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대 횡령' 오스템임플 직원 가족·동료 "횡령인지 몰랐다"

기사내용 요약
범죄수익은닉과 횡령 방조 혐의로 각각 기소
"객관적 사실관계 인정하지만 범행 공모 아냐"
이씨도 범행 공모 혐의 부인…변론 분리 예정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회삿돈 2215억을 횡령한 혐의로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 출신 이모(44)씨가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횡령액을 은닉하거나 횡령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가족과 동료 직원들은 자신들이 횡령에 연루된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김동현)는 20일 오후 범죄수익은닉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씨, 이씨의 아내, 여동생, 처제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횡령 방조 혐의로 기소된 오스템 임플란트 직원 2명의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씨의 가족 측은 공소사실 중 본인의 명의로 오피스텔을 분양받거나 리조트 회원권을 구입한 부분 등은 인정했으나, 관련 자금이 횡령금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씨와 같은 회사에서 일한 직원 2명 측도 이씨의 지시에 따라 잔액증명서 등을 작성한 것은 맞지만 허위인지는 몰랐으며 회장 지시에 따른 업무라 인지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씨 측 또한 범행을 공모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이씨는 추가 영장 발부를 앞두고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눈물을 흘리며 "홀로 계신 연약한 어머니, 너무나도 순진한 아내, 철부지 아이들을 고려해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으로 근무하며 회사 계좌에서 자신 명의 증권 계좌로 15회에 걸쳐 총 2215억원을 이체해 주식 투자 등 개인 용도로 임의 사용한 횡령 혐의로 지난 1월 처음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검찰이 이씨의 가족·동료들과 함께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함께 재판을 받게됐다.

앞서 경찰은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이씨의 아버지와 배우자, 여동생의 주거지 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이씨의 아버지 집에서 1㎏ 금괴 254개를 회수했다. 이는 이씨가 횡령금으로 사들인 금괴 855개 중 일부였다.

이씨는 횡령금을 이용해 75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아내와 처제 명의로 매입하고, 소유하던 상가건물을 부인과 처제에게 각 한 채씩 증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가 수사망을 피해 잠적해있던 건물 역시 부인 명의였다.

이씨의 회사 동료 직원들은 이씨의 지시에 따라 허위로 잔액증명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재판에서 이씨의 변호인은 범죄수익은닉 혐의와 횡령 방조 혐의의 증거가 다르다는 점을 들어 두 사건의 변론을 분리해줄 것을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다음달 31일 이씨와 가족들의 범죄수익은닉 등 혐의부터 심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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