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금인지 몰라" 2215억원 횡령 오스템임플란트 팀장 가족들 은닉 혐의 부인

이씨 가족들 "상가·오피스텔 등 구매했으나 횡령 자금인지 몰라"
이씨는 재판부에 불구속 재판 요구

회삿돈 221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오스템임플란트 자금관리팀장 이모(44)씨의 가족들이 첫 재판에서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씨는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앞두고 불구속 재판을 받고 싶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요구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김동현)는 20일 오후 범죄수익은닉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이씨와 부인 등 4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씨의 횡령을 방조한 혐의를 받는 직원들 역시 재판을 받았다.

지난 6일 회삿돈 188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가 서울 강서경찰서로 연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22일 이씨의 아내, 여동생, 처제 등 3명이 이씨와 적극적으로 공모해 범죄 수익금을 숨겼다고 보고, 이들에게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함께 기소했다. 또 재무팀에서 함께 근무하던 직원 2명도 이씨의 행동이 범죄가 될 것을 알면서도 방조했다고 판단해 특경법상 횡령 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측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씨의 아내인 박모씨는 이씨가 횡령한 2215억원의 일부로 자신과 이씨 여동생 명의의 부동산·회원권 75억원상당을 구입했다. 이씨는 여동생·아버지와 함께 횡령금 약 690억원을 1㎏짜리 금괴 855개를 구매하는데 썼다. 금괴 중 497개는 이씨의 은신처에서, 254개는 이씨의 아버지 주거지에서, 100개는 이씨의 여동생 집에서 각각 발견됐다. 이씨와 같이 일하던 자금관리팀 직원 2명에 대해서는 이씨 지시에 따라 허위 잔액증명서를 작성하고, 개인계좌로 자금을 이체해 횡령을 방조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다만 이날 재판에서 이씨 가족들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여부를 묻는 재판부 질문에 적극 부인했다. 해당 자금으로 상가나 오피스텔 등을 구입한 행위는 모두 사실이나 이 자금이 이씨가 회삿돈을 횡령한 자금인지는 전혀 몰랐으므로 이씨와의 공모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씨 측 변호인은 “공모사실을 전면 부인한다”며 “이씨와 같이 호화 리조트 회원권과 오피스텔 3채, 상가 건물을 매수한 건 맞지만 돈의 출처가 횡령금에서 나온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직원들 역시 “횡령 사실을 몰랐다”며 방조 혐의를 부인했다. 허위로 잔액증명서를 작성하고, 개인계좌로 이체한 것은 사실이나 팀장인 이씨가 회장의 지시 사항이라고 주장해 이를 따랐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날 재판에서 이씨의 변호인은 “방조 혐의를 받는 직원들과 피고인의 증거가 다르니 변론을 분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방조 혐의를 받는 직원들의 변론을 분리하겠다”고 답했다. 이씨와 가족들의 다음 공판은 8월 10일 진행될 예정이다.

이씨는 지난해 3월부터 여덟 차례에 걸쳐 회삿돈 2215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씨의 가족이 횡령금을 은닉하는데 가담했으며 직원들은 이씨의 횡령이 범죄가 될 것임을 알고도 방조한 것으로 보고있다.

오는 27일 이씨의 구속영장이 만료됨에 따라 재판부는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이씨의 구속영장을 추가로 발부하기 위한 영장실질심사 절차를 진행하고 조만간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이씨는 “홀로된 어머니와 아빠와 떨어진 자식들을 봐서 재판 기간 만이라도 불구속 재판을 받게해달라”며 선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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