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차등화, 물림사고 반려견 안락사..대통령실 10대 우수제안 선정
대통령실 국민제안심사위원회가 최저임금 차등 적용,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반려견 물림사고 시 안락사 조치 등을 10대 우수 제안에 뽑았다. 온라인 투표를 거쳐 3개 우수제안을 추린 뒤 국정에 반영되도록 적극 추천한다는 방침이다. 10대 우수 제안에 논쟁적 사안들이 포함돼 이후 경과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국민제안 활용법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2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민제안심사위의) 심사위원들이 면밀히 심사해서 생활 밀착형, 국민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제안들, 시급히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기준으로 10개 제안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출범한 국민제안심위원회는 지난 18일 회의를 열고 그간 온·오프라인을 통해 받은 국민제안 중 ‘톱(TOP) 10’을 최종선정했다. 지난달 23일부터 현재까지 온라인(9000여건), 오프라인(3000여건)으로 접수된 민원·제안·청원을 심사대상으로 삼았다. 심사위원회는 민간·공직 전문가 11인으로 구성됐다. 상임위원장은 허성우 대통령실 국민제안비서관이 맡았다.
10대 우수제안에는 ‘울산 개물림 사건’을 계기로 반려동물 물림사고 시 견주 처벌을 강화하고 안락사 조치를 취하는 안,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업종·직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백내장 수술보험금 지급기준 표준화 제안 등이 포함됐다. 한 달 9900원으로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K-교통패스’, 임대차 계약시 임차인 세금완납증명서 첨부 의무화 제안 등도 함께 선정됐다. 심사위는 오는 21일부터 열흘간 국민제안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국민투표를 부쳐 3대 우수제안을 추린 뒤, 국정에 반영되도록 적극 추천한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국민 소통창구인 ‘국민제안’은 사전에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채로 심사를 거친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 국민청원 제도와 차별화된다. 문재인 정부 국민청원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청원을 등록하고 한 달간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정부의 공식 답변을 받는 형식으로 운영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정부의 국민청원 제도는 정량적으로 했는데 여기에 편견과 비합리적 부분이 개입할 수 있다고 해서 저희는 채택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저희는 정성적인 평가를 먼저 하고 정량적인 평가를 추후에 반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10대 우수 제안 중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거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제안들이 포함됐다. 반려동물 물림사고 시 안락사는 견주 처벌강화와 별개로 안락사 조치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진행 중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는 제도 존폐를 두고 대형 유통사와 전통시장 상인들이 첨예하게 맞붙고 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언급해 왔지만 지난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부결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 문제는 오래 논의돼 왔지만 제도가 보완되지 않고 국민들이 여전히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다시 한 번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니 이에 대한 재검토가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비공개 제안들 중 정부 방향에 맞는 제안들이 우선 추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 관계자는 “국민들에게 온라인으로 투표로 부치는 것은 정량적인 평가들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제안심사위원들의 전문성, 진정성, 이런 것들을 믿어달라”고 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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