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최대망원경 '맛보기 사진' 만든 韓연구자.."달·화성 망원경도 가능"
제임스웹우주망원경 하드웨어 다루는 유일한 한국 연구자
'맛보기 사진' 제작 주도..자세제어·광학 관련 연구 이끌어
손 연구원 "이제부터가 관측 시작..놀라운 발견 계속될 것"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지난 12일(현지시간) ‘인류최대망원경’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관측사진이 공개되자 국내외 천문학계가 들썩였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춤추는 은하부터 외계행성, 별의 종말과 탄생 모습 등을 다룬 사진을 선보였다. 이번에 관측을 주도한 곳은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의 제임스웹우주망원경팀이다. 개발에만 2만여명, 준비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사람만 1200명에만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유일한 한국인 연구자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 주인공은 손상모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 손 수석연구원은 광학초점면 관련 연구로 망원경의 거울을 최상의 상태로 만드는데 힘썼고, ‘맛보기 사진’을 제작해 본사진 공개전 호응도 이끌었다. 그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사진들은 전 세계에서 주목할 정도로 인류의 과학적인 지식과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관측은 이제 시작했고, 앞으로 20여 년 동안 천문학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할 정도로 놀라운 결과를 계속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허블 우주망원경을 잇는 차세대 우주망원경이다. 빅뱅 이후 우주 최초의 별과 은하를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우주의 많은 비밀을 밝혀줄 가장 강력한 우주망원경으로 통한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자외선, 가시광선, 근적외선 파장의 빛을 관측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것과 달리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더 멀리 볼 수 있는 근적외선과 중적외선 파장의 빛을 관측하도록 설계됐다. 이 차이가 두 망원경의 궤도를 결정짓는다. 허블망원경은 고도 550km 상공에서 지구를 중심으로 궤도를 돌고 있고, 제임스웹은 훨씬 온도를 낮게 유지하도록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제2 라그랑주점’에서 태양을 중심으로 궤도를 돈다. 거울 크기도 다르다. 허블망원경이 직경이 2.4m인 단일 거울로 이뤄졌다면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직경이 6.5m인 거울로 18개의 조각 거울로 이뤄져 있다. 거울 크기 차이, 적외선 관측 특성때문에 허블우주망원경보다 적외선에서 100배 이상의 성능을 낼 수 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에 설치된 카메라로 영상을 찍으면 먼저 망원경 내부에 SSR이라 부르는 특수 제작 하드드라이브에 저장된다. 이후 고성능안테나로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지구로 보낸다. 지상국에서 데이터를 받으면 이를 사진 자료로 바꾼다. 이때 촬영한 사진들은 모두 단일 색이기 때문에 필터를 이용해 각 파장에 맞게 촬영된 사진을 지상국에서 적당히 밝기를 조절하고 색을 입혀 컬러 사진을 만든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들도 이러한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다. 사진 자료는 특성에 따라 바로 공개가 되는 것들도 있고, 1년 정도 연구자들만 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작년말 우주로 발사된 이후 실제 운용까지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올해 2월 망원경을 구성하는 18개의 조각거울이 제대로 정렬되지 않아 별 하나의 영상을 찍으면 18개의 빛으로 나뉘었다. 연구팀이 망원경의 거울을 정렬하기 위해 특정 별을 향하라고 명령을 내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망원경이 향한 영역이 어디인지 몰라 연구팀이 당황했던 순간 손 연구원이 얻은 망원경의 자세 정보를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손 연구원이 만든 ‘맛보기 사진’도 이러한 과정 전에 촬영할 곳을 선정하면서 탄생했다. 망원경은 실제 사진 촬영전 태양차단막이 태양열을 받는 각도에 따라 어떻게 안정성을 유지하는지 시험한다. 손 연구원은 망원경에 달린 정밀 유도 센서의 일종인 FGS 카메라로 32시간 동안 노출해 72장의 사진을 얻은 뒤 다시 이를 합쳤다. 일반적으로 대중에게 공개되는 사진은 아니지만 손 연구원의 제안으로 사진 대공개에 앞서 사진이 공개됐다.
맛보기 사진에는 따로 필터가 없어 하나의 색으로만 표현됐지만 32시간만 노출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사진에서 보이는 수천개의 은하들이 허블우주망원경으로 몇 주 동안 노출을 줘야 나오는 품질이라는 점에서 강력한 망원경임을 증명했다.
달·화성 망원경도 가능
관측 사진들은 앞으로 인류에 어떤 영향을 줄까. 손 연구원은 무엇보다 지구 외에 생명체가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행성을 찾는데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다고 평가했다. 생명체가 있을 만한 행성의 존재가 확인되면 천문학, 물리학, 생물학 등 과학 분야 뿐만 아니라 철학, 종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생명이 존재한다면 어떤 형태를 지니고 있을지, 인류와 같은 지성체가 살고 있는지 등 근원적인 물음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지구에서 우주를 관측하면 대기 영향 등을 받기 때문에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라그랑주 L2 지점에 안착했다. 이 지점은 태양, 지구의 중력과 원심력이 평행을 이루는 지점으로 태양과 지구로부터 나오는 빛의 방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 지점에는 현재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을 포함해 3개의 망원경이 있고, 앞으로 7개 이상의 망원경이나 위성이 안착할 예정이다.
앞으로 달이나 화성과 같은 행성에 우주망원경을 보내 더 먼 우주도 볼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달에 단순한 구조물조차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망원경 건설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당분간 라그랑주 지점 근처에서 우주 망원경들이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손 수석연구원은 “달에 대기가 거의 없고, 화성도 대기가 아주 얇다”며 “지구보다는 대기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지구보다 망원경을 운영하기가 유리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손 연구원은 가장 주목할 만한 사진으로는 외부 행성 대기 관측 자료를 꼽으며, 자신만의 사진 감상팁도 소개했다. 그는 “용골자리 성운인 NGC 3324를 가장 감명 깊게 봤는데 천문학적인 설명 없이 넋을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라며 “NASA 홈페이지에서 고화질로 사진들을 내려받아 부분을 확대해서 세밀한 부분까지 보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손상모 수석연구원은
▲1975년 서울 출생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학사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석·박사 ▲현 미국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 ▲전 한국천문연구원 위촉선임연구원 ▲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방문연구원 ▲전 존스홉킨스대 연구원
강민구 (scienc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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