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폭염 겪는 영국..법원은 정부에 "탄소중립 이행 방안 설명하라"

2022. 7. 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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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법원, 정부에 온실가스 저감 정책의 구체 내용 의회 제출 명령

[이상현 기자(shyun@pressian.com)]
최근 영국의 전례 없는 폭염 원인으로 기후위기가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환경단체가 영국 정부를 상대로 낸 '기후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영국 정부가 제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정책이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며 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영 일간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고등법원은 18일(현지시간) 영국 사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에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밝힌 정책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2023년 3월까지 의회에 제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기존 탄소중립 정책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의회와 시민들한테 상세히 설명되지 않아 영국 기후변화대응법(Climate Change Act) 14조 위반이라는 환경단체의 지적을 법원이 받아들인 결과다.

기후변화대응법 14조는 정부의 기후정책이 탄소예산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지 의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했다. 탄소예산은 기후위기로 인한 재앙을 막기 위해 허용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미한다. 온실가스 배출이 탄소예산 내에서 이뤄져야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다. 

법은 정부의 기후정책이 어떻게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얼마나 많이 감축할 수 있는지 의회에 상세히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고등법원은 영국 정부가 2021년 10월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평가한 결과, 해당 시나리오가 기후변화대응법이 부여한 상세한 보고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영국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순제로(Net zero)로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2035년까지 전력 시스템의 탈탄소화 추진, 2030년까지 신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등이 있다. 부문별 배출 목표는 있으나 각각의 정책이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는지에 대한 분석은 없어 "모호하고 불충분하다"라는 지적이 있었다.

법원 또한 정부 정책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인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판결을 내린 데이비드 홀게이트 판사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어떻게 정부의 계획이 감축 목표를 이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나 양적인 분석이 없다"라고 말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정책에서 탄소예산에 대한 고려나 정책에 의한 구체적인 온실가스 배출 저감량에 대한 분석이 없다는 의미다.

또한 홀게이트 판사는 기후변화대응법이 "의회가 행정부의 기후위기 정부 정책을 면밀히 조사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중요"할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정부가 탄소 중립 목표를 어떻게 이행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알려주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회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기후위기 대책을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설명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법원은 이에 영국 정부를 상대로 2023년 3월까지 각각의 기후정책이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는지 분석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라고 판결했다.

▲ 18일(현지시간) 폭염이 닥친 영국 런던의 버킹엄궁 밖에서 한 경찰관이 곰털 모자를 쓰고 근무하는 왕실 근위병에게 물을 주고 있다. ⓒ런던 AP=연합뉴스

소송을 제기한 환경단체는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의 시기에 '획기적인 판결'이 나왔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환경단체 '지구의친구' 소속 변호사 케이티 디 카우웨는 <가디언>에 "이번 판결은 기후정의뿐만 아니라 정부의 기후위기 정책 투명성에서의 큰 승리"라고 말했다. 다른 환경단체 소속 샘 헌터 존스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정부는 실제 직면한 기후위기를 현실적으로 다루는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은 최근 최고 기온이 40도가 넘는 등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을 경험하는 중이다. 극한 더위로 런던 근교 루턴 공항 활주로가 부풀어 올라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영국 기상청은 폭염의 원인은 지구온난화라며 "현재 영국 기온이 40도를 넘길 가능성은 인간 활동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자연 상태에서보다 10배가량 높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관련 기사 ☞ 공항 활주로가 부풀었다…기후위기發 폭염, 유럽 북부를 습격하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기후위기 정책을 조언하는 기후변화위원회(Climate Chage Committee)는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정책 부재와 구체적 증거 부족으로 2050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라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영국 상원 내 위원회에서도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충분히 자세하지 않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었다.

[이상현 기자(shyun@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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