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주변 방사능 확산세..러시아군 주둔 때 방화 정황도"

2022. 7. 2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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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현지 조사팀 통해 러시아군 진지 조사
"'정상'이라던 IAEA 조사 결과 대비 방사선량 3배"
"IAEA, 일부 면적만 조사하고 수치 '정상' 발표"
"러시아군 고의 방화로 식수 방사능 오염 우려
"원전 산업 부흥 위해 문제 없다 한 것 아닌가"
방사선 조사를 마친 그린피스 체르노빌 현지 조사 팀이 후 대인 지뢰가 없고 방사능 준위가 낮은 곳에서 방호복 탈복 전 오염 정도를 측정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체르노빌 주변의 방사선량을 직접 확인한 결과, 방사선 상황이 정상적이라고 밝힌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조사 결과보다 최소 3배가 넘는 양이 확인됐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국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군이 지난 2월부터 약 한 달간 점령했던 체르노빌 접근 제한구역의 방사능 오염 실태를 직접 확인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지난 16~18일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으로 해당 지역에서 현지 조사를 진행했다.

체르노빌 원전은 1986년 4월 역사상 최악의 원전 폭발 사고를 겪은 곳이다. 현재 모든 원자로의 가동은 중단됐으나 사용 후 핵연료를 냉각 시설에 보관 중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첫 주에 체르노빌 원전을 점령했으며, 지난 3월 말 철수해 현재는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고 있다.

그린피스 체르노빌 현지 조사 팀이 접근 제한 구역에서 토양 내 방사능 물질의 종류를 조사하는 모습 [그린피스 제공]

그린피스가 체르노빌 내 러시아 군이 구축한 진지의 토양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IAEA가 같은 장소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시간 당 최대 0.75마이크로시버트, µSv/h)보다 최소 3배 높은 2.5µSv의 방사선량이 확인됐다. 또한 해당 지역의 토양 샘플에서 최대 ㎏당 4만5000Bq(베크렐), 최소 500Bq의 세슘이 검출된 것으로 됐는데, 이를 감안했을 때 러시아군이 고농도 방사능으로 오염된 토양에서 상대적으로 오염이 적은 지역으로 이동하며 방사성 물질이 확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린피스는 러시아 군 진지와 진지에서 남쪽으로 600m 떨어진 지역을 자체 제작 UAV 드론으로 확인했는데, 각각 200CPS(Count per Second, 대지에서 방출되는 감마선량 단위)와 8000 CPS의 감마선량이 확인됐다.

그린피스 조사팀은 “600m 거리를 두고 방사선량이 무려 40배나 차이가 난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IAEA의 조사 장소는 러시아 군 진지에 국한됐다”며 IAEA 조사 공정성에 의문을 드러냈다.

그린피스 방사선 방호 전문가들이 체르노빌 접근 제한구역에서 조사하는 모습. 드론과 지상용 방사선량 측정기로 미리 고농도 방사선 지점을 확인한 후, 원거리에서 해당 지점의 세슘을 측정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특히, 그린피스는 러시아 군이 ‘붉은 숲’ 지역에 의도적으로 불을 지른 정황도 위성 영상 정보를 통해 포착됐다. 붉은 숲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이후 방사선에 피폭된 소나무들이 붉은색으로 변색해 고사한 지역으로, 이곳 지표의 시간당 방사선량은 세계 평균의 5000배 이상이다. 화재로 인해 토양 속에 있던 방사성 물질이 대기로 확산돼,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식수원과 연결되는 주변 강의 방사능 오염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조사팀은 “확산된 방사성 물질에는 플루토늄, 아메리슘과 같은 알파 방사선 핵종들이 있으며, 인체에 유입될 경우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얀 반데푸타 그린피스 벨기에 수석 방사선 방호 전문가는 “곳곳에 설치된 대인 지뢰로 인해 조사팀이 조사를 진행한 곳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러시아군이 군사 활동을 펼친 전체 지역을 조사하면 방사성 물질의 확산으로 인한 피해 정도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IAEA는 협소한 지역에서 극히 적은 조사 샘플만 조사해 러시아군에 의한 체르노빌 피해가 없다고 전 세계에 공표했다. 그러나 우리의 조사 결과, 초르노빌은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국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군이 지난 2월부터 약 한 달간 점령했던 체르노빌 접근 제한구역의 방사능 오염 실태를 직접 확인한 결과를 발표했다. [줌미팅 화면 갈무리]

체르노빌 원전에 국제적 이목이 쏠린 것은 지난 3월 말부터다. 당시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 운영기업인 에네르고아톰은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원전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러시아군이 단순히 철수한 것이 아니라 일부 병력이 방사성 물질에 피폭돼 퇴각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 현지 UNIAN 통신은 방사선에 피폭된 러시아 병사를 태운 버스 7대가 벨라루스의 병원에 도착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IAEA는 체르노빌에 사찰단을 파견해 발전소 상태를 점검하고, 지난 6월 “원전 방사능 검출기를 재가동해 모니터링한 결과 방사능 수치가 러시아 침공 이전 수준인 정상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IAEA의 발표로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는 IAEA의 보고서에 러시아군 주둔으로 인한 접근 제한구역의 방사능 오염 확산 문제를 검증할 객관적인 수치 근거나 구체적인 조사 결과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의문을 드러냈다.

그린피스의 이번 조사에 참여한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IAEA는 원전 사업의 부흥을 위해 체르노빌 방사능 수치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현재 IAEA 사무차장 미카일 추다코브는 1995년부터 러시아 국영원자력기업 로사톰(전 세계 1위 원자력 기업) 등에서 근무한 만큼, 공정성에 의구심이 든다”라고 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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