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일 있는 OTT] '혁신 아이콘' 칼라닉..그는 왜 자신이 만든 우버서 잘렸나?
'슈퍼 펌프드: 우버 전쟁'
우버 창업·성장의 뒷이야기
불같은 칼라닉 열정, 우버 키웠지만
지나친 욕망과 맞물려 부작용 낳아
NYT 기사 바탕으로 만든 실화
뛰어난 배우 연기가 몰입감 더해
‘별 볼일 있는 OTT’는 ‘요즘 볼 게 없다’는 분들을 위해 한번쯤 시청할만한 OTT 작품을 소개합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의 생존과 패망을 가르는 요인은 뭘까. 모두가 아는 답이 있다. 바로 ‘혁신’이란 멋지고 그럴싸한 단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있는 스타트업은 혁신을 통해 성공가도를 달린 업체뿐이다. 경쟁에 밀려 패퇴한 스타트업에 눈길을 줄 만큼 한가한 사람은 많지 않다. 같은 이유로 성공한 스타트업의 속사정은 성공 스토리 안에 묻혀버린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파라마운트플러스의 드라마 ‘슈퍼 펌프드: 우버 전쟁’은 차량 공유업체 우버의 혁신 뒤에 가려진 뒷얘기를 적나라하게 풀어낸다. 지금 이 시대를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살아 움직이는 드라마’인 셈이다.
실화가 주는 강력한 힘
이 작품은 지난달 토종 OTT 티빙이 파라마운트플러스와 손잡으면서 ‘한국 안방’에 들어왔다. 원작은 뉴욕타임스(NYT) 기자 마이크 아이작이 우버에 대해 기록한 책 《슈퍼 펌프드》다. 이를 7회짜리 드라마로 만들었다.
주인공은 2009년 우버를 창업한 트래비스 칼라닉(46) 전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차량과 승객을 중개해 수수료를 받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 운송업계를 뒤집어 놨지만, 불법 논란 등으로 쓸쓸히 퇴출당했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지금 이 순간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는 실존 인물과 실제 기업의 스토리를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이다. 유명 기업과 기업인의 이야기를 뉴스가 아니라 드라마로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허구가 아니라 아이작이 직접 취재한 ‘팩트’인데, 이렇게 흥미진진하다는 게 놀랍다.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 애플의 CEO 팀 쿡 등 우리 모두가 아는 인물들이 양념처럼 나오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화, 그 안에서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은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시리즈물인 만큼 실존 기업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 비해 상세하고 깊이도 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를 그린 영화 ‘소셜 네트워크’와 애플의 스티브 잡스 이야기를 담은 영화 ‘스티브 잡스’는 창업 초기 이야기와 성장 비결에 초점을 둔다. 반면 이 작품은 창업 이후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라이벌 등과의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는 스토리에 힘을 불어넣는다. 영화 ‘인셉션’ ‘500일의 썸머’ 등에 출연한 조지프 고든 래빗(사진)은 야심만만한 칼라닉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벤처투자자 빌 걸리를 연기한 카일 챈들러, 허핑턴포스트그룹 회장인 아리아나 허핑턴을 맡은 우마 서먼은 무게감 있는 연기로 칼라닉과 균형을 맞춘다.
게임 서사로 극적 효과↑
작품은 실화라는 점을 활용하면서도 극적 효과를 최대한 살린다. 일종의 게임처럼 주인공이 단계별로 난관을 극복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게임 서사’는 이를 위한 주요 수단이 된다. 칼라닉에게 실리콘밸리는 돈을 벌기 위한 하나의 도박판이다. 그리고 그는 미션을 수행하듯 미국의 법과 제도, 택시업계, 정치인들에 맞서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이 과정에서 라이벌 기업인 리프트와의 경쟁, 걸리와의 협업과 갈등도 상세히 다룬다. 작품은 극 중 게임 이미지도 적극 활용한다. 걸리를 포함한 우버 이사회의 이사들이 게임 속 캐릭터 이미지와 함께 묘사되는 식이다.
칼라닉의 폭발적인 열정은 작품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된다. 제목인 ‘슈퍼 펌프드(Super Pumped)’가 ‘열정을 폭파하라’는 뜻을 담은 것처럼 에너지로 가득 찬 칼라닉은 직원에게도 열정을 요구한다. 작품은 불덩이 같은 열정이 들끓는 욕망과 만나면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도 보여준다. 칼라닉은 성장을 위해 불법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고객 데이터도 무단으로 활용한다. 작품은 스타트업과 그 리더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은 무엇인가. 그 길에서 놓치고 있는 건 없는가.’
파라마운트플러스의 기업 드라마는 조만간 페이스북 등 다른 기업으로 이어진다. 이 또한 파라마운트플러스관이 입점한 한국 OTT 티빙에서 즐길 수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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