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북송' 이후 3년, 입법 손 놓은 국회·정부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정치권이 정작 필요한 입법에는 3년 가까이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여당 의원들이 2019년 11월 발생한 북송 사건 직후 북한 주민의 지위와 송환 요건 등을 구체화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론의 무관심 속에 폐기되거나 장기 계류돼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검찰 수사와 통일부 등의 입장 번복으로 북송 사건이 새삼 조명받고 있지만, 이번에도 생산적인 입법 논의보다 정치적 공방이 사안을 뒤덮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1월 살인 혐의가 있던 탈북 어민 2명을 북송한 조치는 명시적인 근거 법률이 없다. 북한이탈주민법상 비보호 사유 조항과 출입국관리법상 강제 퇴거 조항을 준용해 어민들을 추방했다. 당시 정치권은 법적 공백과 인권침해 논란으로 떠들썩했지만, 정작 북한 주민 추방과 관련한 법령은 3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홍일표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2020년 2월 강제 송환의 금지, 송환 결정시 외부기관을 통한 확인, 국정원 내 북한이탈주민 전담조사관 설치, 합동신문에 변호인 조력권 보장 등 내용을 담은 북한이탈주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북한 주민은 외국인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명시해 법무부가 강제 퇴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출입국관리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이 법안들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한번도 논의되지 못하고 20대 국회가 문을 닫으면서 폐기됐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2020년 7월 탈북민의 강제 송환을 금지하고 송환결정위원회가 본인의 송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을,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현 주미대사)은 2020년 8월 탈북민이 사법적 통제 하에서 서면으로 귀순 의사를 표시하기 전까지 한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추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북한이탈주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해 9월 외통위 회의에선 법안 토론은 없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여야 공방만 벌어졌다. 이 법안들은 그해 12월 외통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이후 1년 7개월간 계류돼 있다.
통일부도 북송 사건 직후인 2019년 12월부터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법률자문단’을 구성해 북한 주민 추방과 관련한 직접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비공개 회의를 수차례 열었다. 통일부는 국회에 강제 북송 대상인 흉악범죄의 기준 구체화, 귀순 의사 판단의 객관성 확보, 남북 간 형사사법공조, 관련 매뉴얼 정비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흐지부지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0년 11월 강제 북송이 인권침해라는 진정에 대해 조사권의 한계가 있다며 ‘각하’ 결정하면서 법령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요청의사와 보호신청자 처리에 있어 정부에 확립된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다”며 “향후 인권침해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과 매뉴얼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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