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넷플릭스와 양자간 프라이빗 피어링, 무정산 아냐" 항소심 4차변론 쟁점은

“2018년 4월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기존 미국 시애틀 연결지점을 일본 도쿄로 변경제안했다. 양사가 도쿄에서 피어링(직접 연결)을 한 만큼 무정산 방식에 합의한 것이다(넷플릭스).”

“시애틀 연결은 다자간 ‘퍼블릭 피어링’ 방식으로 합의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지만, 일본 도쿄로 연결지점을 변경하면서 양자간 ‘프라이빗 피어링’이 된 만큼 망 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한다(SK브로드밴드).”

2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항소심 4차변론에서 망 이용대가 지불 여부를 놓고 양측이 평행선 대립을 이어갔다.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넷플릭스가 그에 따른 망 사용료를 통신사에게 내지 않고 ‘무임승차’ 한 채 이익만 챙기고 있다는 게 논쟁의 근원이다. 앞서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지급하라는 SK브로드밴드의 요구를 거부하며 소송을 냈고, 지난해 6월 1심에서 패하자 항소했다. 현재 소송 2라운드가 진행 중이다.

항소심의 주요 쟁점은 ‘무정산 합의 여부’다. 지난 3차 변론에서 넷플릭스는 2016년 처음으로 SK브로드밴드의 망과 연결할 당시 무정산에 암묵적으로 합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 전용회선 사용이 유상 제공을 원칙으로 한다는 점을 짚으며 무정산을 위한 합의가 없었다고 맞섰다.

이날 4차 변론에서 쟁점은 피어링 방식이었다. SK브로드밴드는 퍼블릭 피어링과 프라이빗 피어링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가 2016년 1월 미국 시애틀 IXP(인터넷 교환지점)에서 SK브로드밴드 망에 접속했을 때는 퍼블릭 피어링이었지만, 2018년 일본 도쿄 IXP로 연결지점을 바꾸면서 프라이빗 피어링이 됐다는 입장이다.

SK 측은 “올해 7월 현재 다양한 IXP에서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 또는 콘텐츠공급자(CP)와 퍼블릭 피어링 또는 프라이빗 피어링으로 연결하고 있다”며 “이때 해외 CP가 SK브로드밴드와 프라이빗 피어링 방식으로 연결된다면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프라이빗 피어링 방식을 취하고 있는 넷플릭스 또한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2018년 자료를 보면 (넷플릭스가) 컴캐스트와 직접 연동하고 망 이용대가 지급에 합의했다고 적혀 있다”며 “프랑스에서도 넷플릭스가 오랑주에 페이드 피어링(Paid Peering)에 합의했다고 나와 있다”고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지급한 해외 사례도 제시했다.

이에 넷플릭스 측은 “퍼블릭 피어링과 프라이빗 피어링은 당사자가 피어링 방식으로 트래픽을 ‘직접 교환’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며 “종전 시애틀에서 연결하던 방식과 동일하게 도쿄로 연결지점을 바꾼 것은 무정산 방식에 합의한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재판부는 피어링에 대한 양측의 전제가 다른 만큼 양측의 근거자료를 살펴본다는 판단이다. 다음 변론기일은 8월24일이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