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백신피해보상 확대.."인과관계 입증 하늘의 별따기"

백영미 2022. 7. 2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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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보상금 지급 사례 한해 보상수준 올린 것에 그쳐
인과성 입증 어려운 회색지대 피해자 구제 안돼
"백신 부작용 입증 책임 접종 피해자들에게 전가"
인과성 인정 사례 확대해 피해보상 적극 나서야
원인불명 위로급 지급 접종 후 사망기한 없애야
소수 졸속심의 피해보상 결정 위원회 재구성해야
질병청장 인과성 인정 확대로 책임지는 자세 필요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50대와 18세 이상 성인 기저질환자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이 시작된 18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부민병원에서 한 시민이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에 따르면 60세 이상과 면역저하자, 요양병원·시설 및 정신건강증진시설 입원·입소·종사자로 한정돼 있었던 4차 접종 대상자를 이날부터 50대와 18세 이상 기저질환자, 장애인·노숙인 생활시설 입소·종사자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공동취재사진) 2022.07.1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정부가 최근 코로나19 백신 피해보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여전히 백신 접종과 부작용 및 사망 간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외면한 '무늬만 대책'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19일 발표한 코로나19 접종 피해보상 강화 대책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질환으로 사망했지만 인과성 입증이 어려울 경우 지급되는 사망 위로금이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오른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피해보상 규모만 늘렸을 뿐, 백신접종과 부작용 간 개연성이 있다고 여겨지지만 객관적 입증이 어려운 '회색지대'에 있는 피해자들에 대해 여전히 인과성을 인정해 주지 않아 백신 피해자 구제가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작용에 대한 입증 책임을 백신 접종 피해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윤희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심사위원(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은 "4-1과 4-2의 경우 백신으로 인해 발생했을 시간적·과학적 개연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료가 불충분한 경우"라면서 "백신 말고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어떤 근거도 없는 10~20대도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질병청이 예방접종 피해보상 심의 기준에 따라 이상반응 신고 사례를 분류한 기준에 따르면 ④-1은 근거자료 불충분으로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다. ④-2는 백신이 아닌 다른 이유로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다.

④-1은 '인과성에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해 보상해주고, ④-2는 '인과성 가능성이 있을 경우'로 조정해야 된다는 게 강 전 임상심사위원의 제언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도 "백신피해 사례에 대해 적극 보상하겠다고 공약한 정부가 회색지대에 대해 어떻게 부작용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보상할 것인가가 아닌 기존의 보상금을 지급해온 사례(④-1)에 한해 보상 수준을 올리는 대책을 내놨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한 수천 명에 대해 어떻게 할지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회색지대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부작용 인정 여부와 관계 없이 정부가 부작용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피해보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원인 불명으로 숨지면 1000만 원이 지급되는 방안의 경우 백신 접종 후부터 숨지기까지 기한을 42일 이내로 못 박은 것도 논란거리다.

강 전 임상심사위원은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명확한 자료가 없는 상황인 만큼 질병청장은 접종 후 숨지기까지 기한을 없애야 한다"면서 "43일부터 발생한 이상사례의 경우 전혀 자료로 활용되지 않으면 이상반응의 원인을 규명하기 더 힘들다"고 말했다. 한 예로 중학생이 백신 접종 후 잠을 자다 75일 만에 사망한 경우, 백신이 아닌 기저질환 등 다른 사망 원인이 규명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위로금 1000만 원 조차 받을 수 없다.

특히 질병관리청이 백신부작용 판정하고 피해보상을 결정하는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수의 전문가들이 졸속 심의하는 관행이 이어지면서 백신 부작용에 대한 피해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다.

김 교수는 "회의록은 물론 판정 근거 등도 공개하지 않아 질병청의 백신접종 피해보상에 대한 의사결정 구조가 지극히 불투명하다"면서 "감염내과 중심 소수의 편향된 전문가들이 변화된 사회적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옛날식 대로 기계적·관료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은 수두·백일해 백신 등과 달리 아직 부작용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가운데 정부가 국민이 여러 차례 계속 맞도록 권장하고 있어 과거 백신 부작용 피해 구제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강 전 임상심사위원은 "백신피해 사례당 2.6분씩 심의하는 위원회를 그대로 둔다면 결과에 대한 이의 신청 횟수를 1회에서 2회로 늘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면서 "전문가들이 충분히 모여 심의하고 토론해야 하는데, 답이 정해져 있는 '사다리타기 게임'식 심의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두경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회장은 "피해자가 백신접종과 부작용 간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든 만큼 정부가 전향적으로 인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④-1과 ④-2 상향 조정과 함께 위원회에 피해자 가족이 참석하거나 원하는 심사위원 중 3분의 1 이상을 배정해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을 요청 중"이라고 말했다. 또 "백신 접종 피해자는 소수가 아닌 만큼 '특별법'을 만들어 피해 구제를 해줘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50만 명 가까이 백신 이상반응을 신고해 1인당 4인 가구로 계산하면 200만 명 가까이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백경란 질병청장이 백신 접종 피해자 구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백신 접종과 부작용 간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권한과 그에 따른 책임은 질병청장에 있다.

강 전 임상심사위원은 "전문가가 백신접종과 부작용 간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행정관료가 질병청장이 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면서 "질병청장은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의사들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④-1 조차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백신 접종 확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④-1과 ④-2를 상향 조정해 인과성 인정 범위를 확대하면 그동안 질병청이 추진해온 모든 것들을 부정하는 셈이어서 내부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지만 질병청장은 전문가답게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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