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20만원이나 싸다 싶었다.."에어컨 켤 때마다 집 전체 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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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오아무개(40)씨는 지난달 온라인쇼핑몰서 에어컨을 사 설치했는데, 에어컨을 켤 때마다 누전차단기가 내려가 집 전체가 정전이 됐다.
올해 상반기 소비자원에 접수된 에어컨 부실 설치 관련 피해구제 신청 사례를 구매 채널별로 나눠보면, 이커머스에서 구매했다가 피해는 당한 사례가 제조사 매장에서 산 경우(25건)보다 2배 가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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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판매사-설치기사 책임 미루며 분쟁으로
상품 설명서에 '설치방법' 안내 없어 소비자 혼란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오아무개(40)씨는 지난달 온라인쇼핑몰서 에어컨을 사 설치했는데, 에어컨을 켤 때마다 누전차단기가 내려가 집 전체가 정전이 됐다. 전기 기술자를 불러 점검을 받았지만, 집 전기 설비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에어컨 제조사 서비스센터에 고장신고를 하니 ‘설치 불량’이라고 했다. 설치 과정에서 에어컨 기기와 실외기를 연결하는 전선 연결 등을 잘못해 전기 과부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35만원의 추가 설치비용까지 지불했는데 전선 이음 작업조차 제대로 안돼 자칫 화재 사고로 번질 수 있었던 것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끌려 이커머스(온라인쇼핑몰)에서 에어컨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온라인 에어컨 판매사들이 설치 작업을 무자격자에게 맡겨 소비자가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기 판매를 중개하는 이커머스의 특성상 에어컨 설치 방법까지 관여하기 어려운데다 하자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분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에어컨 설치는 다른 전자제품과 달리 전기 배선과 배관 설비 쪽 전문 기술이 필요하다.
20일 한국소비자원의 ‘에어컨 설치 관련 소비자 상담현황’을 보면, 이커머스에서 구매한 에어컨의 부실 설치 관련 피해구제 신청이 해마다 늘고 있다. 2021년에만 133건으로 전년도 101건보다 31.7% 늘었고, 올해 들어서도 6월 말까지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만 45건에 이른다. 통상 에어컨 관련 피해구제 신청 접수가 7∼8월에 몰리는 걸 감안하면, 올해 총 신청 건수는 지난해보다 많을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소비자원에 접수된 에어컨 부실 설치 관련 피해구제 신청 사례를 구매 채널별로 나눠보면, 이커머스에서 구매했다가 피해는 당한 사례가 제조사 매장에서 산 경우(25건)보다 2배 가까이 많다.
이커머스에서 구매한 에어컨은 부실 설치 피해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소비자 피해를 접수한 이커머스는 판매사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판매사는 다시 설치를 담당한 기사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단순한 기계 고장을 넘어 화재 등 추가 피해가 발생했는데 판매사와 설치기사 모두 책임을 회피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온라인 판매사들이 상품 안내서에 설치 방법 등에 대한 문구를 명시하지 않아 소비자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자 오씨가 에어컨을 산 온라인 판매사의 상품 설명서만 봐도,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에 대한 상세 설명과 추가 설치비 기준 등만 명시돼 있을 뿐 설치와 관련된 안내는 찾아볼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판매사들이 비용 문제 때문에 설치기사를 직접 고용하기 어려워 사설 업체·기사에 외주를 주면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오픈마켓의 특성상 판매사들이 제품 설치 과정까지 하나하나 감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온라인쇼핑몰서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는 ‘제조업체 공식 인증점’ 여부와 이용약관 등을 꼼꼼히 따져볼 것을 권했다. 가전제품 제조사들은 온라인 판매 피해를 줄이기 위해 판매사 인증제를 시행 중인데, 인증업체는 판매가가 상대적으로 높다. 에어컨의 경우 10만~20만원 가량 비싸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설치 하자 발생 시 설치비를 환급하고 하자가 발생한 제품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을 마련한 상황”이라며 “피해를 막기 위해 구매 당시 설치기사 정보를 확인하고, 기사와 설치 방법들을 충분히 상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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