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공부문 노조, '도미노' 파업 예고.."물가 9% 올랐는데 임금 5% 인상"
영국 공공부문 노조가 치솟는 물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임금 인상에 항의하며 대규모 파업을 예고했다. 철도와 우편을 비롯해 항공·통신·의료·교육 분야 노동자들이 연이은 ‘도미노’ 파업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고물가 충격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에서도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9일(현지시간) 영국 공공부문 노조가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정부의 임금 인상안에 반발하며 향후 몇 달간 파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이날 공공부문 근로자 총 570만여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250만명에 대해 평균 약 5%의 임금 인상을 승인했다. 국민보건서비스(NHS) 의료진에 평균 4%, 교사에게는 최소 5%, 군인은 3.75%의 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경찰은 5% 인상에 해당하는 1900파운드(약 298만원)를 일시금으로 받게 될 예정이다. 정부는 ‘20여 년 만에 공공부문 최대폭 인상’을 강조하며 “필수 부문 인력이 생활비 상승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도 임금 인상이 물가를 자극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임금인상안 발표 후 공공부문 노조들은 속속 파업을 결의했다. 영국 로열 메일 우편 부문 직원들이 소속된 통신노조(CWU) 조합원 11만5000명은 이날 투표율 77%에 찬성률 96.7%로 파업을 결의했다. 영국 최대 통신 그룹인 BT 직원들도 이달 말 창립 35년 만에 첫 파업에 돌입한다.
지난달 33년 만에 최대 규모 파업을 벌인 철도노조 소속 8개 철도회사 기관사들은 이달 30일에 추가 파업을 벌인다. 교육과 보건의료 부문 노동자들도 정부의 5% 인상안을 거부하고 파업 결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공부문 노조가 대대적으로 반발하는 이유는 급등한 물가 상승률에 비하면 5% 인상은 임금 삭감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영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0년 만에 최고치인 9.4%를 기록했다. 이는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연말에는 물가 상승률이 최고 11%에 달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치솟는 물가로 인해 영국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은 20여 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영국 통계청(ONS)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3~5월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 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하락했다. 이는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CNN은 “영국 노동자들이 급등하는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으로 인해 20년 만에 가장 큰 급여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영국의 휘발유 가격은 전년 대비 42% 상승했고 식료품 가격도 10% 가까이 올랐다. 최악의 생활고를 겪고 있는 영국인들을 육류와 과일, 채소 구매를 줄이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국민들의 실소득이 1964년 기록이 시작된 이후 올해 두 번째로 큰 감소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 부문에 크게 뒤처진 임금 상승률도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불만을 폭발시켰다. 지난 1년간 민간 부문의 평균 임금 상승률은 7.2%였지만 공공부문은 1.5%에 불과했다. 로이터통신은 정부의 이번 임금인상이 “공공부문에서 지난 10년여간 임금이 동결되거나 극히 제한적으로 인상된 이후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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