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공부문 노조, '도미노' 파업 예고.."물가 9% 올랐는데 임금 5% 인상"

노정연 기자 2022. 7. 2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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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서부 리치먼드에 있는 세인즈버리 슈퍼마켓에서 한 직원이 과일을 정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공공부문 노조가 치솟는 물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임금 인상에 항의하며 대규모 파업을 예고했다. 철도와 우편을 비롯해 항공·통신·의료·교육 분야 노동자들이 연이은 ‘도미노’ 파업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고물가 충격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에서도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9일(현지시간) 영국 공공부문 노조가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정부의 임금 인상안에 반발하며 향후 몇 달간 파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이날 공공부문 근로자 총 570만여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250만명에 대해 평균 약 5%의 임금 인상을 승인했다. 국민보건서비스(NHS) 의료진에 평균 4%, 교사에게는 최소 5%, 군인은 3.75%의 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경찰은 5% 인상에 해당하는 1900파운드(약 298만원)를 일시금으로 받게 될 예정이다. 정부는 ‘20여 년 만에 공공부문 최대폭 인상’을 강조하며 “필수 부문 인력이 생활비 상승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도 임금 인상이 물가를 자극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임금인상안 발표 후 공공부문 노조들은 속속 파업을 결의했다. 영국 로열 메일 우편 부문 직원들이 소속된 통신노조(CWU) 조합원 11만5000명은 이날 투표율 77%에 찬성률 96.7%로 파업을 결의했다. 영국 최대 통신 그룹인 BT 직원들도 이달 말 창립 35년 만에 첫 파업에 돌입한다.

지난달 33년 만에 최대 규모 파업을 벌인 철도노조 소속 8개 철도회사 기관사들은 이달 30일에 추가 파업을 벌인다. 교육과 보건의료 부문 노동자들도 정부의 5% 인상안을 거부하고 파업 결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공부문 노조가 대대적으로 반발하는 이유는 급등한 물가 상승률에 비하면 5% 인상은 임금 삭감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영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0년 만에 최고치인 9.4%를 기록했다. 이는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연말에는 물가 상승률이 최고 11%에 달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지난 6월 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빅토리아 역에서 철도 노조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치솟는 물가로 인해 영국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은 20여 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영국 통계청(ONS)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3~5월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 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하락했다. 이는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CNN은 “영국 노동자들이 급등하는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으로 인해 20년 만에 가장 큰 급여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영국의 휘발유 가격은 전년 대비 42% 상승했고 식료품 가격도 10% 가까이 올랐다. 최악의 생활고를 겪고 있는 영국인들을 육류와 과일, 채소 구매를 줄이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국민들의 실소득이 1964년 기록이 시작된 이후 올해 두 번째로 큰 감소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 부문에 크게 뒤처진 임금 상승률도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불만을 폭발시켰다. 지난 1년간 민간 부문의 평균 임금 상승률은 7.2%였지만 공공부문은 1.5%에 불과했다. 로이터통신은 정부의 이번 임금인상이 “공공부문에서 지난 10년여간 임금이 동결되거나 극히 제한적으로 인상된 이후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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