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자녀 살해 후 '극단 선택' 실패한 엄마.. 징역 20년

초등학생 아들 둘 목 졸라 살해한 40대 여성
법원 "동반자살 아닌 살해 후 극단 선택 미수"
"부모라도 자녀의 생사여탈권 가질 수 없다"

초등학생 두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40대 여성 A씨가 4월 서울 금천경찰서에서 서울남부지검으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피고인은 설령 자유의 몸이 된다 하더라도 ‘내 손으로 자식을 죽이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평생 시달릴 것입니다. 평생 형을 살게 되는 무겁고 고통스러운 벌입니다.”

법정에 출석한 뒤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미동이 없던 피고인이 판사의 이 말에 숨죽여 울기 시작했다. 소리를 내지 않고 울음을 삼키려 노력했지만, 들썩이는 어깨를 막을 수는 없었다. 중간중간 흐르는 눈물을 한 손으로 훔치기도 했다.

피고인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어린 두 아들을 살해한 40대 여성 A씨. 아들 둘이 세상을 떠난 뒤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 김동현)는 20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아동 관련 기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앞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A씨는 올해 4월 서울 금천구 자택에서 각각 초등학교 2, 3학년이었던 두 아들을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별거하던 남편의 생활비로 생계를 꾸리던 A씨는 남편이 해고되고 살던 집이 압류될 위기에 처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극단적 선택에 실패한 A씨는 사건 이틀 후 남편을 찾아 사실을 털어놨고, 이후 경찰에 자수했다.

법원은 이날 A씨가 느낄 죄책감을 이해한다면서도, 그의 범행은 동반자살 시도가 아닌 ‘자녀 살해’임을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동반자살이 아닌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 미수”라며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독립적 인격체이고, 부모라고 할지라도 자녀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자녀들은) 아직 꿈을 펼쳐보지 못하고, 영문도 모르고, 더욱이나 믿고 따랐던 엄마의 손에 소중한 생명을 빼앗겼다”며 “책임을 엄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조유나양 사망 사건으로 ‘자녀와 함께 숨지려는 것은 최악의 아동학대’라는 여론이 커진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어려웠던 피고인의 사정은 인정하지만, A씨가 이를 해결할 적극적 노력을 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법원은 “경제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직업을 구한다든가,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정신과나 상담소를 방문하지도 않았다”며 “피고인이 힘들고 불안에 시달렸겠지만, 이런 선택을 할 만큼 상황이 심각했는지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의 범행으로 두 아들을 잃은 남편은 아내의 선처를 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피고인 남편과 시어머니가 선처해달라며 탄원서를 제출한 것을 판결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