 있으면 언제든 고견을 달라”고 의원들의 도움을 요청했다. 원내대표에 대표 직무대행까지 겸하는 당 ‘원톱’ 자리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자신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당내 리더십을 다잡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권주자들은 권 대행 체제에 대한 입장이 엇갈렸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자신이 만든 공부모임 ‘혁신 24 새로운 미래’(새미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내 여러 어려운 사정 때문에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국정동력도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18일 이후 연일 ‘권 대행 원톱 체제’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내왔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위기를 넘어 미래로, 민·당·정 토론회’를 주최한 후 기자들과 만나 권 대행 체제에 대한 질의를 받고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내일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위기 상황에서 의총에서 추인된 현 체제를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권 대행과 함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투톱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권 대행의 사과를)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야 된다”면서도 “친윤(석열) 그룹 내에서도 건강한 긴장관계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권 대행을 견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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