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 케이블, 경찰특공대 동원..어민 북송, 불법·인권침해 잇단 논란
軍이 거부하자 공문도 없이 경찰특공대 동원
정부가 2019년 11월 탈북 어민을 강제로 송환하는 과정을 놓고 그 전반이 헌법과 법률을 어긴 불법 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람에게 안대를 씌우거나, 대형 케이블 타이 등을 사용해 포박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호송은 경찰특공대가 맡았는데, 이 역시 정식 공문 없이 구두로 지시가 내려오는 등 적절한 절차를 밟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 나왔다.
탈북 어민들은 2019년 11월 2일 해군에 나포됐다. 이후 닷새 만인 같은달 7일 판문점을 통해 북송됐다. 이들에게는 호송 과정에서 안대가 씌워졌다. 케이블 타이를 이용해 손을 결박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인권 침해는 물론 헌법과 현행법을 어긴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헌법 12조 1항은 ‘누구든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서는 처벌·보안처분 등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27조 4항은 무죄추정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법관이 발부한 영장 없이 인신 구속을 금지한 형법상 영장주의와 ‘국외로 이송할 목적의 약취(略取)’를 금지하는 형법 288조를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형집행법에 따르면 피의자나 수용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보호장비는 수갑, 머리 보호장비, 발목 보호장비, 보호대, 보호의자, 포승 등 여덟 가지다. 머리 보호장비는 자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안대나 케이블 타이는 포함돼 있지 않다. 당시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계구(戒具·죄인이나 피고인의 도주 등을 막기 위한 장비) 사용을 꺼려해 서로 미뤘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측은 이에 대해 정부 차원의 강제조치라 영장주의 원칙이 적용되는 경우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탈북 어민들이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나포돼 법 적용 대상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기 떄문에 헌법상 권리를 보장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은 북한 국적을 가진 사람도 우리 국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1996년 내린 바 있다.
당시 판례를 보면,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북한의 해외공민증을 발급받은 이모씨가 편법으로 발급받은 중국 여권을 이용해 국내로 들어왔는데, 법무부는 불법 입국 외국인으로 간주해 강제퇴거를 명령했다. 이에 이씨는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북한 국적자라도 헌법상 북한 역시 한국의 영토에 속하는 한반도의 일부로서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친다고 볼 수 있다”며 “대한민국 주권과 부딪치는 어떤 국가단체도 인정할 수 없는 점에 비춰 이씨가 북한 해외공민증을 발급받았다는 사정은 대한민국 국적 취득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했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사형수에게도 안대를 씌우지는 않는다”며 “탈북 어민들에게 안대나 케이블 타이 같은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없고,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했다.
이들의 호송 과정에 경찰특공대가 동원된 것도 편법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통상 북한 주민을 송환할 때는 통일부나 적십자사가 인계하는 것이 관례였다.
경찰특공대 운영 규칙상 경찰특공대의 임무는 ▲테러사건에 대한 무력진압 작전 ▲테러 사건 관련 폭발물 처리 ▲요인 경호 및 국가중요행사의 안전활동에 대한 지원 ▲중요범죄의 예방 및 진압 ▲재해·재난 등 긴급 상황 발생시 인명구조 등이다. 탈북민 호송 등은 규정돼 있지 않다. 다만 ‘중요 사건 해결을 위해 시도경찰청장이 지정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경찰은 해당 규정에 근거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경찰특공대 투입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공문을 보내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경찰은 “2019년 사건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경찰특공대 호송 임무 투입과 관련해 받은 공문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검찰 공안부 출신의 변호사는 “북한 어민 송환은 테러 사건 등이 아니어서 경찰특공대 규정의 ‘중요 사건’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적법하게 동원했다면 공문 없이 일을 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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