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 보행자 보호의무 강화.."근데 누가 단속해요?"

박지연 2022. 7. 2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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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찾은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에 걸린 캠퍼스 내부도로 보행자 보호의무조치 적용 안내 현수막 /사진=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이달 초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캠퍼스 도로 내 보행자 보호 의무가 강화됐지만 단속 주체가 불분명한 탓에 정책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대면수업 확대로 학교를 찾는 재학생들이 늘어난 만큼 각 대학측이 서둘러 교내 교통안전 가이드라인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으로 캠퍼스 도로와 같은 '도로 외의 곳' 내 보행자 보호 의무가 강화됐다. '도로 외의 곳'에는 아파트·대학 등 사유지에 있는 도로가 포함된다.

이번 개정으로 '도로 외의 곳'을 지날 때 보행자 안전 통행을 위한 운전자의 서행 및 일시정지 의무가 추가됐다.

운전자가 해당 구역에서 신호위반, 제한속도 초과 등 '12대 중과실'을 저지를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처벌 강화 규정 신설을 통해 '도로 외 구역' 내 사고를 막겠다는 취지에도 불구, 현장에선 구체적인 단속 대상과 범위, 단속 주체 등이 불분명한 만큼 정책적 실효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일례로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을 단속할 분명한 주체가 없어 미연에 사고를 예방하자는 법 개정의 취지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학교측 단속 권한 없어…정책적 실효성 의문

서울 강북지역 한 사립대에 근무하는 경비원 A씨는 기자에게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캠퍼스 보행자 보호 의무가 생겼다는 것은 안다"면서도 "경비원으로서 보행 의무를 안 지킨다고 해서 단속할 권한은 없기 때문에 정문 앞에서 속도를 높여 진입하는 승용차 위주로 서행 등을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각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세부 가이드라인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강제성이 없는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다.

강북지역 또 다른 B대 관계자는 "내부 서행 속도 등을 만들어도 이를 어긴 차량을 찾아내기가 힘들고 발견이 돼도 학교 측에서 이를 규제할 권한이나 근거가 없다"며 "가이드라인은 따로 만들지 않고 교내 도로에 과속 방지턱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서행을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캠퍼스 도로가 여전히 '도로 외 구역'인 탓에 학생들이 각종 교통안전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개인형 이동장치(PM)의 경우 음주 뒤 운전 또는 2인 탑승 등을 할 경우 각각 범칙금 2만원, 4만원을 물게 돼 있지만 해당 벌칙조항은 도로교통법상 일반도로에서만 적용돼 도로가 아닌 캠퍼스 도로는 사실상 위험천만한 '무법지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캠퍼스 도로는 '무법지대' '안전 사각지대'…

아울러 대학 이동로는 안전점검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일반 도로와 달리 '교통안전법'에 따른 교통안전진단,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행안전 실태조사 대상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학내 도로를 '일반 도로'에 포함시켜 경찰 등의 단속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임채홍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찰이 사유지인 대학 내로 들어가 단속하는 것을 과도한 권리 침해로 보는 시각도 있다"며 "경찰 인력을 따졌을 때 기존 일반 도로를 단속하기도 버거운데 도로 외 구역까지 범위가 넓어질 경우 부담이 늘어날 우려도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캠퍼스 도로와 같은 '도로 외 구역' 내 교통안전을 위해선 사유 도로 관리 측면에서 별도의 교통 가이드라인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실제 일본 도쿄대 등에서는 교통안전 확보를 위한 제한 최고 속도 준수 등의 의무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임 연구원은 "일례로 모 기업에서는 공장 내 도로에서 제한 속도나 신호를 연이어 위반할 경우 자체 단속을 거쳐 한달간 사업장 내 승용차 출입을 금지하기도 한다"며 "도로 관리 측에 대한 보행자 보호 의무에 대한 교육 확대와 함께 교통안전 캠페인 등을 벌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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