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권 꼴 날라" 대법원 제동 우려에..미 하원, '동성결혼 보호법' 통과
미국 하원이 현지시간 19일 동성이 결혼할 권리를 보호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지난달 연방대법원이 여성 낙태권을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50년 만에 뒤집은 뒤 동성 결혼 권리마저 위태로워질까 우려해서입니다.
■ 대법원 또 뒤집을라…'동성결혼 보호법' 선제 입법
미국 하원은 이날 민주당 주도의 '결혼 존중 법안(Respect for Marriage Act)'을 찬성 267표, 반대 157표로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동성 결혼이 합법인 주에서 동성끼리 결혼하면 이 결혼은 연방법으로 보호받고, 동성 결혼이 불법인 주에서도 그 권리를 인정해야 합니다. 법안은 성별뿐 아니라 인종, 국적, 민족에 따라 결혼을 차별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이미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연방대법원은 '오버거펠 대 호지스 사건'에서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엄연히 판례이고, 남녀 결합만 결혼으로 인정하는 '결혼 보호법(DOMA, 1996년 제정)'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보수 대법관이 더 많은 연방대법원이 동성 결혼에 대한 기존 판결을 뒤집을까봐 미국 의회는 우려하는 것입니다.
앞서 연방대법원은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어 큰 파장을 낳은 바 있습니다. 가장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클래런스 토마스 대법관은 당시 "동성 결혼, 부부의 피임 등에 대한 판결도 재고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미국의 수정 헌법 14조를 근거로 내린 판결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하원은 동성 결혼 권리를 법으로 보호할 수 있게 선제적으로 입법에 나섰습니다.
■ 공화당도 찬성 47표…상원 통과까지는 미지수
이날 표결에서 주목할 점은 민주당 주도 법안에 공화당 의원 47명도 찬성했다는 것입니다. 대체로 보수주의자들은 동성 결혼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스스로가 동성애자라고 한 몬데어 존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동성 결혼은 내게 개인적인 일"이라며 찬성 이유를 밝혔습니다. "의회가 다음 세대에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없다고 말해선 안 된다"라면서요. 공화당 소속의 리즈 체니 하원의원도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체니 의원은 여동생이 동성과 결혼한 뒤 갈등을 빚었다가 지난해 동성 결혼을 지지한다고 입장을 바꾼 바 있습니다.
달라진 여론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 5월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 성인의 70%가 동성 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역대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민주당원(83%)뿐 아니라 공화당원(55%)도 과반수가 동성 결혼에 찬성했습니다. 그럼에도 법안이 최종 통과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상원에서 통과되려면 찬성 60표가 필요한데,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의석을 나눠 가진 상태에서 공화당에서 10표가 더 넘어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법안에 대해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따로 견해를 밝히기를 거부한 상태입니다. 그래도 하원은 대법원에 맞서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이날 "급진적인 법관들이 선례를 깨고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자유를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원은 지난 16일 낙태권을 보장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이번 주 '피임 권리'를 보호하는 법안도 표결에 부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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