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시장 부활조짐? '소부장' 연일 흥행..새빗켐·WCP 주목
실적 안정·외부투자 적어..코스피, 수산인더 부진에도 쏘카 상장 대기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얼어붙었던 기업공개(IPO)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면서 상장을 앞둔 새빗켐, 더블유씨피(WCP)까지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코스피에서는 쏘카가 내달 수요예측에 나서 시장의 평가를 받는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19일) 성일하이텍 일반 공모청약은 1207.1대1을 기록했다. 앞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역대 최대 경쟁률(2269.7대1)을 기록하면서 일반 청약 흥행으로 이어졌다.
청약증거금은 지난 1월 LG에너지솔루션 이후 가장 많은 20조1431억원이 몰렸다. 투자자의 관심 척도를 나타내는 증거금이 많이 모였다는 건 상장 후에도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성일하이텍은 2차전지 리사이클링 일괄 공정을 보유한 소재 기업이다. 전기차, 휴대폰 등의 제품에 포함된 배터리에서 유가금속을 추출한다. 습식 제련 기술을 통해 국내 최대 규모로 2차전지 소재를 생산한다.
상반기 IPO 시장이 위축됐지만 소부장 관련 기업들은 연일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앞서 시스템반도체 기업 가온칩스가 2183.3대1을 기록했고 레이저쎌(1845.1대1), 넥스트칩(1727.66대1), 영창케미칼(1363대1), 에이치피에스피(1159.05대1) 등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소부장 관련 기업들의 흥행 요인은 크게 2가지로 해석된다. 우선 반도체, 2차전지 등 수요가 견고한 산업재를 기반으로 하는 데다 기업의 실적도 안정적으로 나오면서 투자리스크가 비교적 적은 것으로 꼽힌다.
성일하이텍은 지난해 흑자로 전환했고 올해 1분기 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을 증명했지만, 지난달 희망 공모가 하단(4만4000원)보다 낮은 3만원에 상장한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은 여전히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 진입하는 기업 규모도 또 다른 이유로 거론된다. 통상 다수의 코스피 상장사가 재무적투자자(FI) 등 이해관계자가 많아 기업가치 산정에 어려움을 겪는다. 반면 최고경영자(CEO)의 영향력이 크고 자금 조달 유인이 분명한 코스닥 기업은 상장추진에 더 적극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상장 기업은 1곳(LG에너지솔루션)에 그쳤지만 코스닥은 58곳(스팩 포함)에 달했다. 지난해(115곳)를 뛰어넘을 기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부 투자자가 많은 코스피 예비상장사는 적절한 기업가치를 산정받지 못하면 투자자금 회수(엑시트)가 어려울 수 있어 상장 일정을 중단하는 경우가 잦다"며 "중소기업의 경우 IPO를 통한 자금 조달이 더 시급해 공모가가 다소 불만족스럽더라도 상장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달 말과 내달 각각 일반 청약을 진행하는 새빗켐과 더블유씨피(WCP)도 흥행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새빗켐은 2차전지 리사이클링, WCP는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분리막 제조기업으로, 두 곳 모두 최근 3년간 매출과 순이익이 상승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청약 열풍이 코스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처음으로 시장 평가에 나선 발전플랜트 기업 수산인더스트리는 전날 130대1의 저조한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희망범위 하단(3만5000원)으로 결정했다.
다만 쏘카, 현대오일뱅크 등 하반기 증시 입성을 앞둔 시가총액 조(兆) 단위 '대어'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부장' 기업들과 달리 쏘카는 외부투자자가 많고, 아직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IPO 시장 흥행을 좌우할 바로미터로 평가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플랫폼 기반 사업자들이 잇따라 상장을 철회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쏘카에 우호적이지는 않다"면서도 "공모가 산정 할인율을 높였고 이달 말 LG에너지솔루션 보호예수 물량이 해제되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ausu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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